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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쓸쓸한 수요일 밤엔 떡볶이가 생각납니다...

깍뚜기 조회수 : 1,809
작성일 : 2013-06-12 22:59:44
수요일엔 멀리 왔다갔다 하느라 지치는 날이거든요.
끼니 때를 놓쳐 굶주림을 억누르며 집으로 가는 막버스를
타러 헐떡대며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으니 콤콤한 좌석 냄새와 에어컨 기운이 뒤섞여 속이 살짝 울렁거립니다...
숨을 고르고 이어폰을 꼽고 톨게이트를 지나며
어김없이 떠오르는 한 접시의 끈적하고 붉은 너!

떡볶이는 몸과 맘의 허기를 달래줄 소중한 양식입니다...

떡볶이 매니아에 입문한 건 중 1때였어요
여고와 붙은 학교라 학교 앞 골목은 신당동 떡복이 골목
못지않은 떡볶이 타운이었습니다. 넓적한 냄비에 조미료 담뿍 담긴 바글바글한 육수에 오뎅, 양배추, 떡가닥, 사리를 투하한 즉석 떡볶이.
국딩 때 꼬질한 손톱으로 떡을 가르던 학교앞 하나에
10원하던 딱딱한 할머니 떡볶이와는 비교불가인 럭셔리한 세계였죠. 단짝 친구랑 거짓말 안 보태고 거의 매일 들락거렸어요. 문제는 사리취향인데 라면파와 쫄면파의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면 아마도 애니어그램 9번 (평화주의자)일 듯한 친구가 쫄라나 쫄쫄라라로 중재를 도모합니다. 하지만 1번 완벽주의자 친구는 한 냄비에 라와 쫄이 섞일 수 없다며 쫄면 근본주의를 고수했죠. 국물이 남으면 밥을 볶아 김가루를 뿌려 마지막 한 방울의 msg를 떠먹고 두피를 긁으며 단골집을 나옵니다. 참 이런 공방에도 불구하고 두 파 모두 떡꼬치는 별로 쳐주지 않았다는 즉석파의 자존심은 공유했습니다 ^^

근데 분명 2교시끝나고 라면먹고 점심먹고 떡볶이먹고 집에 가서 저녁까지 먹었다니.... 참 많이 먹었네요 ㅋㅋ 심지어 떡볶이 매운 맛이 아리면 근처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딴 유명 빵집의 소보로로 혀를 정비했으니 대체 칼로리는 ㅠㅠ

고교시절엔 학교 앞 떡볶이 집이라고 해봐야 거의 없고 급식먹고 야자를 했으니 좀 뜸했습니다. 그래서 급식 반찬에 떡볶이는 인기 메뉴였어요. 대체로 남학생들은 떡볶이가 어떻게 반찬이냐며 고갤 절래절래한다던데 여고에선 인기 메뉴어닌가요? ㅋ

대학 시절엔 포장마차 떡볶이에 입문합니다. 교문 앞 지긋하신 이모님은 동네 개발변천사의 증인이시기도 하죠. 수업 마치고 저녁 먹고 늦게까지 있는 날이면 묵지빠 패배자가 내려가 떡튀순을 사옵니다. 그렇습니다... 김말이의 맛을 알아보렸어요 ㅠㅠ 이 때 당번은 튀김을 떡볶이에 무쳐올 것인가, 아닌가 고민에 빠집니다.... 전 무쳐먹는 걸 즐기지 않았고 대부분은 튀김을 순수하게 먹는 걸 이해못하는 터라 다수결의 원칙으로... 흑흑
아주머니는 공연을 앞두고 우리에게 스폰서를 해주시던 든든한 후원자시기도 했죠. 왜 대학동아리 공연 팜플렛 뒷장에 조악하게 후원사가 들어가잖아요... 다 이모 삼촌하던 학교 앞 호프집, 주막 이런 곳들 ^^;;;
그리고 노점상 문화와 사회의 명암을 접하게 된 세상 공부도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집에서 해먹게 됐지만 지나가다 사람많은 떡볶이집은 꼭 들어가보게 됩니다. 그제는 홍대 앞에 분점(?)이 생간 미미네 국물 밀떡볶이 먹었는데 괜찮았어요, 마늘쫑(종) 튀김도 굿!!! 번듯한 가게로 이전한 뒤 조폭 떡볶이가 아쉬워디던 차에 반갑더군요

맵고 달고 뜨겁고 끈적하고 화끈한 떡볶이는 음식 만으로도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의 감정, 친구 관계, 그 모든 시간을 증언해줄 수 있는 메뉴네요. 단짝과 그것도 나만큼이나 떡볶이를 좋아하는 친구와 먹어야 가장 즐거운 떡볶이.
어른이된 지금도 길가다 '우리 떡볶이 먹을래요?'라고 무람없이 물을 수 있다면 그건 퍽 편한 사이가 됐다는 증거죠 :)

..... 휴대폰으로 쓰니까 엄청 빡세네요
얼른 들어가서 고춧가루 팍팍, 파 듬뿍 넣고 해먹어야겠어요!
IP : 175.223.xxx.5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고..
    '13.6.12 11:07 PM (125.177.xxx.133)

    왜 이러세요..ㅡㅜ
    낮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동대문 엽기떡볶이랑 만두를 먹고 아이스크림을 두개나 먹었는데 이 밤에 즉석 떡볶이가 또 먹고 싶잖아요ㅜㅜ
    전 다행히 남편이 떡볶이를 좋아해서 같이 종종 먹곤 하는데 아주 가끔 먹을 수 있는 즉석 떡볶이에서 저희도 사리가 문제에요.
    전 쫄, 남편은 라.. 힝.. 쫄면은 보통 기본으로 좀 들어 있으니 결국은 라면사리가 추가되지요. 에잇..
    아.. 내일이라도 즉석 떡볶이 먹고 싶은데 같이 먹어 줄 사람 있으려나..
    동네에 많이 아쉽긴 하지만 즉석 떡볶이 집이 하나 있는데 혼자 가서 먹기는 그렇고 포장 해오면 그 맛이 아닌데.. 흑..

  • 2. 나를 키운 8할은 떡볶이
    '13.6.12 11:10 PM (168.126.xxx.248)

    추억돋네요..학창시절 떡볶이추억만큼은 어느누구나 다 있을것같아요
    이미 님 몸이 일부는 떡일듯 ㅋㅋ

  • 3. ..........
    '13.6.12 11:14 PM (122.35.xxx.66)

    떡볶이 먹고파요..ㅠ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떡볶이..

  • 4. 쓸개코
    '13.6.12 11:19 PM (122.36.xxx.111)

    저녁을 아직도 못먹었어요.. 근데 지금 저 김밥재료 볶고있는 중.
    떡볶이 국물에 김밥 찍어먹으면 더 맛날텐데^^;

  • 5. ㅋㅋ
    '13.6.12 11:21 PM (218.38.xxx.19)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떡볶이 ㅎㅎ

  • 6. 깍사형
    '13.6.12 11:36 PM (39.7.xxx.239)

    떡볶이에서 진미는 떡도 아니고 오뎅도 아니고
    양념에 실신한 굵은 대파라 생각해요.

    떡볶이 맛있게 챱챱하셨길~ ^^

  • 7. 아나키
    '13.6.12 11:45 PM (116.123.xxx.17)

    맞아요.굵은 대파. . .

    아~먹고 싶다.

  • 8. 아악~
    '13.6.12 11:48 PM (14.32.xxx.2)

    진정 왜이러세요 ㅜㅜ ㅜㅜ
    냉장고에 떡볶이 재료 다 있는데 (중독자라 사시사철 항상 구비)
    지금 철인의 의지로 참고있어요 ㅜㅜ

    내일 같이 떡볶이 한냄비 하실래요???

  • 9. ^^
    '13.6.13 12:09 AM (112.149.xxx.53)

    오늘 딸들과 라페스타 신촌오빠네 떡볶이 먹고 지금 물 들이키며 후회중 ㅜㅜ 떡볶이는 늘 옳아요 ㅜㅜ

  • 10. 깍뚜기
    '13.6.13 12:21 AM (124.61.xxx.87)

    맥주 한 잔 곁들여 떡볶이 한 접시 비웠습니다.
    댓글님들과 매콤하고 진한 자매애를 느낍니다 ㅋㅋ

    모여서 즉석 떡볶이 한 냄비하면 좋겠네요
    쫄면파와 라면파는 따로 먹는 걸로 ㅎㅎㅎㅎㅎ

  • 11. 마늘쫑튀김
    '13.6.13 12:36 AM (58.232.xxx.26)

    맛있어요 ㅎㅎ

    얼마전에 남편한테 생선튀김해주면서 마늘쫑있길래 튀겨주었더니 너무 맛있다고........

    저쪽은 이밤에 잡채만두 먹는다고 자랑 여기는 떡볶이 예찬

    배 고프고 먹고프고........

  • 12. 플럼스카페
    '13.6.13 1:47 AM (211.177.xxx.98)

    어머 어뜩해.....오늘 자게는 먹방중^^*
    깍님...오랜만이세요.

  • 13. ^^
    '13.6.13 10:21 AM (221.148.xxx.195)

    깍둑님이 이래서 유명하시구나..글을 참 잼있게 쓰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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