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고 하잖아요.
저희 엄마한테 저는 덜 아픈 손가락입니다.
세세한 비교나 그 간에 있었던 일 전부 다 생략하더라도
해외여행 다녀오면서 제가 드린 선물 같은 거,
결혼하기 전 집에서 쓰던 물건 중 좀 쓸만한 것들,(일부러 부모님 쓰고 계셔서 놔두고 온 것들)
저희 엄마는 다 제 여동생 주십니다.
어제 남편과 같이 친정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는데,
제가 지난 주에 선물해드린 실크 스카프가 동생 책상 위에 떡하니 올려져 있습니다.
디자인이나 색상이 젊은 동생한테는 어울리지도 않는 그런 스카프를요.
왜 주셨냐 했더니 너희 동생 맨날 회사 다니니까 줬다고 하세요.
참고로 저도 회사 다니고, 저희 엄마도 아직까지 다니시는 곳이 있습니다.
동생만 회사다니지 않아요.
여동생은 곧 시집가고, 딱히 저보다 처지가 나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좋은 회사 다니고, 어쨌건 자기 해야 할 일은 다 하고 사는 괜찮은 동생입니다.
저 역시 동생이랑 고만고만하고, 현재로서는 딱히 누가 더 낫네 할 만한 건 없습니다.
20대 초중반에는 그런 차별(엄마는 아니라고 펄쩍 뛰시지만)에 일일이 분노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일들에 상처받는 내 마음도 좀 알아달라고 얘기해왔습니다.
그렇다고 저희 엄마가 편애를 절대적으로 하시는 그런 분은 아닙니다.
제 나이또래 부모님들이 모두 그렇듯이 두 자식 모두를 위해 희생적으로 살아오셨고,
저에게도 잘 해주십니다.
하지만 왜 크지는 않지만 몇몇 지나칠 수 있는 구석들에서
저는 어릴 때부터 아… 우리 엄마가 참 살뜰히도 동생을 챙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어린 마음에 상처받은 적 많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부모에게 분노하는 내 마음 속 어린아이를 이제 놔줘야겠다는 생각에
뭔가 다 이유가 있겠으려니 했는데, 어제도 전 좀…. 슬펐어요.
집에 오는 길 차 안에서 엉엉 울면서 남편한테 이런 얘기했는데 별 말 없이 다독여줬어요.
찌질한 아내라고 비난하지 않고요ㅋㅋ
이젠 저보고 네가 언니니까 참아라, 넌 더 많이 누리고 살았잖니 라는 말 대신에
그냥 있는 그대로 내 감정을 그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전 좀 위안을 받았어요.
나이 먹고 후회할까 제 딴에는 고생 많이 하신 엄마께 좋은 거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친정이든 시댁이든 적당히 거리 유지하고 지내면서 제 가정에 충실 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