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은 왜 별 생각 없이 지냈는지..
어제 후배를 만나 이런 저런 애기를 했는데...후배가 바보라고 하더라고요.
곰곰히 생각하니 제 밥그릇 너무 신경 안 쓰고 산것 같아서..
동생이 하나 있어요. 여동생.
성격이나 식성이나 삶의 방식이나 너무나 판이하게 달라서 전혀 친하지 않은 동생입니다.
동생은 자기껀 죽어도 챙기고 저는 살면서 손해도 보고 사는거지..뭐...하는 편입니다.
동생은 결혼후 미국으로 건너가서 거기서 아이 낳고 미국인으로 살고 있어요.
가기전 동생이 엄마 보석함을 열어놓고 엄마에게 나중에 이거 언니랑 나랑 똑같이 나눠줘야해. 해서
엄마께서 넌 미국에 있고 엄마 아빠는 언니가 돌봐줄건데 줘도 언니를 더 줘야지 어떻게 똑같이 나누니? 했더니
길길이 뛰었다고 엄마께 전해 듣고도..
그럼 동생 다줘. 난 보석 필요없어 했었죠.
그때 알아 봤어야 했는데.
미국은 결혼하면 프로포즈 다이아반지를 다 받는데 그걸 못받은게 가슴아프다면서 엄마께서 3인지 5인지...다이아 반지를 해 줬다고 넌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전 아무렇지도 않았고요. 어차피 전 반지도 안끼는데다 중요한건 제 돈이 아니고 엄마 돈이니까요.
그게 몇천이든 몇억이든 간에 말이죠.
2년에 한번 한국올때 천만원 비행기 값을 부모님이 내주실때도, 그아이들 여행 경비를 대주실때도, 미국으로 돈이며 소포를 바리바리 보내실때도 별 생각 안했어요.
왜냐면 그건 부모님 돈이고, 부모님 입장에서야 멀리있는딸 자주 못보니 안타깝고 안쓰러울테고...그렇게 생각했죠.
동생을 물질적으로 더 챙겨주신다고 해서 절 더 사랑 안하시는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사실 전 되게 이쁨 받고 컸거든요.
부모님 외향을 쏙 빼닮았고 성격 온순(?)해서 혼이나면 울기만 했지 대든다거나 맞서 싸우지도 않고..했으니까요.
동생은......정 반대였고요...가족인줄 사람들이 몰라봐요.
그래서 부모님 재산에 별 관심없었고 항상 아빠께서 사회에 환원하고 떠나시겠다고 해서 그런줄로만 알고 있었어요.
네..사실 제가 좀 철이 없네요.
근데..작년 초 엄마랑 둘이 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내가 재산 물려주면 너 쓰고 남는건 조카들 주라고...좀 어처구니 없었어요. 전 혼자거든요. 앞으로도 생각 없고.
부모님께서 재산을 주시면 고마운거고. 안주시면 그 재산으로 행복하게 하시고 싶은거 하시면서 사신거니 더 좋은 거고요.
사회 환원을 해도 좋은거고요.
저 부유하지는 않아도 그냥 혼자 먹고는 사니까요.
근데 주신 재산이든 내 재산이든 그걸 엄마께서 이래라 저래라 하실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럴거면 나 주지말고 조카들 주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라고, 섭하다고도 했고요.
그리고 넘어갔는데...
미련한 것이 그때까지도 별 생각이 없었네요.
얼마전 동생 가족이 왔었어요.
그리고 그 한달전 할머니께서 돌아가셨고요.
당연히 동생은 미국에 있으니 아무것도 한게 없었죠.
밤을 세워 장례식장을 지킨것도, 그 뒷처리를 한것도, 장지를 간것도 아닌 동생이 오자마자 엄마께..
할머니 통장 어디있어? 했다는군요....
네가 그건 왜 찾니? 하고 화를 내셨다는데...에휴.
그말을 듣고 정신이 나더라고요.
난 바보였구나....하면서.
저도 사십줄에 들어섰으니 10-20년후면 (길게잡고) 유산 문제가 생길것 같은데 닥쳐서 처리하긴 어려울것 같고 어떤쪽으로 하면 아빠 사후에 재산을 지킬수 있을까 싶어서요.
저희 집이 부자도 아니고 그냥 부모님 하고싶은거 하시면서 지낼정도입니다.
정확히는 부모님 재산 규모를 잘 몰라요.
근데 제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동생이 엄마 쓰실것 까지 가지고 갈것 같아요.
또 이제는 얄미워서 부모님께 싫다고 말하고 싶고요.
부모님들도 아시는것 같아요. 어차피 부모님 모시는건 저뿐이라는걸요.
근데 아무래도 먼곳에 있는 자식이어선지 맘을 쓰시는것 같은데...
참 쓰고 보니 치졸하고 멋났네요 제가.
후배말을 듣고 그냉 있는건 아니다 싶어 글을 쓰긴 했는데...
왠지 지금처럼 마음대로 하세요. 하자니 섭섭하고.
부모님 재산 탐내는건 더 싫고.
저도 제가 이렇게 속물인줄 몰랐어요.
그냥 동생이 좀 바뀐 모습이 보고싶은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고.
동생은 십년전부터 챙긴걸 전 별 생각 없이 지낸것 같아 맘이 상한거 같아요.
제 고민이 맞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