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한길이 박근혜에게 보낸 서한 전문]

손전등 조회수 : 1,046
작성일 : 2013-06-24 15:56:28
박근혜 대통령님께.

민주당 대표 김한길입니다. 잠들지 못하다가 박차고 일어나 새벽에 몇 자 적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경찰이 이를 은폐했다는 혐의가 검찰의 수사결과 드러났습니다. 이는 국가적으로 대단히 불행한 일입니다.

국가정보기관의 대선 개입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국기를 뒤흔드는 헌정파괴 행위입니다. 군사독재정권 치하에서부터 지난 수십 년간 많은 국민의 피와 고통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퇴행의 위기에 놓였고 우리 정치는 후진국 정치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은 여야가 미리 합의해놓은 국정조사마저 회피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오히려 해묵은 'NLL 발언록'을 들먹이며 색깔론으로 국론 분열을 획책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새누리당이 야기한 정쟁의 늪에 빠져 국정조사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실종되고 있습니다.

'NLL 발언록' 공개는 국익과 국격을 상처 내는 일입니다. 참여정부 당시 NLL 포기가 시도된 것도 아니고 지금도 NLL은 굳건하게 수호되고 있으며 민주당은 앞으로도 NLL에 관한 한 앞장서서 사수할 것입니다.

민주당이 공개를 우려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NLL 발언록'이 아니라 모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대화록입니다.

그러나 마치 민주당이 무언가를 감추고 싶어하는 것처럼 몰아세워 정략적으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NLL 발언록' 원본은 물론 녹음테이프까지 공개하는 것에도 동의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가 정권 흔들기로 비화하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왔습니다.

저는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대선 불복이나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지난 대선의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잘못된 과거와 용기 있게 결별하라"고 촉구했을 뿐입니다.

국민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집권당의 국정조사 합의 파기에 대해서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와 대학생, 종교계,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이들이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들의 분노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를 직시하시기 바랍니다.

대통령의 침묵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에서 CIA가 대선에 개입하고 FBI가 이를 은폐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면 이와 관련해서 대통령이 아무 말 없이 침묵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께서는 하루속히 분명한 입장을 밝히셔야 합니다.

이제는 대통령이 결단하셔야 합니다.

저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가 국정원의 개입 사실을 알고 있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후보 당시 '여직원의 인권문제'라고 말씀한 것은 잘못된 보고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대통령의 해명과 사과가 있으셨으면 합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으로 지난 대선의 정당성이 훼손된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 대선의 정당성과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길은 오직 국정원 대선개입의 전모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관련자들의 지위 고하를 떠나 예외 없이 엄벌함으로써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박근혜 대통령께서 침묵을 깨고 말씀하신다면 국민이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또 국민 앞에 얼마나 정의롭고 당당한 대통령이 되시겠습니까.

그래서 국정조사는 즉각 시작돼야 합니다. 대통령을 흔들기 위한 국정조사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국정원과 경찰, 검찰 등 국가기관이 다시는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다 엄격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여야가 신속하게 논의해서 개혁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합니다.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 결단하셔야 합니다.

6월 임시국회가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끝내 대통령의 침묵이 계속되고 집권당의 국정조사 합의 파기 상황이 계속 이어지다가 6월 국회가 이대로 끝나버린다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더욱 심각한 위기에 놓일 것입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회복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저는 투쟁하기보다 여야가 나라발전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기를 진실로 희망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려는 대통령의 결단이 없다면 민주당은 기어코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민주당이 당당하게 싸우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내일이 어두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의 빠른 결단이 있으시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민주당과 저는 우리나라가 더 잘 살기를 바랍니다.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의 토대 위에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한중 정상회담의 성공과 대통령의 건승을 빕니다
IP : 122.37.xxx.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건뭐
    '13.6.24 3:59 PM (112.145.xxx.29)

    얌전도 뺄 때를 가려서 빼라..
    뭐? 투쟁하기보다.....라고?

  • 2. 일어나라
    '13.6.24 4:02 PM (112.148.xxx.198)

    일아나라 김한길.
    그게 김한길 당신이 유일하게 용서 받을 수 있는 길.

  • 3. 기회는
    '13.6.24 4:13 PM (116.39.xxx.87)

    늘오지 않음 잘하길...

  • 4. ㅎㅎ
    '13.6.24 4:51 PM (63.72.xxx.6)

    글 잘쓰셨네요. 김한길 화이팅

  • 5. 닭은
    '13.6.24 5:36 PM (67.87.xxx.210)

    닭의 운명을 따라가야하죠. 어디서 대통령을...

  • 6. 수박
    '13.6.24 7:58 PM (210.105.xxx.118)

    글 정말 잘 썼네요.
    대통령 권위도 지켜주면서, 구절구절 옮은 말....와 닿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81066 휴대폰 만지다보면 원치않게 통화가걸리는 경우 2 알려주세요 .. 2013/07/30 2,035
281065 카톡에서 친구목록에 바로 뜨는 건 어떤 경우인가요? 2 퍼오인 2013/07/30 1,847
281064 제주도 7-8월에 긴바지 입고가면 이상할까요 6 제주도 2013/07/30 1,955
281063 원글삭제하겠습니다 44 레드힐 2013/07/30 6,898
281062 남편이랑 여행와서 계속 싸웠네요 ㅠ 66 bo 2013/07/30 15,264
281061 초등4학년딸 외음부가 가렵다하는데 10 미소 2013/07/30 3,281
281060 정말 이런 택시기사님도 있네요 1 높은하늘1 2013/07/30 2,093
281059 저처럼 상체에 열 많은 체질 질문이 있어요 5 궁구미 2013/07/30 3,023
281058 두돌 아들.자꾸 내 콧구멍에 손가락넣어요ㅠ 10 콩콩잠순이 2013/07/30 2,594
281057 아이에게 타이레놀 5 해열제 2013/07/30 1,180
281056 압력밥솥말구요 그냥 밥솥 밥맛 좋나요? 2 밥솥 2013/07/30 1,174
281055 노란토마토는 라이코펜이 있나요? 1 노란토마토 2013/07/30 1,165
281054 프라하, 할슈타트, 뮌헨 숙소 추천 부탁드려요. 다녀오신분~ 15 여름휴가 2013/07/30 3,294
281053 안내상 "술친구 설경구 이문식 나보다 잘돼서 질투, 배.. 41 zzz 2013/07/30 18,033
281052 지금 이러면 미친짓이겠죠. 14 ... 2013/07/30 5,363
281051 보험금 청구 대행사 문의 6 깜빡쟁이 2013/07/30 1,196
281050 여자 혼자 원룸사는건 위험할까요? 15 자취 2013/07/30 7,727
281049 초등 5학년 딸아이 오늘 목욕 시키는중에.... 12 고민맘 2013/07/30 13,567
281048 서울 살고싶은 소형아파트...어디세요? 14 두영맘 2013/07/30 5,212
281047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지 말라는 말이요... 7 !!! 2013/07/30 5,281
281046 순진한 사람을 한눈에 알아보는 비법이라도 있는걸까요? 9 mm 2013/07/30 11,449
281045 장마가 아직 안끝난 건가요? 1 비가 또 와.. 2013/07/30 1,413
281044 근심이 커지니 아무도 만나고 싶지않아요 10 2013/07/30 4,096
281043 양희경 김치 드셔보신분~~ 1 김치 2013/07/30 2,700
281042 내가 겪은 두가지 신세계 42 익명 2013/07/30 21,6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