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와 결혼하고 나면 생활 패턴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부분도 많이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자주 못만나는 커플의 경우 결혼해서 함께 살다 보면 매일 만나게 되니 그 부분에 대한 갈등은 적어지고, 뭐 이런 것들이요. 이제 결혼 앞두고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남친의 장점과 단점들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그래서 우리 관계는 발전적이 될지...절망적이 될지..... 결혼생활 경험하신 분들의 조언 듣고 싶어요. ^^
남친의 장점
1.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다.
저한테 세세한 잔소리를 한다거나 불만을 토로하거나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평소에 말이 많지 않은 성격이기도 하고, 본인입으로 그럽니다. 본인이 도저히 못살겠다, 싶을 정도의 큰 문제가 아닌 경우에 굳이 말로 꺼내서 상대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다고요. 그래서 저한테도 불만을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 같다고 할까요. 싸우는 상황에서도 큰소리 내지 않고 조목조목 하나씩 설명해줍니다.
2. 어려운 일은 나서서 처리해준다.
사소한 일에서도 제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일일 때는 본인이 알아서 나서 줍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반찬 셀프인 곳이 있었는데 제가 반찬을 뜨러 갔는데 (평소에는 이것도 거의 남친이 해 줍니다.) 일하시는 분이 저한테 말하면 갖다줄텐데 왜 나서서 돌아다니냐고 한마디 하셨습니다. 그 식당 분명히 반찬 셀프라고 써 있었고, 셀프바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이해 못함.. 그래서 저는 굉장히 무안해하며 자리로 돌아왔고, 그 모습을 본 남친이 아저씨 불러서 저한테 사과시켰어요. 물론 화내지 않고 정중하게. 그렇지만 무섭게요.-_-; 제가 운전하다가 다른 사람과 약간 시비가 붙어도 곧장 나서서 중재합니다.
3. 쇼핑, 나들이를 함께해 줍니다.
제가 쇼핑하는 것 좋아하고, 근처에 나들이가는 거 아주 좋아합니다. 그런데 남친도(본래 성향인듯) 아주 좋아해요. 저한테 어울리는 옷 꼼꼼히 살펴서 구경해 주고 어울리는지 봐 줍니다. 주말이면 꼭 콧바람 쐬러 가야지? 하고 묻고요. 연애하면서 대한민국 안가본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여행 많이 했습니다.
4. 깔끔하다.
예비 시어머니께서 깔끔한 성격이라 남친도 깔끔합니다. 지금 자취하고 있는데 청소 등 아주 잘합니다. 침대 정리도 잘하고요. 물론 퇴근 후 옷을 쌓아놓기도 하고, 양말 벗어놓기도 하지만 주말이 되면 깨끗하게 치웁니다. 제가 자취하는 곳에 놀러 가 있어도 저 안 시킵니다. 가끔 본인 빨래 널 때 제가 설거지 하면 놔둬, 이렇게 말은 하지, 적극적으로 말리진 않습니다만 ㅎㅎ 그리고 요리도 잘합니다. 제가 좀 쳐져 있으면 맛있는 거 해줄까? 하면서 간단한 간식거리 만들어줍니다. 그런데..정말 맛있습니다. ㅎㅎ 타고난 미각인가봐요.
5. 한결같다.
말이 별로 없는데 행동이 진실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못하는데(경상도 남자) 어디 갈때 꼭 손을 잡아주고 차에서 내릴 때 꼭 뽀뽀해 줍니다. 스킨십도 잘합니다. 8년 연애하는 동안 거의 빼먹지 않았습니다.
남친의 단점
1. 달콤함이 없다.
연애 오래 했는데, 달콤하지가 않습니다. 결혼 몇달 앞뒀는데 프로포즈 아직 없습니다 ㅠ 제가 프로포즈 안해? 이러면 씩 웃고 아직 시간 남았잖아. 이럽니다. 먼저 만나자, 보고싶다, 사랑한다 이런 말 아주...뜸...합니다. 가끔 제가 폭발해서 오빠는 내가 안 보고 싶냐고 버럭하면, 슬며시 집앞으로 데릴러 옵니다. 곧 죽어도 보고싶단 말은 안합니다.
2. 사소한 이야기를 잘 안한다.
둘다 회사원이라 저는 중간중간 카톡으로 지금 뭐 한다, 밥 먹는다 회의한다, 부장님이 어쨌다, 얘기합니다. 한..2시간에 한번씩 정도요. 남자친구는 출근할 때 한번(이건 빼먹지 않습니다.) 점심 먹는다(이건 일주일에 3번?) 그리고 퇴근할 때. 제 카톡은 읽고 말 때도 있고, 아주 간단한 답 보내기도 합니다. 바빠서 그런건 이해하지만... 그 정도로 바쁠까요;;;;싶습니다. 그리고 친구들 모임이나 결혼식 가야하는 사소한 일정을 잘 얘기 안해줘서 뒤늦게 알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뭐라고 하면 날짜 바꿔도 돼, 혹은 얘기한 줄 알았어, 라고 가볍게 생각하는데. 사실 저는 이런 게 굉장히 속상합니다.
3. 효자다
차남인데 효자입니다. 형은 집에서 꽤 많은 혜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입 싹 닦았고 제가 보기에 남친은 보통 정도의 대우를 받고 살았는데 부모한테 많이 갚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연세도 있으셔서 그런지 끔직하게 생각합니다. 본인의 엄마를 이상적인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저를 배우자로 선택한 이유 중에, 부모님께서 저를 너무나 예뻐하시는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얘기 가끔 합니다. 그래서, 우리엄마도 너를 참 좋아하잖아. 이런 식의 이야기요.)
엄청 길어졌는데, 이 정도인 것 같네요. 사실 제가 제일 걱정되는 게 달콤함이 없다와.. 사소한 얘기를 잘 안한다인데요. 선배들이 이야기하길 결혼해서 살다 보면 달콤함보다는 헤쳐나가야 할 현실과 맞닥뜨리기 때문에 남친 같은 남자가 더 낫다고 얘기하는데.. 전 아직 환상이 있어서 그런지 신혼도 재미없을까봐 걱정입니다. 그에 반해 저는 좀 철부지라.. 말도 많고 애교도 많고 감정이 풍부하거든요. 그렇다 보니 저만큼 리액션이 없는 남친이 날 좀 덜 사랑하나? 섭섭해합니다.
아....진짜 길어졌네요. ㅠㅠ
이 정도 남자면 결혼해도 심하게 바뀌거나 하진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