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외사촌 여동생이 최근에 결혼을 했어요.
남편에게는 두분의 이모가 계신데.. 그중 막내 이모의 딸이 이번에 결혼한거지요.
지난 주말에 저희가 남편의 큰이모댁에 가서 뵐 일이 있어서.. (전 결혼하고 처음 본거였어요.. 결혼한지는 몇년 되었지만.)
겸사겸사 저희가 간 날에.. 그 큰 이모댁에, 큰 이모, 저희 시어머니, 그리고 막내 이모네 가족, (이모부와, 최근에 결혼한 여동생과 그 남편)이 다같이 모여서 저녁을 먹는 자리가 만들어졌어요.
저로서는, 남편의 외갓집 식구들에 둘러쌓인.. 조금은 불편한 자리였지요. 막내 이모네 가족은 이전에 몇번 만난적이 있어서 어느정도 친했지만요.
근데 그 짧은 저녁시간이 참 마음에 남아서 여기에 적어보고 싶어졌어요.
일단 저녁 식사는 저희가 도착하니까 남편의 큰 이모가 이미 다 마련했더라구요. (집주인)
그걸 저희 시어머니와 큰이모가 후딱후딱 차려 내시구요.
그동안 작은 이모와 이모부는 접시등등을 식탁에 날라놓고.. 와인을 따라주고요.
뭐 눈깜짝할 사이 순식간에 저녁 한 상이 푸짐하게 차려져서.. 저희는 즐겁게 먹으면서 담소했어요.
저녁 먹고 디저트는 막내이모가 가지고 온 케익을 이모부가 즉석에서 잘라서 써빙해주어서 먹었구요. 커피는 저희 남편이 끓여내구요.
다 먹고 나서 설거지거리는 일단 그 결혼한 여동생의 남편 (그니까 저한테는 사촌 시누이 남편..?)이 접시등등을 들고 가더니, 쓱쓱 식기세척기에 넣고.. 요리할때 썼던 큰 솥과 팬같은 요리기구는 식기 세척기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어느새 본인이 직접 설거지를 쓱싹쓱싹 했더라구요.
이 모든 상황이 다 눈깜짝할 사이에 순식간에 이뤄지더라구요. 사람이 많으니까.. 다같이 조금씩 거드니까.. 뭐 저도 이리저리 거들었는데. 설거지는 내가 해야지 하고 일어난 순간 이미 다 되어 있고.. 뭐 그런식이더라구요.
그리 저녁먹고 떠들썩 하고도 행복하게 담소 나누고 헤어졌던. 소박하고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여기까지 적었을때 눈치채신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저희 남편과 여기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저만 빼놓고 다 유럽/미국 사람들이예요. 저희 남편과 시어머니는 유럽출신이구요, 남편의 이모들은 미국에 정착해서 사는 미국사람들이구요.
그냥.. 저도 모르게 속으로 비교하게 되더라구요. 제가 결혼하기 전에, 친정 엄마가 하던일을 봤었던거 하구요. 저희 엄마는 큰 며느리라서.. 이런 시댁모임이 있으면 모든 궂은일을 다 하셨어야 했거든요.
이렇게 여러사람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조금씩 거들면.. 다같이 행복한 저녁이 되는것을.
여기가 한국이었다면, 이렇게 소박한 시댁모임을 즐길수 있었을까? 하구요.
그래서 제 남동생에게도, 여동생에게도 당부했어요. 너희들이 나이먹어서 시댁이 되면.
그때는 꼭 이렇게 해라..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