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큰애 다섯살 여자아이 이야기에요.
첫 아이다 보니 뭘 해도 조심스럽고 답도 모르겠고 늘 갈팡질팡하게 되네요.
작년부터 어린이집에 다녔고 다니면서도 내내 좋았다 싫었다 기복이 오르락내리락 하며
거의 일년여를 지나서 완전히 적응하고 친구들 재미도 알고 그렇게 올해 다섯살이 됐어요.
올 해는 아침에도 잘 떨어지고 친구들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해서 잘 지내는구나 다행이다 싶었는데
요즘 들어서 어린이집 가기 싫다는 말을 자주 해요.
왜 싫은지 물어보면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라고 하는데
다섯살 되면서 어린이집에서 간단히 한글을 하루에 1,20분 정도 하는 그 공부를 말하는거 같아요.
교재나 선생님 말씀 들어보면 전혀 어렵고 부담되고 딱딱한건 아니고 그냥 평이해요.
저희 아이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선생님 교육관이 아이들에게 절대로 스트레스를 주지 말자..여서
이 어린이집은 그 흔한 재롱잔치도 안해요. 그러니 공부시간이라도 해도 딱히 어렵고 부담되지는 않을거 같은데요.
저희 애가.. 제가 엄마라 그렇게 보는게 아니고 또래에 비해 좀 빠른편이에요.
숫자나 문자 인지면에서 그렇고 집중력이 아주 좋아서 선생님들과 뭔가 하는 동안 잘 앉아서 잘 해요.
그래서 당연히 선생님은 칭찬도 많이 하시고 저희 애를 .. 뭐랄까.. 모범기준이랄까. .그렇게 두고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다섯살 수준의 모범이 별거 없죠. OO는 정말 잘 앉아있네, 와 반듯반듯 잘 썼네, 색칠도 참 잘 어울리게 잘 했네.. 등등..
어린이집 방과 후 수업으로 미술을 하는데 그 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하세요. 저희 애가 있어서 수업 진행이 쉽다구요.
저희 애가 대답도 잘하고 창의적인 생각도 잘 해내고.. 뭐 그런 듣기좋은 칭찬 말씀들이죠.
그런데 저희 애는 그게 싫은 모양이에요.
선생님이 칭찬함으로 인해서 다른 친구들 시선을 한번 더 받고,
선생님이 칭찬하는 부분을 더 잘해야 할 것 같고,
어설프지만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걸 가지네요.
그래서 요즘엔 어린이집도 가기 싫고 선생님 처럼 잘 할 수 없으니 미술도 싫다고 해요.
집에선 남편은 주로 토닥이며 오냐오냐 하는 편이고
저는 반대로 혼낼건 혼내고 가르칠건 가르치고 그러는 편인데
주로 저와 지내다 보니 제 눈치를 보면서 이게 맞았는지 틀렸는지,
자기가 하는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 보여요.
하지만 그래봤자 다섯살이니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떼쓰는 걸로 나타내기도 하고
괜히 동생이랑 잘 놀다가 싸우기도 하고 한번씩 꽥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그렇네요.
지난 징검다리 연휴 때 남편이 휴가를 내서 거의 나흘 내리 아빠랑만 지내더니
이번 주는 유난히 더 재미없어 하고 하기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막연한 칭찬이 아니라 구체적인 칭찬을 해 주려 의식적으로 노력해 왔고
아이의 성정을 잘 읽어 주려고도 늘 신경을 쓰는데.. 아이가 저렇게 다 싫어싫어 하는 시기에는
무력감이 먼저 들어요. 이런 타입의 아이에게는 어떻게 대해주는게 좋은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