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무뚝뚝한 남편의 말한마디때문에 온종일 기뻤네요.

동동 조회수 : 2,180
작성일 : 2013-06-18 23:29:15

제 남편은 표현많이 안하고 말수가 작아요.

여성성이 좀 없는 스타일이지요. 그 모습을 좋아했으나 결혼하고 살때는 솔직히 재미가 덜합니다.

결혼한지 10년됐는데.. 그정도 되니까 이제는 남편이 좀 안스럽고 그래요.

그전에는 여기 올리기도 민망한 꺼리로 투닥투닥 다투고 욱하는 남편성미때문에 (제게 폭력쓴적은 없지만...기물파손된 적 있어요) 살어 말어 하기도 했지요.

결혼초반에 선풍기도 부서지고, 냉장고 문짝도 살짝 들어갔습니다 ㅠㅠ

그런데 초반 2-3년 지난 다음부터는 그럴일은 거의 없었네요.

남편은 늦둥이라, 제 기준으로는 살가운 케어를 받지 못하고 컸어요. 어머님이 좀 옛날 스타일이고요.

게다가 남편낳으시고 건강이 안좋으셔서 남편은 도시락반찬이 늘 햄 아니면 카레 이런거였대요.

(지금도 그래서 햄을 싫어해요)

저는 화목한 분위기의 가정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큰 맏이고요.

아이도 둘 태어나고 한창 손많이 가는 시기인데다 저도 일을 해서 정신이 없는데,

남편이 도시락을 싸다녀야겠다더군요. 부담갖지말고 집에서 먹는 반찬에 계란하나 부쳐서 달래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싶어 그러자 하고 싸는데, 불현듯 늘 햄반찬을 싸가던 아이(어린시절의 남편)가 머릿속에 떠오르더라구요.

저는 입이 짧아서 엄마가 늘 이거저거 다양하게 싸주시고 심지어 제가 머리카락 하나 나오면 밥을 못먹었던터라 저때매 늘 머리띠를 하시고 도시락을 싸셨죠 (엄마 미안해요 ㅠㅠ).

그냥 많이 안스럽고 그래서, 제가 어느날 "아무 걱정마! 도시락은 내가 늘 챙겨줄께!" 했는데..

안스럽게 생각하는 제 맘은, 아마 남편은 모를거에요.

저는 제 친정 가족들(부모님, 동생들)이 제 힘의 원천이에요. 그런데 남편은..형제는 많으나 외로워보이고, 오래전에 아버님을 여의고 얼마전 어머님도 돌아가셔서 이제는 우리 가족밖에 없어요.

제 남편은 결혼10주년도, 제 생일도 다 말로 떼워요. -_-

저에게 원하는거 물어보고 하라고 하는데, 제가 딱히 갖고싶은것도 없고 그래서

가방 혹은 편지와 꽃 둘중에 하나 해! 라고 했는데

생각해볼께...라고 한 이후 몇달이 지났네요. (편지와 꽃은...남편의 취약한 부분이라...)

그냥 살면서 이런저런 작은 행동들 보면 분명 저를 생각하고 아끼는데

(제가 무슨말 하면 기억을 하고, 제 말을 좀 크게 생각하더군요. 제 여동생왈 형부는 투덜대면서도 결국은 언니 원하는대로 다 한다네요 ㅎㅎ)

로맨틱 지수 이벤트 지수 제로 사나이랍니다.

 

그러던 이사람이.....헥헥...사전정보를 쓰다보니 넘 길어졌네요.

오늘..오늘...

 

어쩌다 잠시 둘만 있게 되었는데....

저를 안더니 "나는 **(자기만 부르는 제 별명)밖에 없어..." 라고 하네요 ㅠㅠ

으아...

이말이 왜이리 마음을 울리는지...엉엉엉...

제가 가끔 제 동생과 제 직장베프에게 남편흉 곧잘 봤던게 좀 미안해집니다.

남편, 나도 더 잘해주께.

그런데 여기서 더 잘하긴 힘들듯 혀...

IP : 39.116.xxx.16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죠
    '13.6.18 11:34 PM (122.40.xxx.41)

    그런게 행복이죠.
    맬맬 이 기분으로 사시길^^

  • 2. 부부화목의 비결
    '13.6.18 11:38 PM (180.182.xxx.109)

    저기 님...
    저 님한테 한수배워요...
    먼저 베푸시네요...
    님은
    남편의 아내가 아니라
    엄마세요...
    나이드신 분이 남편을 아들로 생각하라 하던데
    전 죽어도 그게 안되던데
    님은 그게 되네요...
    님마음엔 남편을 용납하고 사랑하고 용서하는 마음이 있는거에요.
    살면서 왜 남편에게 서운하지 않았겠어요
    그럼에도 남편은 품어주니 남편이 감사해 하며 님에게도 베풀려 하는거죠..
    님은 참 지혜로운 아내세요..
    남편은 왕으로 만들어주고 왕비가 되는 여자세요.....

  • 3. ^^
    '13.6.18 11:41 PM (218.148.xxx.1)

    님 너무 이쁘시다, 마음도 이쁘시고 ^^
    행복하세요 늘!!

  • 4. ^__^
    '13.6.18 11:56 PM (117.111.xxx.46)

    원글님이 이쁜맘으로 남편분을 위해주니
    그걸 아시고 고마워 하시는거죠^^
    행복하시겠어요
    이쁘게 사세요~~두분~~~

  • 5. 이 정도면
    '13.6.19 12:12 AM (1.245.xxx.149)

    자랑계좌 입금은 하신거죠? ㅎㅎ
    비 와서 우중충한 밤이 필크빛 달달함에 밝아지네요...
    쭈욱 행복하세요----

  • 6. ㅎㅎㅎ
    '13.6.19 12:53 AM (121.188.xxx.90)

    글만읽어도 행복이 느껴지네요.ㅎㅎ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원글님께서 남편을 아껴주시니 남편분도 원글님의 정성과 그 마음을 분명 알고계실거에요.
    항상 행복하세요~~

  • 7. ㅠㅠ
    '13.6.19 11:31 PM (39.116.xxx.16)

    덧글들 보니 무척 부끄럽네요.. 어쩐지 과찬받은거 같기도 하고.
    내일 출근해서 자랑계좌에 입금할께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91541 자동차사고에 대해서 보험금 타는 기준요 3 열심녀 2013/08/30 1,431
291540 빅마마 폭립 어떤가요? 6 문의 2013/08/30 6,009
291539 초등학교 6학년 E 교과서 인증 번호 아시는 분 2 부탁 2013/08/30 7,288
291538 결혼식 참석하기 힘들면 계좌번호 달라고 해서 입금해도 괜찮나요?.. 5 축의금 2013/08/30 3,260
291537 양파통닭 아키라님과 보라돌이맘님 어떤게 맛있다는거에요? 7 양파통닭? 2013/08/30 2,846
291536 수꼴들의 뻔뻔함에 혀를 뽑아버리고 싶네요.. 21 무지랭이 2013/08/30 2,091
291535 부모님이 청송에서 과수원 하시는데요! 12 청송사과 2013/08/30 3,668
291534 학교 우등생은 사회 우등생이 못 된다고? 1 차이를 인정.. 2013/08/30 1,927
291533 남의 일에 끼어 듭시다 4 집단폭행으로.. 2013/08/30 1,596
291532 가정부 미타...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 하네요. 7 아이둘 2013/08/30 2,527
291531 중3인데 아침을 안먹어요 5 .... 2013/08/30 2,109
291530 무서운 할배들’ 총기위협 이어 女당직자 폭행까지 9 응급실 실려.. 2013/08/30 1,643
291529 수꼴이 책을 읽으면 가스통할배짓은 못한다 2 무지렁이 2013/08/30 1,332
291528 김용판 화내며 12‧12압수수색 영장신청 막아 4 입장 바꿔 2013/08/30 1,612
291527 좌파가 유식해지면 우파로 돌아선다! 41 진석이 2013/08/30 2,561
291526 사춘기 중딩아이 미국이나 캐나다로 유학 보내는거 어떤가요? 14 궁금 2013/08/30 3,696
291525 부동산 질문입니다. 10 세입자 2013/08/30 2,200
291524 새로 생겨난 직업 뭐가 있어요? 9 직업 2013/08/30 3,490
291523 헬쓰장서 첨뵙는 분이 본인과 제가 닮았다고.. 7 으쌰쌰 2013/08/30 2,858
291522 6세(만5세) 한글교재 추천해주세요 4 만5세 2013/08/30 1,551
291521 여기서 전에 추천해서 산 샌들 ~~ 6 발 편해 2013/08/30 2,822
291520 표창원 교수님 좋아하시는 분들..~!! 9 고고씽 2013/08/30 1,716
291519 체육교육학과는 정녕 정시밖에 없나요? 2 고3 첫째 .. 2013/08/30 2,436
291518 김나운 집이여? 놀이동산이여? 29 맨발의친구 2013/08/30 19,448
291517 패티김-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2 라디오서 2013/08/30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