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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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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시인의 <엄마걱정>

123 조회수 : 3,295
작성일 : 2013-07-04 09:34:53

엄마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어제 중1 딸래미 국어 학습지에 보니 이시가 있더군요..

읽어보니 너무 맘이 아린거 같아서 한번 읽어보라고..참 슬프다..했는데..

읽고나서 하는 말이..<엄마가 안와서 기다리는 건데..뭐가 슬퍼?> 이러더군요..^^;;

IP : 183.106.xxx.61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ㅁㅁ
    '13.7.4 9:38 AM (115.22.xxx.15)

    저도 이 시 볼 때마다 마음이 뭉클하고 찡해요.
    요즘은 중1때 기형도 시를 배우나보군요.
    대학때 교양수업(국어)에서 좋아하는 작가에 기형도를 적어냈더니
    '기형도를 다 아니?'라고 펜으로 적어서 돌려주신 교수님도 계셨는데 ㅎㅎㅎㅎㅎ

  • 2.
    '13.7.4 9:53 AM (175.223.xxx.174)

    아침 부터 좋은시!
    감사합니다.

  • 3. 넌씨눈댓글이지만..ㅎㅎ
    '13.7.4 9:56 AM (49.143.xxx.161)

    5살 딸내미 유치원에서 양희은의 백구노래 들려줬대요..눈물이 나는 것 억지로 참았다고 하네요..ㅎㅎ

  • 4.
    '13.7.4 9:57 AM (61.43.xxx.144)

    요새 애들이 열무 삼십단이 얼마나 무거운지 그 풋내며 머리 위에 얹는 도넛모양 받침대에 시달려 빠져가는 머리 고단하 컴퓨터는 고사하고 테레비도 없고 책도 몇권 없는 외따로 떨어진 집에 혼자 있는 심심하고 괴괴함 해가 지면 고대로 어두워지는 동네.. 뭐하나 겪어본 게 없으니 이입할 데가 없겠죠. 저만해도 도시에서 줄곧 살았지만 시어 하나하나 공감각족으로 다가오지만요.

    한두세대 전과 요새애들 너무나 환경이 달라졌어요. 태어나서 한시도 감각적 자극물 없던 시간이 없었던 애들이 얼마나 우리와 다르게 클런지 그 이질감 자체가 좀 무섭기도 해요.

  • 5. 공주병딸엄마
    '13.7.4 10:06 AM (14.39.xxx.102)

    저도.. 잘..

    아이가 혼자서 엄마 기다리는게 슬픈건가요??

  • 6. 우리 아이는
    '13.7.4 10:10 AM (118.33.xxx.238)

    집에 혼자 있는 게 소원인데요...
    컴퓨터 Tv 실컷 하게.

  • 7.
    '13.7.4 10:12 AM (221.160.xxx.179)

    전 울고싶을때 조용히 이 시를 읊조려요.
    찬밥처럼 방에 담긴..아이가 나라고 생각되면 얼마나 눈물이 나는지..

  • 8. 부모자식권력관계
    '13.7.4 10:15 AM (14.37.xxx.75)

    너무나 엄마 엄마하면서 눈물 빼는듯한 분위기도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아요

  • 9. 바로 윗 댓글 아 님과
    '13.7.4 10:15 AM (218.50.xxx.248)

    정말 동감입니다
    즉각적 자극적 감각적 파격적 원시적이고 과감하기만 한게 제대로인양... 매체들이 쏟아내는 대량의 콘텐츠들 습성이 대부분 이런식이라 어떻게 가려내주기도 쉽지않죠
    생태적 환경적 느림의 미학등의 개념을 곱씹지않고 어설프게 갖다붙혀 고상한척 멋부리는 문화들도 많구요

    강아지똥 연극보고 슬프다 엉엉울던 5살 꼬마아들이 그 소박한 자연감성 잊지않고 커가기를 바라지요

    잿빛하늘인 오늘 기형도 시집 꺼내봐야지 싶네요

  • 10. 가슴아려..
    '13.7.4 10:17 AM (155.230.xxx.55)

    좋은시 감사합니다.
    저희 아이도, 저 시를 읽고 가슴아파할 줄 아는 감성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 11. ..ㅅ
    '13.7.4 10:17 AM (211.36.xxx.142) - 삭제된댓글

    이 시 읽을때마다 사무치게 다가와요
    엄마를 기다리던 제 유년시절이 생각나서요
    찬밥처럼 엄마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는지라.

  • 12. 123
    '13.7.4 10:22 AM (183.106.xxx.61)

    저희 신랑에게도 보여줬더니..별다른 감흥이 없더군요..
    환경적 영향도 있겠지만..
    이성적인 사람..감성적인 사람이 같은걸 봐도 느끼는게 다르니..^^
    한배에서 나온 작은애(엄청 감성풍부함)는 이 시 읽어주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네요..^^

  • 13. 동글이
    '13.7.4 10:33 AM (125.128.xxx.13)

    어린시절 집이 가난해서 제대로 된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거의 방치되어서 부모는 노동일에 힘들어서 그냥 밥만먹고 살았던 사람들은 그대로 감정이입 하겠지요
    하지만 요즘 애들처럼 부모 맞벌이해도 할머니나 베이버시터에게 케어를 받은 경우는 아마 이해 못할거라 생각하면서도 좀 슬퍼지네요
    이런 서글픔, 서러움 등의 감정도 타인의 공감능력에 참 도움이 될텐데요
    시 한편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참 어렵습니다...

  • 14. 아...
    '13.7.4 10:43 AM (223.62.xxx.107)

    울컥하네요
    저의 어린 시절이 떠 오르면서.
    엄마가 저한테 별 신경도 못 써줬는데도
    저는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리곤 했었지요...

  • 15. ...
    '13.7.4 10:58 AM (66.234.xxx.119)

    그 열무 삼십단을 팔아야만 했던 거죠, 엄마는...
    그래서 해가 저물고 비가 고요히 내리도록,
    어두운 방안에 배곪으며 홀로 남겨져있는 막둥이가 걱정되어도
    쉬이 돌아오지 못하는 거고,
    가난함의 등시림과 싸늘함속에 자라나 자신을 찬밥같은 존재로 인식하는 시인은
    어두움과 배고픔 서글픔으로 홀로 훌쩍이는 거구요.

    이런 정서를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은
    행복한 곳일까요, 무서운 곳일까요.

    배고픔은 줄어들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슬프고 외롭고 아픈 사람은 많아요. 어쩜, 배고픈 그 시절보다 더 많을지도...
    다만, 미디어와 세상의 관심에서 점점 벗어나며 잘 안보이는 거죠.
    그리고 밝은 곳의 사람들은 점점 더 무감각해지고 있는 겁니다.

  • 16. 문득 생각나네요
    '13.7.4 11:02 AM (66.234.xxx.119)

    기형도의 죽음 이후,
    그의 영혼 깊숙이 뿌리박은 외롭고 서늘한 배고픔과 불안함, 고독을 얘기하던 어떤 평론가의 글...
    그 때 그가 말한 기형도 정서의 단적인 예가 바로 이 시였어요.
    기형도는 잠을 잘 때도 편안하지 못하고 팔을 괸 불안한 자세였다고...
    어린 시절의 외로움과 서러움, 가난이 남긴 여러 상채기가 훗날
    기형도를 떠도는 불안한 영혼으로 만들었다, 대충 그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때 그 글을 읽고 당시의 내 모습과 겹쳐지며 몹시 울었던 일도 문득 떠오르네요.

  • 17. 흠..
    '13.7.4 11:12 AM (218.237.xxx.73)

    읽으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고이는 시....
    저희집 초등학교 6학년 딸도 전혀 슬프게 느끼질 않더라구요.
    그러면서도 김수현 나오는 은밀하게.... 영화는 끅끅 소리까지 내더라는...

  • 18. 크크
    '13.7.4 11:40 AM (1.241.xxx.96)

    저도 작년에 중1이던 아들놈 국어 봐주다가 제 감정에 슬퍼서 읽고 또 읽고 ...
    덕분에 그 시가 시험에 나와 다 맞았던 기억이,
    원글님은 따님이지요. 전 아무 생각없는 아들놈 앉혀놓고 혼자 읽으면서 눈물
    글썽했던 기억이 나네요.

  • 19. 이원수 시
    '13.7.4 11:44 AM (125.243.xxx.66)

    우리 어머니
    이원수

    언제나 일만하는 우리 어머니
    오늘은 주무세요. 바람없는 한낮에,
    마룻바닥에.

    코끝에 땀이 송송
    더우신가 봐
    부채질 해드릴까.
    그러다 잠 깨실라.

    우리 엄만 언제나 일만 하는 엄만데
    오늘 보니 참 예뻐요, 우리 엄마도.
    콧잔등에 잔주름
    그도 예뻐요.

    부채질 가만가만 해드립니다.


    저는 이시도 참 좋아하는데..

    아 엄마 보고싶다.

  • 20. dma
    '13.7.4 12:39 PM (175.113.xxx.54)

    저도 잘 보고 읊을때마다 눈물 나는 시 하나 올립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어리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깍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즈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마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 21. //
    '13.7.4 1:04 PM (112.147.xxx.24)

    기형도 엄마걱정 참 좋네요..

  • 22. 감동!
    '13.7.4 2:23 PM (112.149.xxx.81)

    그 열무 삼십단을 팔아야만 했던 거죠, 엄마는...
    그래서 해가 저물고 비가 고요히 내리도록,
    어두운 방안에 배곪으며 홀로 남겨져있는 막둥이가 걱정되어도
    쉬이 돌아오지 못하는 거고,
    가난함의 등시림과 싸늘함속에 자라나 자신을 찬밥같은 존재로 인식하는 시인은
    어두움과 배고픔 서글픔으로 홀로 훌쩍이는 거구요.

    이런 정서를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은
    행복한 곳일까요, 무서운 곳일까요.

    배고픔은 줄어들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슬프고 외롭고 아픈 사람은 많아요. 어쩜, 배고픈 그 시절보다 더 많을지도...
    다만, 미디어와 세상의 관심에서 점점 벗어나며 잘 안보이는 거죠.
    그리고 밝은 곳의 사람들은 점점 더 무감각해지고 있는 겁니다.

    22222222222222222

    원글도 댓글도 정말 마음 시리네요.
    이 댓글 쓰신 분은 어떤 분이시진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마도 작가분 아니신가 싶네요.
    비 오는날 이런 좋은 글들 읽을수 잇어 참 감사합니다.^^

  • 23. 감동!
    '13.7.4 2:24 PM (112.149.xxx.81)

    아우~요글 지우지 마세요.
    요즘 글 삭제하는 분들이 넘 많아서^^

  • 24.
    '13.7.4 3:25 PM (182.218.xxx.10)

    원글 따님도 그렇지만 댓글에도 이게 왜 슬프냐니.....
    공감능력 결여된 사람들이 있다더니 진짜였네요.
    비난이나 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 25. ok
    '13.7.5 3:34 PM (59.9.xxx.20)

    요즘 아이들뿐만 아니라 청소년, 다 큰 어른도 이런 정서를 이해못하는게 슬픕니다
    얼마전에 순수한 부잣집 딸로 태어나고 싶다던 글...
    모든게 풍부하기만하고 넘쳐나서 주위의 하찮고 서러운것들을 돌아볼 여력도 없는 삶.
    공주처럼 편안하고 아무 생각없는게 순수하다고 느낀다니..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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