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글) 많이 웃어서 생긴 팔자주름

퍼옴 조회수 : 2,544
작성일 : 2013-06-22 12:58:35
허락없이 퍼와서 죄송하고 혹시나 글쓰신분이 보시고 글 내리라하면 글 내릴게요.^^*



어제 아빠와 오랜만에 채팅이란걸 하는데
멀리 떨어져서 얼굴을 제대로 못보고 지내는 친정아버지는
남동생 사진을, 그리고 엄마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셨다.

엄마랑 등산을 같이 갔다왔는데.. 요즘엔 제법 산을 잘 탄다며 말을 꺼내시면서
멋부리고 찍은 사진도 아니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엘레베이터에서 지나가다가 찍은 사진을 보내주시며
예쁘다, 예뻐졌다고 연신 칭찬을 하신다.

엄마의 20대였을적 사진을 본 일이 있다.
바위에 살포시 앉아서 한쪽 턱에 팔을 괴고 있는 청순해보이는 엄마,
미인이였다. 지금은 나이들고 주름잡히고 피부도 거칠어졌지만..
내눈에는 또래 아줌마들에 비해서 최고로 미인인 엄마다.

그래서 아빠에게 물었다.
"결혼한지 30년이 지나도 엄마가 그렇게 예쁘냐"...고

"그럼 당연하지" 라고 대답하시는데,
이 아무것도 아닌 당연한 대답에, 엄마가 굉장히 부러워졌다.
30년지난 와이프를 처음만났을때 모습 그대로 기억하고
세월을 비켜가지 못해 조금 망가졌어도 예쁘다고 해주는 남편하고 산다는 사실이..

여자는 나이먹어도 예쁘고 싶고, 나이먹어도 여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옛날, 사진관에서 일할때, 90살 먹은 할머니께서 영정사진을 찍으러 오셨었다.
이가 다 빠지고, 머리숱도 얼마 없고, 몸에서는 노인들 특유의 냄새가 났다.
티비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곱게 늙은 할머니의 모습은 아니였다.

이 할머님께서 사진을 찍고 보정을 부탁하시는데,
기술만으로는 40살쯤 젊게 보이게 할 수 있지만
그건 본인이 본인같지 않을까봐 20살만 빼 드렸더니,
자기가 이렇게 나이들었냐며 어딜봐서 이렇게 생겼냐며
굉장히 오래된 사진 한장을 보여주시면서
자신의 옛날사진이라며 이렇게 고쳐달라고 하셨다.

그 사진을 받아들고 보니 많이 봐도 40살정도의,
그레이스 켈리를 닮은듯한 여성분의 사진이였다.
할머니는 대체 어느순간부터 거울을 보기 싫어하셨을까 생각하니
세월이 무심한듯 하여 어쩐지 슬퍼졌다.

젊음은 아름답다.

결혼적령기의 남성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젊은여자가 주는 싱그러움은 비교할수가 없다고.
인정한다. 여자인 나조차 티비에서 아이돌들이 하얀 다리 드러내고 군무를 출때면
그 젊음이 부럽고 내게도 저럴때가 있었지라고 회상에 젖곤 한다.

하지만 나는 늙는다.
작년에만 해도 흐릿한 다크써클이 올해부터는 완연해진것 처럼,
그녀들도 늙는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이건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사회는 나이든 이에게 가혹하다.
나이가 든 자에게 기대되는 옷차림, 말투, 사회적 지위
그리고 그들에게 지나와버린 젊음을 무시해버린다.
툭하면 30대의 미혼여성들을 노쳐녀라며 무시하며 그들의 늙어감을 비웃고
여자는 나이들어도 여자라는 사실을 간과하며 오로지 젊음만을 추구한다.

병적으로 미에 집착하게 만들고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고가의 화장품을 사게 만들고
동안열풍에 집착하게 해서 성형수술을 하게 만들고
보톡스를 맞아서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부어도
그게 미인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사실,

팔자주름은 많이 웃어서 생긴 주름이고
눈가 양옆에 부드럽게 퍼지는 주름역시 웃으면서 눈이 작아지면서 생긴 주름이다.
미간에 세로로 잡힌 주름은 고민을 많이 해서 생활의 지혜를 많이 얻어낸 흔적이고
살짝 굽은 등은 고된 노동의 흔적일것이다.


사람들의 인식이 좀 더 이렇게 바뀌었으면 한다.
젊음과 미를 추구하는게 당연한 세상에서
나이 먹어가는게 슬픈게 아니라
경험을 쌓아가가서 긍정적인 세상으로.

80~90되신 할머니께서도
거울을 보면서 많이 늙었다고 홀홀 웃으시면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세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들어 함께 생긴 주름, 다 빠져서 숱없는 머리카락 조차 사랑하며
내사람, 내남편, 내 와이프가 최고 미인이라는 세상으로..

인생이 마치 꽃과 같이 피었다가 져가는게 아니라..
천천히 숙성되어가는 좋은 와인이라는 느낌으로 산다면
앞으론 잃을것보단 얻는게 더 많아지지 않을까 바래본다..
IP : 175.210.xxx.24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제승제가온
    '13.6.22 1:01 PM (39.7.xxx.125)

    아름다운 글 이네요

  • 2. dksy
    '13.6.22 2:08 PM (1.215.xxx.162)

    아뇨./ 팔자주름이 많이 웃어서 생기는 거라뇨.
    너무 작위적이고 감동을 쥐어짜려는 식생한 내용의 글...

  • 3. 세피로 
    '13.6.22 3:08 PM (203.226.xxx.41)

    너무 좋은 글이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66687 E여대 영문과 나온 30대 후반 알바 구합니다. 10 궁금이 2013/06/25 2,885
266686 기타대생인데 ROTC 장기 복무 6년 하고 나오면 취직에 도움이.. 요즘 2013/06/25 3,417
266685 목 디스크일까요? 2 줄리 2013/06/25 545
266684 일렉트로룩스? 무선 에르고 라피도..흡입력이 약해졌는데 버려야 .. 2 2013/06/25 1,490
266683 장터에서 감자 괜히 주문했나봐요. 41 분나는감자 2013/06/25 4,476
266682 여름휴가 메이힐즈 리조트 가보신분 강원도 2013/06/25 1,359
266681 장터에서 과외 연결되신적 있으신지? 3 랄라 2013/06/25 855
266680 도이치가구 아시는분 침대 2013/06/25 1,657
266679 백토출연 몇시간 앞두고 서상기 출연 못한다고 통보ㅋ 19 아증말 2013/06/25 2,225
266678 이머젼수업하는 사립보내면 영어하나만큼은 마스터 될까요? 7 사립고민 2013/06/25 1,717
266677 오늘저녁뭐드실거에요? 18 alal 2013/06/25 2,179
266676 우유가 용기에 따라 가격 차이가 이렇게 큰가요? 6 뽀나쓰 2013/06/25 998
266675 영남제분 기사 5 .. 2013/06/25 2,048
266674 검색어에 어나니머스라고 보이던데 뭐하는 데에요? dd 2013/06/25 314
266673 남자 만나기 힘들다고 글 올렸던 40살처자입니다 11 도웬 2013/06/25 4,794
266672 요즘 비비에도 자외선차단지수가 써있는데.. 별도로 썬크림 또 바.. 3 자외선차단 2013/06/25 832
266671 세면대 녹 지우는 법 알려주세요 4 여름 2013/06/25 3,925
266670 잇몸에 혹처럼 뭐가 났는데, 스켈링 2 40대 2013/06/25 2,785
266669 등산 갔다 왔는데 왜 붉은 반점이 올라올까요? 4 심각 2013/06/25 1,250
266668 핸드폰 번호이동???? 7 어려워 2013/06/25 694
266667 혹시 산티아고 기행문인데 좀 이름있는 외국인이 글 쓴거 아시는 .. 7 산티아고 2013/06/25 930
266666 나는 암것도 못하게하면서 자긴 할거 다하는 남친. 6 soirde.. 2013/06/25 1,955
266665 캠핑장에다 텐트치고 1박2일정도 있을건데 7 여름휴가 2013/06/25 1,424
266664 전기 레인지의 청소법 8 김복순 2013/06/25 3,561
266663 홍상수감독 영화 10 ... 2013/06/25 1,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