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알콜중독이세요.
본인은 인정 안하시겠지만, 제가 보기엔 그래요.
매일 소주 1병+맥주 700ml 폭탄주 만들어 드시고요.
안 드시는 날은 한달에 한 두번 꼽는 거 같네요. 휴일엔 아침 저녁으로도 드세요.
엄마는 늘 "술 좀 줄여라" 말씀하시지만 뭐 전혀 안 먹히죠.
아버지 말씀으로는 술이 아버지 삶의 낙이라네요.
엄마가 "건강 생각해서 그만 마셔라" 라고 하시면
"왜 내가 인생에서 제일 좋아하는 걸 안 하면서까지 오래 살아야하냐.
난 그냥 먹고 싶은만큼 먹다가 살다가 명대로 죽을 거다" 대답하세요.
실제로 건강검진 결과도 당뇨가 약간 있으신 거 말고는
간은 이상하리만큼 건강하고 체력도 좋으십니다.
그래도 보는 입장에선 역시 불안해서요. 저러다 훅 가실까봐 ㅠㅠ
허나 엄마나 저나 아버지와 엄청 부딪히면서까지 닥달할 명분이 없는 건.. 잘 못하고 계신 게 없거든요.
늘 회사 끝나면 일 약속 있지 않으신 이상 집으로 곧장 오시는데
들어오시는 길에 술과 본인 드실 안주거리를 직접 사오거나 엄마한테 미리 부탁을 해두신다음
집에서 반주로 드시는 패턴. 술을 드신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고
두어 시간 가량 엄마를 말벗 삼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시다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 좀 있음 방에 들어가 잠드시는 게 전부입니다.
그러고도 늘 새벽 5시 전엔 반드시 일어나서
좋아하시는 골프채널이나 낚시채널 시청 1시간 정도 하시다 여유있게 출근하시는데
이 점이 가장 미스테리예요. 어떻게 저러시는지 모르겠음 -.-
암튼 저 생활을 매일같이 반복하시고요.
간혹 밖에서 많이 드시고 들어오는 날도 자정을 넘기지 않습니다.
꼬박꼬박 대리운전 불러 안전하게 오시고, 술 자리에 돈을 많이 쓰시는 것도 아니에요.
1~2주에 한번은 꼬박꼬박 휴일마다 엄마랑 여행 다니시고
엄마나 제가 원하는 건 언제나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시는 좋은 가장이시고요.
그러니........... 아버지는 당당하신 거예요 ㅠㅠ
내가 너희들한테 피해주는 게 뭐냐. 아님 지금 당장 아프길 하냐.
왜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걸 포기하라고 하냐.
이해는 해요.
사실은 저도 예전에 아주 사랑하던 것을 포기해봤거든요. 담배요 -.-)
실제로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불행에 대비하느라
당장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걸 포기한다는 게, 우습지만 당시엔 진심으로 억울(?)했어요 ㅎㅎ
하지만 가족이 있는 사람의 건강은 자기 것만이 아니잖아요.
제가 담배 피울때마다 엄마 아버지가 걱정하시는 게 불편했고
뭐 1시간에 한 번은 뭘 빨아줘야하는 내 모습이 약물중독자 같아서 맘에 안 들기도 했지만,
만에 하나.. 사람이 살다보면 사고나 병이 닥칠 수야 있다해도
그게 우연이 아닌 '자초한' 거라면 정말이지 용서의 여지가 없을 것 같았어요.
막말로 한 방에 가면 그나마 다행이지, 몸져 눕기라도 하면 그 수발 다 식구들 몫인데요.
그래서 끊었는데........... ㅠ.ㅠ 그때 그렇게도 잘 한 선택이라며 칭찬해주셔 놓고. 왜 정작 아버지는..
그래서 좀 화가납니다.
아버지가 술을 줄이시지 않는 게요, 이기적으로 느껴져요.
근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좋아하시는 걸 빼앗겼을때의 아버지가 가여워요.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셨을때 가장 먼저 부르시는 이름은 엄마도 저도 아닌 강아지 이름.
그냥 그 모습이요. 소주 한 잔이랑, 강아지 재롱이랑, 스포츠 채널로 하루 피로를 푸시는 아버지가.
에혀.
오늘도 아버지는 열심히 드시고 저는 열심히 헛개차 달이고 있네요.
좋으시다는데 그냥 하시게 두자... 쪽으로 대게 마음을 잡으면서도
항상 아버지 술 문제는 머리에 껌 붙여둔 것처럼 찝찝하고, 걸리고...
전 꼭 술 안 마시는 남자랑 결혼할 거예요 ㅠ.ㅠ
이건 지켜보는 사람에 대한 정신 고문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