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편이 이직을 했어요.
어느 모로 보나 제 입장에서는 탐탁치 않았어요.
전 직장 상황 상 할 수 밖에 없어서 이직한 거라 선택의 여지는 없었지만
상명하복 문화, 휴가 눈치보고 쓰는 분위기, 이른 출근 시간, 급여수준, 예고 없는 즉흥적인 회식까지
제가 싫어하는 모든 요소를 총 집결한 회사였어요.
작은 회사는 아닌데 업종 특성 상 그런 분위기래요. 남편은 별 거부감 없이 자신은 괜찮다고 했고요.
저 역시 직장생활 하고 있어서 우리나라 직장 분위기 모르는 바 아니고,
매일 출근하는 본인이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하니 좋진 않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은 했어요.
근데 며칠 좀 이상한 분위기가 집안에 흐르더니만 결국 어제 터지고야 말았어요.
자기 좀 이해하고 칭찬해주면 안되냐, 이직부터 가사분담까지 나름대로 자기는 나름 노력하고 있는데
제 반응이 너무 시큰둥 하다는 거였어요.(저희는 결혼한지 얼마 안되는 신혼부부입니다.)
평범한 남자라도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칭찬 듣고 인정받고 하다 보면 결국엔 훨씬 나은 사람이 되는 거래요.
남자한텐 비난보다는 칭찬이 훨씬 효과적이라면서…여우 같은 여자들이 결국 능력 있는 남자랑 사는 건 다 이런 이유라고….
그러면서 자기가 제 인생에 없어도 되는 것 같아서 요새 너무 힘들다고 했어요.
그 얘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첨엔 남자가 쫓아다녀서 시작했던 20대의 연애가 결국 차이는 걸로 끝난 건
다 저런 이유였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정신이 퍼뜩…ㅜ.ㅜ
생각해보면 전 어릴 때 집에서 마구 폭풍 칭찬 받고.. 이랬던 기억이 없는 거 같아요.
공부도 잘하고 야무진 편이었지만 부모님은 그걸 당연하다 여기셨고요.
그래서 남을 칭찬하는 게 너무 어색하고 뭘 칭찬을 해줘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습니다….
머릿속으로 저 역시 남자에겐 칭찬이 훨씬 낫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하고 있긴 한데
제 입장에서 별거 아닌 걸 잘 했다고 궁디 팡팡을 하고 있자니 스스로 좀 어색합니다.
물론 남편 입장에서는 해본적 없는 걸 절 생각해서 열심히 했는데 제가 훗. 내지는 풉. 이러니까 자존심 상했을 거고요.
강아지도 아니고 사람을 폭풍 칭찬 한다는게 어찌보면 속이 뻔히 보이는 건데도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요.
아울러 칭찬방법도, 칭찬할 포인트를 찾아내는 방법도 익숙치가 않습니다ㅠㅠㅠㅠㅠㅠ
칭찬에 인색한 저를 좀 구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