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편은 표현많이 안하고 말수가 작아요.
여성성이 좀 없는 스타일이지요. 그 모습을 좋아했으나 결혼하고 살때는 솔직히 재미가 덜합니다.
결혼한지 10년됐는데.. 그정도 되니까 이제는 남편이 좀 안스럽고 그래요.
그전에는 여기 올리기도 민망한 꺼리로 투닥투닥 다투고 욱하는 남편성미때문에 (제게 폭력쓴적은 없지만...기물파손된 적 있어요) 살어 말어 하기도 했지요.
결혼초반에 선풍기도 부서지고, 냉장고 문짝도 살짝 들어갔습니다 ㅠㅠ
그런데 초반 2-3년 지난 다음부터는 그럴일은 거의 없었네요.
남편은 늦둥이라, 제 기준으로는 살가운 케어를 받지 못하고 컸어요. 어머님이 좀 옛날 스타일이고요.
게다가 남편낳으시고 건강이 안좋으셔서 남편은 도시락반찬이 늘 햄 아니면 카레 이런거였대요.
(지금도 그래서 햄을 싫어해요)
저는 화목한 분위기의 가정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큰 맏이고요.
아이도 둘 태어나고 한창 손많이 가는 시기인데다 저도 일을 해서 정신이 없는데,
남편이 도시락을 싸다녀야겠다더군요. 부담갖지말고 집에서 먹는 반찬에 계란하나 부쳐서 달래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싶어 그러자 하고 싸는데, 불현듯 늘 햄반찬을 싸가던 아이(어린시절의 남편)가 머릿속에 떠오르더라구요.
저는 입이 짧아서 엄마가 늘 이거저거 다양하게 싸주시고 심지어 제가 머리카락 하나 나오면 밥을 못먹었던터라 저때매 늘 머리띠를 하시고 도시락을 싸셨죠 (엄마 미안해요 ㅠㅠ).
그냥 많이 안스럽고 그래서, 제가 어느날 "아무 걱정마! 도시락은 내가 늘 챙겨줄께!" 했는데..
안스럽게 생각하는 제 맘은, 아마 남편은 모를거에요.
저는 제 친정 가족들(부모님, 동생들)이 제 힘의 원천이에요. 그런데 남편은..형제는 많으나 외로워보이고, 오래전에 아버님을 여의고 얼마전 어머님도 돌아가셔서 이제는 우리 가족밖에 없어요.
제 남편은 결혼10주년도, 제 생일도 다 말로 떼워요. -_-
저에게 원하는거 물어보고 하라고 하는데, 제가 딱히 갖고싶은것도 없고 그래서
가방 혹은 편지와 꽃 둘중에 하나 해! 라고 했는데
생각해볼께...라고 한 이후 몇달이 지났네요. (편지와 꽃은...남편의 취약한 부분이라...)
그냥 살면서 이런저런 작은 행동들 보면 분명 저를 생각하고 아끼는데
(제가 무슨말 하면 기억을 하고, 제 말을 좀 크게 생각하더군요. 제 여동생왈 형부는 투덜대면서도 결국은 언니 원하는대로 다 한다네요 ㅎㅎ)
로맨틱 지수 이벤트 지수 제로 사나이랍니다.
그러던 이사람이.....헥헥...사전정보를 쓰다보니 넘 길어졌네요.
오늘..오늘...
어쩌다 잠시 둘만 있게 되었는데....
저를 안더니 "나는 **(자기만 부르는 제 별명)밖에 없어..." 라고 하네요 ㅠㅠ
으아...
이말이 왜이리 마음을 울리는지...엉엉엉...
제가 가끔 제 동생과 제 직장베프에게 남편흉 곧잘 봤던게 좀 미안해집니다.
남편, 나도 더 잘해주께.
그런데 여기서 더 잘하긴 힘들듯 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