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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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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3년 (행복하세요~~!!)

.. 조회수 : 2,734
작성일 : 2013-06-29 13:47:35
벌써 결혼 13년이 다 되어가네요..
남편을  제가 대학졸업반때 알바를 했던곳에서 만났어요..
근무중에 이제 막 대학졸업한 뭔 시덥지 않은 신입사원 남자가 자꾸 와서 시비걸길래 속으로 화딱지 나게 재수없어..그런 남자였어요..ㅋㅋㅋ
제가 남자에게 인기는 좀 있는 편이었으나 엄마의성향(보수적)의 영향도 크고 종교적인 영향도 있어서  순결컴플렉스가 커서 나도 사람이기에 속으로 좋아하는 남자는 있었으나 정식으로 사귀어본적은 없는 모태솔로였죠..
또한 어느정도 괜찮은 사람이면 사귀어보려고 노력은 해보았으나 이성간의 스킨쉽의 결벽증이 심했던 내겐 않되더군요.ㅠㅠ
남편은 그런 내게 완벽하게 결벽증따윈 생각나지도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내 연분임에는 의심치 않아요..(결혼생활중에 몇번의 부부싸움에도 사네마네 속으로 생각은 해도 이건 정말 의심치 않아요..웃기죠 ㅎㅎ)
정말 10개월동안 명절 딱 하루 빼고 매일매일 만나 열정적으로 사랑했어요..
그때는 첫사랑이라 남자에 대해 몰라 결혼전에 힘든내색은 몇번 보였지만 결혼할때까지 내 순결을 지켜주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남편이 자취해서 데이트비용 아끼고자 밥해먹고 티비보는게 대부분이었는데 남편에게 고마워요.나를 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참을인자를 새겨가며 잤을지도..ㅎㅎ
남편은 집이 가난했고 학벌도 직장도 그냥 그런 다 나에비해 많이 쳐져서 친정엄마께서 반대가 심하셨어요.
정말 반대라는거... 불난집에 석유 뿌리는 격이 되더군요.. 헤어지려고 해봤으나 더 애절하고 사랑과 신뢰가 더 깊어지더군요..도저히 이사람과 헤어져서는 못살겠더군요.. 결국 친정엄마께서 져 주셨고...(지금 생각하면 너무너무 철없던...엄마 가슴에 피멍들게 해서 죄송해요...ㅠㅠ )
제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시댁엔 한푼 보조없이 남편이 벌어둔 2천만원으로 (친정부모님 몰래)대출 1천만원 받아 20평 복도식 임대아파트에서 신혼을 시작했어요.. 아이 갖는것도 몇년뒤로 미룬채 열심히 악바리처럼 살았어요..
다행히 24살과 남편 27살에 결혼했으니 한창 이쁠때였죠..꾸미지 않아도 이쁜나이...
남들보다 빨리 결혼해서 없이 시작하였으나 어느 선에서 만나지더군요...
부부가 과일을 엄청 좋아하는데도 과일 한번 않사먹었어요...미장원도 1년에 딱 한번...머리 컷트비 6천원도 아까웠어요..
어깨너머로 자르고 머리카락이 등의 2/3정도 내려오면 잘랐어요..
그당시 순대떡볶이세트가 3천원이었는데 그것도 참고참았어요..7천원짜리 치킨이 너무너무 먹고 싶은데...참았어요..
다행히 양곡,농산물,양념같은거는 농사짓는 시댁에서 보조해주셔서 2식구지만 식대는 별로 들지 않았어요..
3~4년을 그렇게 살았어요.. 사랑의 힘으로 힘든지도 모르고 살았어요..
자연피임을 했지만 막상 아이를 가지려하니 잘 않생겨서 27살의 젊은나이에도 친정엄마의 걱정으로 초조해지더군요..
맞벌이를 그만두고 병원다니고 자연으로 임신이 되서 그때서야 아이 위해 이쁜딸기도 사먹고 그랬네요..ㅎㅎ
결혼 5년만에 29살 봄에 아이도 낳고 집이 좁아 아이를 위해 과감히 침대도 없앴어요..살고 있는  임대아파트가 5년만기라서 그동안 열심히 대출도 갚고 모은돈으로 (당연히 지방이라 가능했겠죠..) 3천 대출받아 30평대 10년된 아파트를 사서 리모델링하고 이사했어요..(10년이 좀 지난 아파트인데 리모델링이 전혀 안되어있어서 싸게 사서 그 차액으로 꼭 필요한곳만 리모델링 했어요..ㅎㅎ)
복도식 20평 아파트에 살던 살림살이가 그대로 30평대 계단식 아파트로 왔으니 얼마나 않어울리고 넓었을까요..
저는 아직도 이사온 그 첫날밤을 잊지 못합니다..아마 평생 잊지 못하겠죠..
거실에서 주방 개수대까지 가는게 어찌나 멀고 넓은지... 침대도 없는 커다란 안방에서 3식구 자는데 등이 어찌나 시럽던지..30평대도 이렇게 넓고 좋은데 왜 사람들은 자꾸자꾸 40,50,60평대에서 살까...했어요..
정말 우리 힘으로 이렇게 집도 사고 뿌듯함에 가슴이 벅차올랐어요..아마 남들처럼 아파트전세라도 시작했다면 이런 뿌듯함...덜했겠죠..
그 뿌듯함은 아직도 돈으로도 살수 없는 큰힘이 되어줍니다..그곳에서 둘째도 낳았고...
아이들도 집에서 내손으로 직접 키웠어요..친정이 가까웠지만 아무리 내가 아파도 기대지 않았어요.. 내 자식 젊은 내가 봐도 너무너무 힘드니까요..
사실 집에서 육아와 살림만 하니 나도 사람이기에 이렇게 살거면 대학 4년은 왜 다녔을까..대학에 들어간 돈이면 지금 사는데 보태는게 좋았을텐데..하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철이 없었죠.. 대학 4년은 어떤것과 바꿀수 없는 내게 아름다운 추억과 교양을 쌓게 해주었는데 말이죠..
남편의 월급으로 적금도 넣고 10원 100원 아끼며 사는게 참 재미있고 행복했어요.
지금은 어찌어찌하여 남편이 개인사업자...자영업이라 4년째 같이 일하는데 운이 좋아서 잘 벌어요..남들이 말하는 자수성가인거죠.
많이 버는만큼 많이 쓴다는말이 맞긴 하지만 언제나 많이 버는것도 아니고 많이 벌때 더 아끼고 모으자 주의입니다...그래도 예전에 우리에겐 고민 백만번하고 치킨 부를까말까 하던 시절에 비하면 잘 씁니다..
이제 치킨정도는 먹고 싶으면 고민하지 않고 부르니까요..ㅎㅎ 행복해요...다만 살이 많이 찝니다만...ㅋ
하지만 우리 부부 원래 검소한데다가 또 그렇게 여지것 살아와서도 그렇지만 아이들 어릴때 아끼자 주의이고 사교육또한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의욕이 보이면 해준다주의입니다...
자꾸 사과나무보고 배 열려라 하며 어거지로 사교육이니 선행학습이니 하고 싶지 않아요..
영특하게도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7살부터 꿈이 경찰관이라고 확고해서 기특해요..언제 바뀔지 모르는 꿈이지만 꿈이 있는 아이...정말 기특합니다..꿈이 확고하고 그 꿈을 향해 성실하게 한다면 공부 별로 못해도 상관없어요.....삶의 주인공인 본인이 행복해야죠..^^작은거에도 기뻐할 수 있는 긍정적인 아이들로 키우고 싶습니다..
어쨋건 지금은 그 아파트를 벗어나 전원주택에 산지 9개월째인데 행복하네요..
아파트에만 살적엔 주택에 사는거 꿈에도 생각하기도 싫었는데 왠걸요.. 이제 아파트 들어가기가 싫어요..
특히 아이들 아직 어려서 층간소음 자유로워요..넓디넓은 텃밭에 여러가지 과실나무와 채소를 키워서 아이들 보고 자라고요.식비도 많이 절약되고 엄청 신기하고 재밌어요.. 무농약으로 직접 재배한 것들은 모양은 작고 않이뻐도 맛이 끝내줍니다. 손님들에게도 지인들에게도 나눠주는 기쁨이 너무 좋습니다... 방울토마토 빨갛게 익으면 알아서 따먹고 고추도 따고 감자도 캐고..아이들에겐 어떤것보다 값진 추억을 선물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사랑인 남편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고 정말 생활력 강하고 검소하며 성실하고 가정적이며 술,담배 않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아직도 내가 귀엽다는 눈빛으로 쳐다봐주고 긍정적이고 좋은 사람이라서 감사하고
시댁 가난하지만 사랑을 많이 받고 키워주셔서 감사하고 막둥이라고 쨘하게 생각해주시는것도 이뻐해주시는것도 감사하고
티비에서 보던 주인공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하는거 보면 공감이 되는 내게도 그런 사랑을 할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고 그 사랑의 버팀목으로 경제적으로도 어렵게 시작했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에 감사하고 우리힘으로 해냈다는 뿌듯함과 힘든시절 그렇게 함께한 신뢰와 애정이 본바탕이 되어주어 감사하고 부모니까 당연히 키워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공부시키고 결혼시키는거라고 생각했던  철없는 나를 깨닫게 해주었던 그 생활을 감사하고...
아직도 직접 해주신 음식을 맛보고 보고 싶으면 볼 수 있고 사랑한다고 전화해서 말할수 있는 부모님이 계심에 감사하고
가족들 모두들 건강함에 감사하고 내가 지금 일할수 있음에 감사하며 앞으로 가야할 꿈과 희망이 가득함에 감사하고 행복해요..
저의 행복바이러스 몽땅 쏴드릴게요~^^

생각나는대로 그냥 써서 글이 엉망이어도 이해해주세요...
82쿡님들 이해해줌에 감사합니다..^^

모두들 행복하세요!!!^^
IP : 220.124.xxx.28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공주병딸엄마
    '13.6.29 1:51 PM (117.111.xxx.66)

    성공적인 삶을 살고 계시네요.
    잼있게 읽었습니다~

  • 2. ^^
    '13.6.29 1:53 PM (59.28.xxx.171)

    이런 글 바람직합니다.
    계속 행복하게 사시구요 한번식 소식 다시 전해주세요.

  • 3. 장미
    '13.6.29 2:12 PM (124.49.xxx.101)

    행복하세요~~~

  • 4. 나도
    '13.6.29 2:22 PM (121.165.xxx.189)

    여런 며느리 보고잡다~

  • 5. 원글
    '13.6.29 2:42 PM (220.124.xxx.28)

    모두들...너무 몸둘바를 모를정도로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해요^^
    모두들 행복하시고 여러분들 덕분에 더더더더더 행복해요^^

  • 6. ㅇㅇ
    '13.6.29 2:56 PM (125.179.xxx.138)

    저까지 행복행복 해지네요. 짧은 동화 읽은 느낌입니다.
    남들이라면 몇번씩 절망이라고 느낄 수 있는 굴곡이 인생에서 없었을리가 없는데,
    그것도 다 추억이었노라고 말할 수 있는 님에게서
    한사람에게 신뢰와 사랑을 오랫동안 받아온 사람 특유의 긍정성과 낙천적인 기운이
    느껴집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쩜 그렇게 마음이 곱나요 ^_^

  • 7. ^^
    '13.6.29 3:39 PM (122.36.xxx.75)

    사람의 불행은 욕심에서 시작하는거같아요
    나의주어진삶에 욕심안부리고 만족하고 살면 행복하고 긍정적이게 살수있어요
    원글님글보고 더 배우고 가네요
    늘 행복하세요 쭈욱~!

  • 8. 윈윈
    '13.6.29 5:39 PM (114.200.xxx.150)

    남편도 부인 잘 만나셨고, 부인도 남편 잘 만나셨네요.

    일부 다른 여자들처럼
    남편이 돈 못벌어 온다, 시댁이 못산다며 무시하고 징징거리며 불평불만만 일삼으면
    아마 행복도 저리 가고 피폐한 삶만 남았을텐데

    정말 두분다 잘 만나신것 같아요.

  • 9. 원글
    '13.6.29 7:23 PM (220.124.xxx.28)

    정말 감사해요. 더욱 행복하게 잘 살게요. 여러분들도 많이많이 행복하세요♥♥♥

  • 10. rudal77
    '13.6.30 11:11 AM (223.62.xxx.58)

    부럽습니다.
    열심히 사셔서 값진열매 얻으셨네요.
    지금 가진거 잘 지키면서 행복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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