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 친정 엄마

KAZA 조회수 : 1,489
작성일 : 2013-07-01 10:34:24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고 하잖아요.

저희 엄마한테 저는 덜 아픈 손가락입니다.

세세한 비교나 그 간에 있었던 일 전부 다 생략하더라도

해외여행 다녀오면서 제가 드린 선물 같은 거,

결혼하기 전 집에서 쓰던 물건 중 좀 쓸만한 것들,(일부러 부모님 쓰고 계셔서 놔두고 온 것들)

저희 엄마는 다 제 여동생 주십니다.

 

어제 남편과 같이 친정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는데,

제가 지난 주에 선물해드린 실크 스카프가 동생 책상 위에 떡하니 올려져 있습니다.

디자인이나 색상이 젊은 동생한테는 어울리지도 않는 그런 스카프를요.

왜 주셨냐 했더니 너희 동생 맨날 회사 다니니까 줬다고 하세요.

참고로 저도 회사 다니고, 저희 엄마도 아직까지 다니시는 곳이 있습니다.

동생만 회사다니지 않아요.

 

여동생은 곧 시집가고, 딱히 저보다 처지가 나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좋은 회사 다니고, 어쨌건 자기 해야 할 일은 다 하고 사는 괜찮은 동생입니다.

저 역시 동생이랑 고만고만하고, 현재로서는 딱히 누가 더 낫네 할 만한 건 없습니다.

 

20대 초중반에는 그런 차별(엄마는 아니라고 펄쩍 뛰시지만)에 일일이 분노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일들에 상처받는 내 마음도 좀 알아달라고 얘기해왔습니다.

 

그렇다고 저희 엄마가 편애를 절대적으로 하시는 그런 분은 아닙니다.

제 나이또래 부모님들이 모두 그렇듯이 두 자식 모두를 위해 희생적으로 살아오셨고,

저에게도 잘 해주십니다.

 

하지만 왜 크지는 않지만 몇몇 지나칠 수 있는 구석들에서

저는 어릴 때부터 아… 우리 엄마가 참 살뜰히도 동생을 챙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어린 마음에 상처받은 적 많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부모에게 분노하는 내 마음 속 어린아이를 이제 놔줘야겠다는 생각에

뭔가 다 이유가 있겠으려니 했는데, 어제도 전 좀…. 슬펐어요.

집에 오는 길 차 안에서 엉엉 울면서 남편한테 이런 얘기했는데 별 말 없이 다독여줬어요.

찌질한 아내라고 비난하지 않고요ㅋㅋ

이젠 저보고 네가 언니니까 참아라, 넌 더 많이 누리고 살았잖니 라는 말 대신에

그냥 있는 그대로 내 감정을 그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전 좀 위안을 받았어요.

 

나이 먹고 후회할까 제 딴에는 고생 많이 하신 엄마께 좋은 거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친정이든 시댁이든 적당히 거리 유지하고 지내면서 제 가정에 충실 하려고 해요.

IP : 168.248.xxx.1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은
    '13.7.1 10:41 AM (180.65.xxx.29)

    야무지고 알아서 잘하고 동생은 엄마눈에 어설퍼 보이나봐요

  • 2. 저도 그래요
    '13.7.1 10:47 AM (121.140.xxx.135)

    아들딸 뿐만 아니라 친손자 외손자 차별하고 외손자들 중에서도 예쁜딸자식/덜예쁜딸자식네 아이들 차별합니다.
    정말 나이 사십 될때까지 원망과 풀어짐 반복...매번 다짐합니다. 엉뚱한데 에너지 쏟지 말자고.
    그 에너지 좋은 데 썼으면 엄청나게 발전했을 듯 싶네요.

  • 3. 조심스럽게
    '13.7.1 10:49 AM (58.225.xxx.34)

    굳이 편애라기보다

    쓰던 거 필요없으니까 친정에 두고 갔나보다
    나(엄마)보다 더 필요해 보이니 늙은 나는 아무렇게나 지내도 되니
    (아직 시집 못간 직장생활하느라 힘든)둘째 딸에게 주자

    받은 스카프를 주신 것도....

    원래 남의 가정사나 남녀관계는 관여하고 싶지않다는 주의지만
    좀더 이해하시고 보시면...??

    그리고 엄마와 부드러운 대화를 하시고 표현하세요
    등진 모녀지간도 아닌데 안타깝네요

  • 4. ...
    '13.7.1 10:49 AM (223.62.xxx.94)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하지만 손가락도 길고짧은건 있습니다
    그냥 그러려니하세요

  • 5. 원글
    '13.7.1 11:15 AM (168.248.xxx.1)

    저도 엉뚱한데 에너지 쏟지 말고 내 삶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대부분은 그냥 넘기는데요,
    가끔은 좀.. 저도 제 마음이 아직 완전히 내려놓지 못해서 그런건지 화가 났어요.
    동생이나 저나 다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데
    엄마는 항상 저한테 동생 잘 챙겨라, 외할머니 잘 챙겨라 하시네요.
    잘 하고 싶다가도 어느 순간 강요처럼 느껴질 땐 거부감 들어요.

  • 6. ..
    '13.7.1 12:14 PM (1.224.xxx.197)

    편애는 아니구요
    저두 좀 그런편인데
    큰딸은 저자신이랑 동일시하게되더라구요
    그만큼 가깝고
    말을 구태여 안해도 뭐든지 이해해준다는 그
    런 느낌일거예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76403 통돌이 세탁 헹굼물이 뿌예요 3 정 인 2013/07/20 1,411
276402 유대인이 그리 악해요?? 20 시에나 2013/07/20 5,180
276401 최고의 드라마 2 추노 2013/07/20 1,256
276400 어디서 할수 있을까요? 후원 2013/07/20 477
276399 설국열차 기대되네요, 봉준호 대단해요 5 크리스 에반.. 2013/07/20 2,510
276398 이혼한 전 부인의 아버지 장례식 참여 여부 32 토요일 2013/07/20 20,783
276397 대구 시지에 6 세상에나 2013/07/20 1,133
276396 파리바게트 우유 평범해요 4 .. 2013/07/20 2,285
276395 이서진이 문자로 헤어짐 통보한것.. 일반인중에도 이런 사람 많지.. 55 .. 2013/07/20 32,993
276394 현대자동차 정말 너무 하군요 1 ... 2013/07/20 1,329
276393 돼지고기 1 아까워 2013/07/20 986
276392 요즘읽은 책 1 추천 해주세.. 2013/07/20 1,027
276391 에어컨 제습도 냉방만큼 전기세 나와요? 8 2013/07/20 5,248
276390 요즘은 교직과목 이수를 아무나 못하나요?? 12 교직과목 2013/07/20 2,301
276389 고1 수학영어 5등급이라네요 14 등급 2013/07/20 3,796
276388 꿀꿀한날에 귀요미송 보세요 ^^ 1 딸뽐부~ 2013/07/20 691
276387 대치동 문과논술 오늘 찾아가보려구요. 8 형식적 2013/07/20 1,749
276386 일상적인 미국영화 1 긍정777 2013/07/20 1,086
276385 무말랭이. 3 먹느냐마느냐.. 2013/07/20 1,091
276384 부산에서 촛불문화제 ,콘서트 하네요. 신나요 4 생중계 2013/07/20 919
276383 오븐에 심겹살 구우려면 몇분 돌이면 되나요? 7 돼지 2013/07/20 1,750
276382 회계사들 성과급 많이받나요? .. 2013/07/20 1,414
276381 82는 정말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은거 같아요 25 -- 2013/07/20 9,874
276380 이불솜이요.. 면봉을 구입.. 2013/07/20 868
276379 5000짜리 전세집 살면서 600넘는 가방이 대수인지 70 ..... 2013/07/20 15,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