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여성입니다.
치열한 조직생활로 20대를 채워 보내고
30대 들어서면서 결혼과 동시에 과감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인데
어리버리 아무것도 모르고 빈 종이에 혼자 막 그려나갔던 내 20대, 즉 조직생활 속의 내 모습이
미생을 보고 너무 후회가 되고 아쉽고 안타깝고 부끄럽고 막 그런 중입니다.
남편도 아직 모르고 있길래 제가 먼저 정주행을 끝내고 강권했습니다.
아직 조직생활이 구만리만큼 남은 당신은 꼭 읽어봐야 할 것 같다고.
남편은 30대 중반.
삼성 계열사 7년차 대리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온몸으로 다 가진 사람입니다.
이 작품을 보며 느끼는 바가 제일 많은 사람중 하나인 셈이죠.
사실은 보면서 뭔가를 좀 제발 느껴달라는 저의 바람을 담은 권유였습니다.
근데...
쭈~욱 보더니 심드렁 합니다.
대한민국 월급쟁이라면 순간순간 탄성이 나오는 장면도,
큭큭 소리가 절로 나오는 장면도, 긴 한숨이 나오는 장면도 얼마나 많은데
걍 손가락만 휙휙 넘기고 맙니다.
평소 모습도,
크게 욕심도 없고 현실 정치 사내 정치 이런것도 싫어하고 모르고
그저 자기와 자기 가족, 가정이 행복한게 제일인 사람.
책임감은 크지만 사실 크게 책임지고 있는 것은 많지 않은 사람.
정말 좋은 아빠, 좋은 남편으로는 세계 제일인 사람.
좋은 선배, 좋은 친구, 좋은 동기. 딱 그런 사람 입니다.
저런 모습도 다 좋지만, 사실 이젠 슬슬 걱정이 되고있거든요.
과연 남편이 50살까지 버틸수 있을까.
저는 직장을 그만 두기 전까지 능력 외로 운이 좋아(?) 항상 최고결정권자 밑에서 일을 해왔습니다.
신분은 월급쟁이지만 결정권자들의 복심을 살피는 일들을 오래 하다보니
그런 사고방식이 머리에 젖어들었나봅니다.
어쩔땐 집에서 술 한잔 하며 남편의 종알종알거리는 것이
될성부른 대리의 하소연으로 들리기도 하는 겁니다.
아... 말이 길어졌네요.
아무튼, 그런 사람이라 미생을 보며 뭔가 아주 조금이라도 (바둑을 몰라도 되니까)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대화가 오가기를 기대하며 남편의 완주를 기다리고 있는데
맨날 보는 인터넷 격투기까페나 보고
제가 흘끗 스마트폰이라도 쳐다보면 멋적게 tv로 시선을 돌립니다.
사람이 똑같을순 없지만
그래도 뭔가 입맛이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