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없어요.
아마 엄마가 냉장고 청소를 하긴 하셨을텐데 저희가 학교간 사이에 하셨겠죠.
화장실 청소나 창틀 청소, 가스렌지 싱크대 청소 이런것도 아마 저희가 학교간 사이에 하셨던거 같아요.
엄마 방침이 저녁에 가족이 다 집에 오면 같이 밥먹고 식기세척기에 다 같이 설거지거리 넣고 (저는 헹구고 제 동생은 넣고 아빠는 날라다 주고 엄마는 식탁닦고) 돌리고
같이 놀다 잔다... 이런 식이었던거 같아요.
방학때도 독서실을 가거나 학원을 가거나 하니까 집에 있는 날은 엄마랑 피자 먹으면서 라디오 듣고 얘기하고 그랬던거 같아요.
이건 아마 남편도 마찬가지였던거 같아요.
아무튼 둘이 결혼을 했는데 냉장고가 뭔가 계속 더러워져 가고
김치국물이랑 머리카락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막 붙어있으니 구역질이 나오고
야채칸은 오래된 부추 이런데서 나온 노란 물이 살얼음으로 되어있고
뭔가 냄새도 나고 넘 더러운데
어캐 해야되는건지 몰라서 엄마한테 전화했어요.
엄마가 응 퐁퐁으로 닦아. 해서
아하 하고 초록수세미에 퐁퐁을 묻혀서 내부를 박박 닦고 외부는 끈적끈적하길래 유리창세정제로 박박 닦았어요. 그러다 남편이 자기야 락스로 닦으면 소독되는거 아니야? 해서 어디서 본건 있어서 대야에 락스 담아서 (원액이었어요) 맨손으로 스폰지에 묻혀서 닦다가 남편은 손톱 밑이 손톱이랑 살짝 분리됨...
암튼 그러고 나니 냉장고에서 거품이 보글보글 생기기 시작했어요. 거품이 얼고...
그래서 인터넷 찾아보니 빨아쓰는 키친타월에 식초 묻혀서 닦으면 소독되고 좋다고;;
남편은 빨아쓰는 키친타월 사러 나가고...
그때 다시 보니까 초록수세미로 박박 문지른 부분들은 기스나고 난리가 아니더라고요.
또다시 힘내서 식초로 닦고 나서 엄마한테 엄마, 인터넷 보니까 키친타월에 식초 묻혀서 닦는거래. 엄마 말대로 했더니 냉장고가 미끈거리자나... 했더니
엄마가 그때서야 어우야 그거 냉장고 선반을 빼서 물에 담궈서 퐁퐁으로 닦으란 거였다고;;;
그때 남편이랑 저랑 냉장고 선반이 탈부착 가능하다는걸 첨 알았어요.
신혼때는 그런 일들이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이제는 냉장고 청소를 안하고 살아도 냉장고라는게 크게 더러워지는게 아니라는걸 알게 됐고 그렇게까지 식초로 박박 닦고 그럴 필요는 없고 애초에 뭘 안흘리고 오래된 음식물은 바로바로 버려주고 그러면 된다는걸 알게 돼서 훨씬 편해요.
아 정말 처음 결혼했을때 얼마나 하루하루 어려운 일들이 많던지...
그런데 둘이니까 그냥 콘도에 왔다 하고 대충 살아도 됐던걸 또 살림 잘해보겠다는 열의는 넘쳐서
인터넷도 찾아보고 엄마한테 물어보고 근데 그걸 다 글로 배우니까
걸레는 삶는거래 하고 빨지도 않은 걸레를 푹푹 삶아서 온 집안에 썩은 걸레 냄새를 퍼지게 하고
화장실 벽이랑 천장도 닦는거래 하고 또 락스로 닦다가 천장에서 락스 똑 떨어져서 눈에 들어갈 뻔 하고
남편이랑 둘이 거의 매일 쌩쑈하고 살았던거 같아요.
나중에 저희 애가 결혼하면 1. 냉장고 관리하기 2. 화장실 청소하기 3. 바닥 청소하기 4. 베란다와 전실 청소 이런걸 다 매뉴얼화해서 파일로 만들어서 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