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이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할 시간 조회수 : 1,547
작성일 : 2013-07-04 17:34:02
워낙 저도 어릴때 학원 안 다니고 혼자 집에서 뒹굴뒹굴 책보고 나가 놀고 하며 컸던 터라 당연히 저희 아이도 그렇게 키우고자 하는데 주위에서 저희같은 집이 거의 없어 이런 생활을 이어가는데 굳은 의지가 필요해요.

큰애가 초 3인데 지금까지는 피아노학원 외에는 다닌 적 없고 그나마 이사하고 적응시간을 주느라 지금은 피아노학원도 잠시 쉬고 있어요. 물론 선행 같은건 집에서도 안 하죠. 아이가 묻는 것에 대답해주고 이렇게 저렇게 실물에 빗대 적용해보도록 도와주는 정도?
 
저도 많이 부족하고 짜증도 많은 엄마인데
적어도 공부로 아이를 미리 질리게 만들지는 말자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받아오는 시험 점수에 의연한 모습 보여줘왔어요.
제일 못 봤던게 2학년때 수학 75점이었나? 65점이었나? 아무튼 아이는 옆 짝꿍이, 자기는 집에 가면 100점 받으면 용돈을 받고 틀리면 틀린 수대로 손바닥을 맞는다고 그러는 말을 듣고 우리 엄마도 그러려나 조금 불안했나봐요. 한번도 점수로 뭐라 한 적이 없는데 굉장히 미안해하며 시험지를 꺼내놓더군요.

그런데 저나 남편이 괜찮다고, 다음에는 아는 거 틀리지 않도록 조심하자고 , 
엄마 아빠도 어릴적에 시험 못본 적 종종 있다고 가볍게 넘어갔어요.
90~100점 받으면 또 지나치게 좋아하거나 하지 않고 잘했다 정도만 말해주고 
시험 잘봐서 사주는 거라고 일부러 티내지는 않고  학교 앞에서 솜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주는 정도였고요.


그 덕분엔가 아이는 제가 굳이 묻거나 확인하지 않아도 이번주에 무슨 시험본다 
내일은 무슨 시험본다 오늘 무슨 시험 봤는데 어땠었다 얘기를 감추지 않고 편하게 잘 해요.

얼마전에 공개수업 갔었는데 확실히 1학년때 가보고 충격받았던 (아이들이 너무 산만...시장바닥 같았음. 선생님이 저걸 어찌 참고 보나 궁금할 정도) 모습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했더군요.

저희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대부분 집중 잘 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이 대견했어요.
그리고 느낀게 학교에서 저렇게 집중해가면서 4~5시간 이상 보내고 오는데
학원이나 과외를 서너가지씩 다니면서 거의 종일 저 수준의 집중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아이들의 나이에 비해 지나친 요구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집에 오면 충분히 쉬고 하고싶은 걸 하게 해줘야 겠다...생각했죠.

오늘도 아이와 함께 걷는데 아이가 먼저 오늘 수학시험 봤다고 얘길 꺼냈어요.
어떤 내용으로 시험봤냐고 물었더니 곱하니 나누기 분수 시험을 봤대요.
풀만했냐 물어보니까, 생각보다 쉬웠고 풀만했대요.
"전에는 분수가 어렵게 느껴지고 곱하기로 분수를 풀수 있다는게 조금 이해가 안됐었는데
며칠 전에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이해가 됐어요. 숫자가 복잡해서 계산하는데 시간은 걸리지만 원리를 확실히 알게 되니까 어렵지는 않았어요. 만점 받았으면 좋겠다~~"
하고 재잘재잘 얘기하더군요.

집에 와서는 종일 뒹굴거리며 책 보거나(책상에 앉아서 따로 공부 거의 안 함... 숙제도 일주일에 한번 일기와 독서록 외에는 거의 없음)
놀이터 나가서 동생이랑 실컷 놀다 씻고 자는 게 일과라 공부에 대한 생각은 요만큼도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였어요.
정말 아이의 바람대로 만점을 받았을지, 몇 개 틀렸을지 알 수 없지만
아이가 시험에 대해 불필요하게 두려워하지 않고 엄마아빠에게 감추지 않고 말할 수 있다는 거
나름 혼자 배운 것을 새기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게 기뻤습니다.

아이에게 뒹굴거릴 시간,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정말 필요한 일이구나 느꼈어요.
아직 저학년이라  느긋할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앞으로도 쭉 이렇게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IP : 180.224.xxx.20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7.4 5:37 PM (218.50.xxx.145)

    좋은엄마시네요. 저도 님 생각에 동의하는데 쉽지 않네요

  • 2. ...
    '13.7.4 5:53 PM (175.194.xxx.226)

    저희 아이들도 학원하나 안보내고 집에오면
    뒹굴뒹굴 거리면서 책읽고 작문연습하고 그러는데
    사춘기도 무난하게 잘보내고 있어요
    아이도 쉴시간이 필요합니다
    자기시간을 자유롭게 쓰니 창의력도 좋아지고
    공부도 알아서 열심히 하고 그러네요

  • 3. 저도 노력중
    '13.7.4 5:57 PM (119.64.xxx.150)

    어제 만난 고3 엄마가 하는 말이 아이들이 수단이 되는 공부는 하는데 막상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없다네요.

    어릴 때 충분히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몰입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구요. 그러려면 빈둥거릴 시간이 필요한

    데 엄마들의 조급함 때문에 빈둥거리는 아이를 가만 두지 않잖아요.

    저도 초 3 아이를 둔 엄마라서 원글님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래도 다음 주 기말고사라고 문제집은 풀려야 맘이 안심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 4.
    '13.7.4 6:02 PM (183.39.xxx.56) - 삭제된댓글

    그래서 울 초6아들 이제 6-2수학 간신히 선행하는데 혼자서 하고요, 중23까지 선행한 애들보다 수학 잘합니다. 점수 월등히 높아요. 여백의 미.. 중요하고요, 혼자 충분히 하게끔 시간주고 “기다려주는 것” 필요합니다.

  • 5. 아이
    '13.7.4 6:04 PM (58.236.xxx.74)

    기질에 따라 아이가 너무 게으른 스타일은 또 안 먹힐 수가 있는데요.
    그래도 아이에게 여유를 주는 건 엄마의 자신감인 거 같아요,
    그래서 아이 닥달하기보다 제가 좀 공부 하려고 해요. 내가 심지 분명하면 막연한 불안감에 조종되서
    아이에게 과도하게 집중하지 않을 거 같아서요.

  • 6. 저도...
    '13.7.4 11:13 PM (115.143.xxx.32) - 삭제된댓글

    저는 아직 아이가 1학년이지만 저랑 같은 성향과 생각이시네요. ^ ^
    저희 아인 일주일에 두번 선생님이 오셔서 피아노 치는게 다구요...하루 종~~~일 놀아요.
    아이 학교는 수학만 단원 평가라는 것을 보는데 여태껏 4번 봤어요.
    그런데...지난 주에 갑자기 단원평가를 잘 본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더라구요.
    누구는 다 맞으면 롯데월드 간다더라, 누구는 뭘 사준다더라...그러니 우리도 롯데월드 가자고...
    그리고 그전엔..누구는 만점 못 맞으면 혼난다던데 나도 그럼 혼나는 거냐고 묻기도 했구요.
    아이와 얘기를 해봤는데...공부를 왜 한다고 생각하냐 물었더니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더라구요. 주변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전 평소 아이에게 엄하게 하는 계모표 엄마이지만 유일하게 학습과 관련해서만 관대하거든요.
    학습과 관련해서는 절대고 혼내지도 화내지도, 그리고 과하게 칭찬하지도 않아요.
    그런데...이런 말을 해서 많이 놀랐고...어떻게 알아듣게 설명해야 하나 싶네요.
    자기만 학원을 다니지 않아 외토리라며...학원에 보내달라는 말도 하구요.
    친구들 다 학원가고 나면 혼자 놀다가 심심해지니 일기도 써보고, 구구단도 외워보고, 수학식을 만들어서 풀어보기도 하고 하면서 스스로 학습을 놀이삼아 지내더라구요.
    아이들에겐 정말로 뒹굴거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73990 1996년여름히트곡들으니 눈물이나요 3 바보 2013/07/15 1,781
273989 아폴로 달착륙은 거짓이였을까요 ? 32 달착륙 2013/07/15 5,934
273988 여자의 인생은 기승전남인가요? 35 ........ 2013/07/15 10,961
273987 마포 옛맛불고기 갈비탕은 어떤가요? 3 양파깍이 2013/07/15 1,894
273986 (급질) 노트북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어요 10 고민맘 2013/07/15 1,582
273985 아파트관리비에 포함된 유선방송료 내시면서 15 이상해 2013/07/15 13,155
273984 스타일은 스타일, 예의는 예의. 5 대체 2013/07/15 2,175
273983 간헐적단식 중 야채쥬스는 괜찮을지요 7 간헐적단식 2013/07/15 5,836
273982 슬픈 사랑영화 추천해주세요 이뤄지지않아 더 슬픈 42 슬픈 2013/07/15 7,030
273981 강릉에서 지리산 청학동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4 여행객 2013/07/15 940
273980 팔자주름이 패여버려 미치겠어요ㅜㅜ 11 ///// 2013/07/15 5,863
273979 비가 또 오네요 모모 2013/07/15 938
273978 분당 시암웰빙 머하는곳. 123 2013/07/15 881
273977 영어문장 질문 하나요... 2 공부 2013/07/15 809
273976 장염이면 속도 매스껌나요? 6 또또치 2013/07/15 1,953
273975 꺼진 볼살 때문에 지방이식 5 볼살 2013/07/15 3,424
273974 거제 씨팰리스호텔 가보신 분 계세요? 3 거제도 2013/07/15 3,044
273973 은행대출이자요(질문) 3 궁금 2013/07/15 1,033
273972 컴퓨터 도와주세요 6 컴터고장 2013/07/15 740
273971 어제 같은반여자애 둘이 고백을 했다는데요.. 12 많이난감 ㅠ.. 2013/07/15 4,416
273970 거실에 개미출몰 했어요 1 개미아짐 2013/07/15 1,030
273969 식칼에 손을 베었는데 어쩌죠? 10 ㅜㅜ 2013/07/15 3,855
273968 의사와 결혼한 친구가 때깔이 달라졌을 때 42 오늘하루 2013/07/15 25,124
273967 [단독] ‘성추행 혐의’ 윤창중 곧 미국 경찰에 출두할 듯 5 간만에훈훈 2013/07/15 1,801
273966 경주 수영자 팬션 추천 해주세요^^ 1 여행 2013/07/15 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