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후기 보고 눈물 날 뻔 했어요.
너무 감사하고 감사해서...
그런 일견 사소해보이는 작은 관심과 작은 실천이,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고.. 때로는 인생을, 생사의 순간을 바꿀 수 있는 지 당해보지 않은 분들은 모르실 거예요.
10대 때 아버지가 많이 아프셨어요. 집에만 있다보니 답답하고... 본인도 많이 힘드셨겠죠... 어느날 잠깐 외출을 한다고 나서신 것이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가족들은 미친 사람처럼 되어서 여기저기 신고하고 뜬 눈으로 밤을 새웠죠...
다음 날... 엉망인 모습으로 겨우 집으로 돌아오셨어요. 가졌던 돈과 소지품들 다 빼앗기고 행색도 엉망이 되어서...
목숨 부지하신 게 다행이죠... 하지만 너무나 마음이 아팠어요....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얼마나 빌어서 돌아오셨을지...
어려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를 자세히 듣지는 못 했지만... 나쁜 사람들이 아픈 아버지를 해꼬지할 때 지나가던 사람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그런 내용을 들었던 것 같아요.....
참 쉬웠겠죠.. 딱 봐도 아파보이는 행색의 기운 없는 나이든 사람 해꼬지하기...
그래도.. 그 광경을 본 사람들.. 그저.. 한 통의 전화로 신고만 해주었더라도... 그렇게 되진 않으셨을 것을.. 하마트면 영영 못 돌아오실 수도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 날 일을 돌아가실 때까지 결코 자세히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충격이 참.. 크셨겠죠.
저도 이 날 일을 다른 사람 누구에게도.. 하물며 남편에게도 말하지 못했어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너무 아파서..
그래서인지.. 저두 그냥 평범하고 힘 없는 사람이지만.. 모르는 사람이라도 위험에 처한 걸 보면 꼭 도와주려고 하며 살고 있어요. 그런 작은 행동이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제가 잘 나서가 아니라.. 그 날 저와 아버지, 제 가족의 가슴에 들었던 피멍의 상처를 다른 사람들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요.
결혼하기 전에.. 저희 집이 전철 종점이어서인지 밤에 술 취해서 전철역 근처에서 쓰러져자는 멀쩡한 행색의 직장인들이 참 많았어요. --; 십몇년간 그 동네에서 살며 몇백명은 본 듯...
학생 때부터 그런 분을 보면 옆에 서서 꼭 경찰에 신고를 하고, 시간이 되면 근처에 있다가 경찰차 오는 걸 꼭 보고 집에 갔어요. 신기하게도 다들 그런 사람 보아도 그냥 흘끔 보고 가버리고 말더군요... 그렇게 자다가 강도를 당할 수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건데.. 한겨울에 자다가 얼어죽을 수도 있는 거구요... 그 사람들도 누군가의 가족이잖아요...
대학생 때 학교 근처에서 술 먹고 퍼진 ^^; 또래 애들 봐도 항상 신고했고요..
길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혼자 울고 있는 애들을 보면 옆에서 한참 기다려주다가 부모님 안 나타나면 경찰이나 근처 대형매장, 경비실에 데려다주고요..
20대 때... 한 번은 밤에 전철역에서 어떤 또래 여자애가 술 취해서 승강장에 주저앉아 몸을 못 가누고 있는데(스크린도어 없을 때였어요) 머리와 몸이 휘청휘청하는데 금방이라도 선로로 떨어질 거 같은 거예요. 어어어, 어떡하지 하고 보고 있는데 놀라운 게... 전철 들어오는 안내방송 나오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거예요... 늦은 시간이지만 번화가 근처 전철역이라 남자, 여자,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 할 것 없이 사람 정말 많았거든요... 근데 아무도.. 그냥 보고만 있더라고요. 믿기지가 않는 모습...
모골이 송연하고.. 저러다 사람 죽는거 눈 앞에서 보겠다 싶어서 달려가서 승강장에 걸터앉은거 끌어내는데 술에 취해서 힘이 엄청 세더라고요. 축 늘어져서.. ㅠㅠ 근데 낑낑거리고 있고 안내방송 나오는데도 아무도 같이 안 도와줘요. 그냥 손만 같이 잡아줘도 될 것을...
뒤쪽에서 구경하던 남자 한 명을 찍어서 --; 도와달라고 해서 겨우 끌어냈어요. 그 날 일은 정말 잊을 수가 없네요... 중국에서 성폭행 당하거나 칼에 찔려 죽어도 사람들 그냥 보기만 하고 가서 기사 나오잖아요. 솔직히 우리나라도 크게 다를 게 있을까.. 그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ㅠㅠ
남초 사이트 보며 충격 받은 게, 가끔 "위험한 상황(싸움, 성폭행, 길에 쓰러진 사람 등) 보고 도와줘야 하냐"는 식의 내용이 올라와서 댓글로 파이어되는데 대부분(80% 정도)의 댓글이 "뭐하러 도와주냐, 신고도 왜 하냐, 경찰서에서 불러서 왔다갔다라도 하면 어떡하냐, 귀찮다, 누가 알아서 하겠지..." 등의 내용이에요.
달려들어 상황을 정리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신고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렵나요... 그 작은 행동이 그 사람과 가족, 지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는데... ㅠㅠ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각자도생, 무간지옥이잖아요... 너무 쓸쓸하고 무서운 일이에요... 내가 당할 때도 거꾸로 그저 다들 보고만 지나친다고 생각하면......
불행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인데..
이 글을 보시는 우리 82쿡 회원님들, 이상하거나 위험한 상황을 보시면 지나치지 마시고 꼭 신고라도 해주심 좋을 것 같아요... 여력이 되시면 더 적극적으로 도우심 좋겠지만... 저도 소심한 사람이고.. 그러지 못할 상황이 더 많잖아요... 그러니 급한 일이 있거나 상황이 위험해서 개입하기 힘들다 싶을 땐 그 자리를 빠져나오셔서 꼭 신고라도!
경찰차 생각외로 정말 금방 와요! 뉴스 보며 우리 나라 경찰 저도 욕할 때 종종 있지만^^; 치안력 생각보다 정~말 좋습니다! 아주 외진 곳이 아니라면(시내, 주택가 등등 보통 지역이라면) 3~5분 내로 오는 게 대부분이에요. 더 빨리 올 때도 많고요. 신고하는 거 전혀 귀찮은 일 아니에요. ㅠㅠ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 나와 내 가족, 아이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이다 생각하시고 꼭.. 주위에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