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에요.
결혼하고 3년만에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될 줄...정말 예전엔 상상도 못했어요.
82에서도 어떤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결혼은 정말, 여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제도같아요.
적어도 지금 저에게는, 매우 그래요.
이제 와서 누굴 탓할까, 저 사람과 꼭 결혼해야 한다고 등 떠민 사람도 없었는데,
다 내 탓이지, 싶다가도 한번씩 울컥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요.
맞벌이에요. 꼬꼬마 아가 있어요.
집안일이고, 육아고, 남편보다는 제 쪽에 훨씬 무게가 쏠려있어요.
얼마 전에 남편과 좀 일이 있어서
아직 깔끔한 화해 못 했고, 냉랭한 사이에요.
비슷비슷한 일들이 늘 생겨서 별로 화해하고 싶지도 않네요.
우리가 좋았던 적이 있었나 싶어요.
조심스럽게, 마음 속으로만, 이혼...이란 단어도 생각해 봐요.
오늘...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 차려준 밥 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와서 또 차려준 저녁 먹고 지금껏 TV 보고 있어요.
어제는 그나마 술 마시고 밤늦게 왔다지요.
넌 좋겠다...제 입 언저리에서 막말이 자꾸 삐져나와요.
전 오늘...
아침 기상이 늦은 편이었지만, 일어나 대충 밥 차리고,
아가 밥 먹이고, 옷 갈아입히고, 부지런히 준비시켜 어린이집 데려다 주고,
집안일 좀 하고, 어젠 청소기 돌렸고, 오늘은 빨래,
간만에 반찬도 만들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렸군요.
출근했다가 퇴근길에 아가 바로 받아서,
늦은 시간이라 아가가 졸려해서 전 저녁도 못 먹고, 일단 아가 먼저 재우고,
밥 차려 남편이랑 저녁 먹고, 설겆이...
설겆이 좀 할래? 했더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그래, 그냥 거기 두라고, 자기가 한다고,
저 밥 먹는 중에 혼자 다 먹었다고 일어나서,
쇼파에 드러누워 TV 보는 모습 보니, 내 입이 방정이구나 싶더라구요.
웃기는 소리지만, 학력 제가 높고, 돈 제가 더 벌어요.
심지어 결혼하고 얼마 안되서, 남편은 다니던 직장 그만 두고, 뭔가 할 듯 하더니,
지금 현재로선 벌린 일도 흐지부지 되었고, 앞으로 뭘 할지도 모르겠네요.
어찌어찌, 매월 급여같은 돈은 만들어서 보내주는데,
무슨 생각인 건지, 뭘 하고 싶은 건지, 이대로 영영 취직은 안 할 건지,
얘기해 봐야 저랑 세세하게 상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늘 결론도 없는 일에 제가 몰아부친다는 식으로, 끝이 좋지 않아서 그냥 저도 아예 접었네요.
이러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문득문득 너무 속상해져요. ㅠ_ㅠ
이러려고 결혼한 건 아니었는데...
제가 약지 못했던 걸까요?
조건같은 것, 크게 따지지 않았고, 그럴 필요 굳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서로 사랑하니까, 그래서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어요.
82에서 읽었던 깊은 울림이 있었던 말...
바람피운 남편도 용서하고 살 수 있는 게 부부라고,
부부니까, 최악의 상황을 겪어도 다시 좋아질 수 있는 거라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울 아이 보며 힘내보지만,
나 힘든 것 알아주지도 않고, 도와주지도 않고, 고마워하지도 않는 남편이
너무너무 야속하다 못해 미치도록 미워요. ㅠ_ㅠ
미워해봐야 내가 더 힘들다...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정말 때로는 결혼이 너무 후회스럽네요.
지금 이 시간도 우리의 관계가 다져지고 있는 순간인 건지, 잘..모르겠네요.
답답한 마음에 늦은 시간, 글 올려봅니다.
배부른 넋두리, 영양가없는 하소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