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서가 두분있어요.
한분은 21년이나 나이가 많고(큰동서)
한분은 19년이나 나이가 많고.(작은동서)
제가 28세에 결혼해서 29세에 임신하고 30세에 아이를 낳고, 생후 3개월 무렵에 작은동서댁을 방문했어요.
그런데 그 작은형님이 우리가 들어올때부터 기분이 심상찮아보이더니, 결국 밤 12시무렵에 싱크대를 다 치우고
자기혼자만 안방에 들어가 주무셨어요. 그때가 여름이었어요.
생후 3개월된 아기가 거실불이 환하고 졸리니까 우니깐 갑자기 거실불을 딱!끄고 우리한텐 이불도 없이, 그냥 거실 바닥에 내버려두고 자신만 안방에 들어가 다음날까지 주무셨어요.
이불을 도저히 달라고 할 자신이 서질 않아서 결국 가지고 간 기저귀로 아기잠자리를 만들어주고 편치않은 잠을 아이아빠와 저는 웅크리고 잤어요.
아이아빠는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그렇게 형제들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많이 보였어요.
그후로도 몇번을 그렇게 문전박대를 당하고, 나중에 그 형님댁의 발길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작은형님은 또 큰형님과 사이가 좋지않아서 이미 오래전부터 왕래가 없었어요.
그리고 작은 아주버님이 양자로 보내어져서 제사에 굳이 참여를 안하셨구요.
큰형님은 작은형님에 대한 험담을 많이 늘어놓으셨고, 저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두분 모두, 냉소적인 성격이셨어요.
그런데 그 형님두분이 모두 나이가 있으셔서 (61세, 59세) 손주를 보셨습니다.
그런데 알수없는건, 우리 아기한텐 그렇게 냉정하고, 철저히 무관심했던 분들이, 자기 친손주,혹은 외손주들에겐 너무도 극진한 사랑을 베푸시는겁니다.
수족구걸린 손주를 하루종일 봐주시고 음식을 장만해서 냉장고가득 쟁여놓으시고, 청소빨래를 완벽히 해주시고,
손주들을 보는날은 그렇게 어질러놓아도 그게 흐뭇하다고 연신 웃느라 바쁘고, 그런 모습들을 카톡에 올리기도 하시고.
큰형님은, 우리 딸아이가 15개월 되었을 무렵엔
"지 애비 닮아서 뺀질뺀질하다"고 30살된 자신의 딸과 그런말을 주고받기도 했어요.
작은형님도, 그다지 다르지 않고요.
전 두분을 다 이해가 안됩니다.
그렇게 사람의 마음이 정확하게 이등분 될수 있는건지요.
가끔,
후회합니다.
조금 더 사람을 만나보고 사귀어본다음 결혼할걸.
이미 어릴때 조실부모하고 혼자 큰 아이아빠같은 사람만나 저까지 천덕꾸러기로 이리저리 채이고,
정말 급한일있을때면 그형님댁에 가서 일을 도와주고 오면서도 다음 명절에나 제사때에는 여지없이 문앞에서 찬바람만 맞는 그 사람이 얄밉거든요.
그일때문에도 몇번은 구겨진 빨래같은 모양새를 하고 집에서 몇번 싸웠습니다.
큰형님이 추석날 내게 무얼 싸주었는지 아느냐고.
냉장고문은 양팔벌려 가로막고 문열지말라고 하더니, 집에 갈때 먹으라고 싸준게 나방이 잔뜩든 밤이었다고.
그 밤도 산에서 주워온 밤처럼 작고 볼품없던거였고, 그 밤주머니를 삼년이나 주었다고.
그러고도 작년 추석까지 우리들을 다 끌고 간 남편.
그러다가 올해부터 가지 않았는데 큰아주버님이 한번 불러서 이런말을 했다더군요.
내게는 돈달라는 말 하지말라고.
그말 듣고 안가기로 결정했다고..
21년의 나이차가 무색해지는 말이네요.
십년을 훌쩍넘은 동서시집살이.
그십년전엔 몰랐어요. 동서는 남이라는것을.
그런데 동서는 왜 남인건가요? 그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21년의 나이차에도 동서는 저를 미움의 눈으로 보지않을 아량은 없는건가요?
단지 동서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