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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들어오려구” 악귀는 출입금지! - 귀면와, 재앙 물리치는 벽사의 역할

스윗길 조회수 : 1,119
작성일 : 2013-06-03 21:21:13

“어딜 들어오려구” 악귀는 출입금지! - 귀면와, 재앙 물리치는 벽사의 역할

 

사람이 도깨비를 보고 놀랄까, 도깨비가 사람을 보고 놀랄까, 사람보다 귀신이 무서웠던 시절 많이 생각했던 문제다. 서로 다른 존재이기에 두 존재가 마주치면 서로가 놀라지 않을까 했다. 시간이 흘러 생각이 바뀌었다. 서로 다른 존재보다 같은 존재가 더욱 무서울 수 있다고 말이다. 여기 귀신들 중에서도 같은 존재인 귀신을 무서워하는 일이 있으니 그중 하나가 바로 귀면와다.

 

과거 우리나라 건축양식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귀면와’다. 귀면와란, 도깨비 얼굴을 새겨 장식한 사래 끝에 붙이는 기와로 흔히 도깨비기와라고도 부른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귀면와는 대체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다.

 

 

무서운 표정의 귀면와

 

귀면와는 선조들의 풍습과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하나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나쁜 귀신을 쫓을 수 있는 것은 영악한 귀신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귀신도 무서워할만한 표정의 귀신이나 도깨비를 만들어내야 했다.

도깨비다 사찰 입구의 사천왕의 표정이 그러하듯 귀면와에 새겨진 귀신의 표정 역시 눈이 툭 불거져 있다든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등 눈·코·입을 중점적으로 강조해 최대한 무서운 표정으로 만들었다. 사찰 입구에 섬뜩한 모습의 사천왕을 세운 이유는 잡귀의 범접을 막고 중생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귀면와 또한 잡귀와 악귀의 범접을 막는 벽사의 역할을 했다.

 

벽사의 역할을 담당했던 귀면와의 경우 보통 건축이나 고분, 주술도구에 많이 새겨 넣었으며 그 기원은 중국 주대의 청동기에 시문된 도철문에서 비롯됐다. 주로 눈·코·입 등 얼굴 부분을 표현했으나 몸의 형상을 부분적, 전체적으로 드러낸 경우도 있다. 귀면와와 같은 귀신문은 불교미술뿐만 아니라 생활문양으로도 자주 나타나며, 삼국시대의 기와에서부터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또한 마을의 재앙을 막아준다고 믿은 장승이 귀면인 것도 귀신에게 벽사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지방에 따라서는 도꺠비탈을 문에 걸어서 잡귀나 마마의 침범을 막는 풍속이 있었다. 사래 끝에 달았던 귀면와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귀신이 귀신을 쫓아낸다거나 귀신을 신봉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는 귀신이라고 하면 사람을 해하거나 세상을 어지럽히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고대에는 선귀(조상신)나 각종 신들이 신봉의 대상이 됐다.

 

회남자 권 13 <범논훈>에는 ‘화제는 불의 덕으로 왕이 되었다가 죽어서 총신이 되었고 우는 천하를 위하여 수고했다가 죽어서 곡신이 되었고 예는 천하의 해를 제거하고 죽어서 종포가 되었다. 이것이 귀신이 생긴 까닭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 외에도 조상신에 대한 이야기는 신라의 호국설화나 문무왕의 호국대룡 설화와 같은 한국의 고대설화에도 잘 나타나있다. 이를 통해 선귀를 숭앙했던 옛 풍속을 알 수 있다.

 

 

 

재앙과 질병을 물리치는 벽사 역할

 

어렸을 적 시골 할머니 집에 가면, 대문에 달린 문고리가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사자 모양 같기고 하고, 도깨비 같기도 했던 그 문고리가 이제 와 생각하면 벽사의 의미를 담은 귀면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귀면은 비단 기와에만 새기거나 만든 것이 아니라 문고리나 주술적인 제기의 장식에서 상징적인 의미의 무늬로 전시대에 걸쳐 사용됐다.

 

귀귀신 혹은 도깨비의 얼굴로도 불리는 귀면무늬는 귀형의 얼굴이나 도깨비의 형상을 상상해서 나타낸 무늬로 인간 생활을 위협하는 재앙과 질병 등을 초자연적인 존재의 힘을 빌려 물리침으로써 행복을 얻고자 하는 기원에서 나온 상징적인 도안인 것이다.

 

이밖에도 고대 궁중에서 마귀와 사신을 쫓기 위해 베풀어진 나례 풍습이나 기두(네 개의 눈이 달린 방상씨 가면)를 쓰고 귀신을 쫓던 유희, 벽사신인 치우의 형상을 그려 붙이던 풍습 등에서 귀면무늬의 초기 형태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처용랑에 등장하는 처용의 모습을 묘사한 대목을 통해 옛 사람들이 생각했던 도깨비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다.

 

신이 갖고 있는 힘을 빌려 천재지변과 전쟁, 전염병, 기근 등의 재앙을 물리치고자 했던 귀면은 사실 그 기원을 토속신앙에 두고 있다. 또한 벽사신앙은 고대인들이 추구했던 장생사상과 기복신앙의 필수적인 요소였으며, 귀면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된다. 예로부터 무병장수, 불로불사를 꿈꾸던 사람들의 바람이 담긴 무늬이자 액운을 막기 위한 방패의 역할을 했던 귀면, 현대의 건축양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귀면와이지만, 종종 휴대전화·목걸이나 핸드폰 액세서리에 이용하기도 한다.

 

출처: 글마루 6월호

 

IP : 61.106.xxx.27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6.3 9:57 PM (58.234.xxx.74) - 삭제된댓글

    사실...
    우리나라 전래의 도깨비는 어릴 때 들었던 옛날 이야기에서 보듯
    괜히 사람들에게 장난치는 악동같은 그런 친숙한 존재이지 그렇게 무섭기만한 존재가 아니었다는군요.
    '오니'라는 일본식 도깨비의 형상이 바로 그런 건데 그게 우리나라 전래의 것으로 잘못 전해진 건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우리 것처럼 인식되어져 와서라고 하네요.

    그리고 원글에서 처럼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귀면와라는 것도
    실제로는 귀신 형상이 아니라 용의 얼굴을 표현한 거라는 말도 있는데
    우리나라 사찰이나 일반 집들이 불에 민감한 목재로 지어진 것을 생각하면
    물을 상징하기도 하는 용의 형상을 집의 장식물로 사용하므로서
    화재를 막아주는 상징으로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더 신빙성이 있는 거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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