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길냥이에 관한 기억

고양이 조회수 : 824
작성일 : 2013-06-27 02:26:29

어렸을 땐 고양이를 안좋아했어요. 무서워했죠. 고양이는 요물이야. 하는 어른들 말씀, 고양이에 대한 괴담들, 애드가 앨런 포우의 단편까지... 싫어했다기 보단 무서워했습니다.

 

주택에 살았던 어느 날, 쥐 쫓아낸다고 엄마가 노란 줄무늬 - 가필드 무늬 -의 아주 어린 고양이를 어디선가 빌려오셨어요. 쥐가 고양이 울음소리만 들어도 도망간다고 어린 고양이를 빈 방에 가두고 아무도 못 들어가게 했지요. 그 어린 냥이는 자기 임무를 알았는지 야옹야옹 한참을 울다가 갔는데 그때 그 새끼고양이가 너무 예쁘고 불쌍해서 그때쯤부터 고양이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던 것 같아요.

 

여기 들어오면서 고양이 특히 길냥이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아졌어요. 우리 동네 길냥이들도 눈여겨 보게 되었고 동네 동물 병원에서 길냥이들을 데려다가 키우면서 무료 분양 해주는데 지날 때마다 한참을  들여다보곤 해요.

 

몇 년 전에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네르하를 들리게 되었어요. 거기 지중해의 발코니인가 하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잖아요?

아, 내가 드디더 지중해를 직접 보게 되는구나 하며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막상 대면한 지중해는 뭐 그냥 바.다.  그런데 그 발코니라고 하는 곳에 고양이가 아주 많더라구요. 관광객이 많을 성수기는 아니었지만 워낙 유명한 곳이라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고양이들이 자유롭고 여유있게 돌아다니거나 누워 있었어요. 처음엔 근처 가게에서 파는 고양이들일까 싶었는데 숫자도 꽤 많고 그냥 길냥이들 같았어요.

그중 한 마리한테 다가갔더니 얘가 정말 오래된 주인을 맞이하듯 저를 아무 스스럼없이 대해주더라구요. 그러다가 제가 쭈그리고 앉았더니 제 무릎과 다리에 몸을 비비고 발라당 눕기도 하고 저를 아주 좋아하더라구요. 저는 얘가 왜이럴까 날 아는 고양이일까? 이역만리 사람조차 아는 이 하나없는 이곳에서?하면서도 느낌이 좋아서 한참 그러고 있었습니다. 다른 고양이들도 제게 다가와 환대를 해주었어요. 다들 저의 쓰다듬을 받고자 했죠. 제가 마치 고양이 여왕이 된듯한 기분이었어요.

모두들 길냥이 같아보였는데 상태가 아주 좋았어요. 살집도 충분히 있고 털도 지저분하지 않았고 손과 발도 깔끔했습니다. 잘 케어를 받고 있는 듯해서 참 행복해 보이더라구요. 일년내내 따뜻한 지중해 기후에서사람에 대한 경계심 없이 자유롭게 늘어져있는 고양이들.스페인 사람들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걸까요? 저를 참 좋아해주던 스페인 고양이들, 길냥이, 우리나라의 불쌍한 길냥이들 볼 때마다 생각나요. 고양이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들, 빨리 없어졌으면 합니다.

IP : 58.228.xxx.206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네 저두요 원글님
    '13.6.27 3:12 AM (112.219.xxx.251)

    길냥이들이 사람을 보고 흠칫 놀라고 공포에 떨고 숨거나 도망가지않고, 사람을 적대하고 경계하지 않고
    사람을 믿고 순하디 순하게 길에 누워 순딩순딩 딩굴딩굴 하는 나라가 되면...
    같은 사람들에게도 서로가 좀 더 너그러워진 나라일 때겠죠?
    우리나라는 사람살기도 너무 각박하지만 길고양이들에게도 너무 잔인해요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요물일까요?
    가까운 일본에서는 행운을 불러온다는 속설도 있고 복고양이라고 하죠 마네키네코 그것도 있고......

    종로인가 어느구에서 민원때문에 길고양이 한번 일제히 잡아서 없애봤더니 쥐들이 엄청나게 공원에 득시글거려서 후회했다는 뉴스도 본것 같은데.....

  • 2. 에구.....
    '13.6.27 4:10 AM (211.234.xxx.199)

    빌려왔던 그 어린 것, 불쌍하네요.
    문 닫은 방에 두었으니 얼마나 무섭고 나가고 싶었을까요.
    안 그래도 고양이들은 닫힌 문만 있으면 열라고 난리 나는데...
    그렇게 운 건 무서워서였을 가능성이 99%예요.
    얼굴도 모르는 고양이지만 천수를 누렸기를 빕니다.......

    그리고 원글님, 저도 모든 동물들과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거나 경계하지 않는 세상을 꿈꿔 보곤 해요...^^
    돈 많이 벌어서 길동물들 급식소 차리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미관이 어쩌고 또 그러겠지요.....

  • 3. ㅇㅇ
    '13.6.27 6:21 AM (113.216.xxx.29)

    쓰신 글이 예쁘네요.

  • 4. 아...
    '13.6.27 9:10 AM (1.245.xxx.160)

    그림이 그려지네요......

  • 5. ...
    '13.6.27 3:15 PM (122.32.xxx.150)

    길냥이에 관한 기억...글이 아주 이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82736 남편 대학동창녀가 술모임날 자꾸 만들려고 하는데 이냔을 진짜 10 으휴 2013/08/07 4,101
282735 사진 전시회 추천해 볼께요. 4 ... 2013/08/07 940
282734 메이시스인터넷몰에서 한국으로 배송해주나요? 2 2013/08/07 623
282733 강릉 사시는 분, 강릉 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은 3 어디에요? .. 2013/08/07 1,730
282732 언니와 조카에게 너무 서운합니다... 60 정신적독립 2013/08/07 19,398
282731 힐링이 피곤해 5 비뚤어질테다.. 2013/08/07 1,088
282730 민폐형 들이대는 남직원 짜증나요. 2 opus 2013/08/07 1,507
282729 "방송3사-종편, 국정원 국정조사 중계 보이콧".. 3 국민의 알권.. 2013/08/07 820
282728 삘 받은 교회ㅊㅈ의 놀라운 댄스..라는데 14 ㅋㅋㅋ 2013/08/07 2,917
282727 불교계도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가세 3 샬랄라 2013/08/07 644
282726 하정우는 몸짓이 남다르네요 11 사과 2013/08/07 4,185
282725 국정원 여직원..알고보니 7개월 특수훈련 받아 18 요원 2013/08/07 2,723
282724 직장맘인데..회사 관둘까 심각하게 고민중이에요 35 어쩌쓰까 2013/08/07 4,927
282723 콜라로 녹 제거하기 3 생활의 지혜.. 2013/08/07 1,787
282722 인서울대라고 하면 4년제로 몇개나... 9 부산82 2013/08/07 2,543
282721 "朴대통령, 쿠데타10·26 직후 3억5천만원 수사비로.. 5 참맛 2013/08/07 809
282720 유리창 청소기 이거 써보신 분 계실까요? 나름 2013/08/07 720
282719 에르메스 든다고 다 귀티나는것 같진 않아요 16 . 2013/08/07 12,005
282718 위경련이 일어나서 회사 면접을 못봤어요... 2 ,,, 2013/08/07 1,537
282717 오이지요,제가 맛을 몰라 그럴까요? 9 하긴 했는데.. 2013/08/07 1,254
282716 미란다커가 이뻐요? 30 이미지 2013/08/07 3,914
282715 지하철 9호선 맥쿼리 항복하고 쫓겨나다! 12 박원순만세 2013/08/07 4,088
282714 김기춘 실장 ‘과거 발언록’ “노무현 대통령은 사이코… 하야해야.. 3 세우실 2013/08/07 848
282713 써본 에어쿠션 중 강추제품 5 경험 2013/08/07 3,223
282712 에어컨 설치하면 몇일정도 쓸까요? 11 ,,, 2013/08/07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