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저희 남편은 둘다 벌이가 변변치 않은 시민단체,생협 활동가입니다.
결혼시킬 때 아마 그리 만족스럽진 않았어도 제가 좋다고 해서 시키신 점도 없지 않아 있으십니다.
사실...사위를 아주 예뻐하시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티를 내시진 않고 많이 챙겨주시려고 노력하시는듯 합니다.
(배경설명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제가 출장을 1박 2일 갔다오던 날 저희 부모님이 오셔서 제 남편한테 그러셨다고 하네요
벌이가 적다. 네 적습니다. 80만원 받아요. 그리고 그 절반도 못받은 달도 있었고요 최근엔.(물론 부모님은 모르시지요)
그리고 저희 엄마는 저희 남편 벌이를 듣더니 우셨다더군요.
출장에서 다녀온 지 시간이 좀 흘러 우연히 남편이 그이야기를 전해주더라고요
1차 멘붕이 왔는데 차마 부모님한테 이야기를 못하겠더라고요. 남편 곤란해질까봐서..휴...
지금도 가끔 울컥하면 그 생각이 나네요.
남편은 친정 부모님께 제가 전화하고 바꿔주려고 하면 잘 안받으려고 해요.
꼭 원망이 있어서는 아닌 것 같고, 위의 사건이나 어색함 때문인 것 같아 저도 강요하진 않고 어쩌다 한 번씩은 바꾸어주면 통화를 하긴 해요. 저는 시부모님이 불편하지 않아서 그냥 항상 통화하고요.
저희는 집에서 막걸리를 담궈요. 그리고 텃밭을 50평정도 하는데 저희 부모님은 그게 마뜩치 않으신가봐요
막걸리 담그는 것도 싫어하실 게 뻔한데 전에 집에 오셨을 때 저도 모르게 막걸리 만든다는 이야기를 하고 말았네요
제가 그 이야기를 한 이유는 내가 텃밭이나 막걸리 만드는 일이 즐거워서 같이 그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서 그랬어요.
잠시 경계심이 풀어진 거죠.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닫네요. 물론 엄마는 싫은 내색을 하셨고요.
그리고 저희가 얼마전에 누룩을 직접 처음 만들어봤다가 실패해서 베란다에 두었어요. 그
런데 며칠 전에 집에 오신 부모님이 그걸 보시고 친정아버지도 막걸리 담그는 걸 알게 되신 거예요
두 분다 기분이 안 좋으셨는지 걱정스러우신지 남편에게 문자로 직장주소를 알려달라고 해서 편지를 쓰셨네요
저한텐 말하지 말라고 하고요.
그런데 제 직장이 남편 직장이랑 가까워서 좀 전에 산책갔다가 우체통 열어보고 편지 있길래 가져와서 먼저 읽었어요.
요지는 막걸리 만들지 말고 텃밭도 안 했으면 좋겠다. 뭐 이런 내용이예요
제 마음이 답답한 건,
남편 직장으로 저 몰래 편지까지 보내는 것 - 남편도 마음에 상처를 입을 듯 해서요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저희가 신혼여행 다녀와서 어머니가 저랑 남편한테 편지를 썼는데 저희가 답장을 안 썼어요.편지내용을 보니 제가 그 편지를 안 전해줘서 답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고 그래서 직장으로 보내셨나봐요. 제가 안 전해줄까봐 그런건지??)
어떻게 우리 생각을 말씀드려야 하는지, 그렇게 했다가 싸우자는 건지...
어떻게 풀어야할지 모르겠네요.
부모님 생각도 이해못하는 건 아니지만 부모님 편지가 마음이 좀 불편한 건 사실이예요...
편지를 딱 열어 읽었던 첫 순간에는 '아, 또 반복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늘 그런 패턴으로 저와 부모님 사이 이제 정서적으로 부모님과 소통하려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저희 남편도 제가 저희 부모님한테 이런 생각 가지고 있는 것 알고 있구요. 종종 부모님에 대한 답답함을 남편한테도 토로하고 부모님하고도 꽤나 크고 작게 싸웠었는데 이렇게까지 하실 줄은 몰랐어요, 2차 멘붕 오네요.
저희 부모님이 저를 통하지 않고 남편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하고 싫은데 이야기를 크게 한 번 할 때가 된 걸까요? 소심한지라 고민이고 타이밍도 별로네요. 다음주말이 아버지 생신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