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게를 하는 언니한테 갔더니, 마침 근처에 사는 친정엄마도 와 앉아계시더라구요.
이런저런 지나간 이야기끝에,
내 나이 다섯살무렵,
정말 처참하리만치 치욕스럽고 분노스러웠던 기억을 이야기하게 되었어요.
아빠친구중에 김씨라고 부르던 키가 작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 아저씨가 어느날 술이 불콰하니 취해선, 갑자기 저를 무릎에 앉혀놓고 입안에 침을 잔뜩 넣어놓고 그 입술을 부비대면서 키스를 했어요.
싫다고 울어대는데도 그 아저씨는 세네번정도 더 한뒤에 절 내려놓았어요.
그옆에는 엄마가 있었고 그냥 뽀뽀라고 생각하면서 앉아있었어요.
저는 씩씩대면서 양치질을 했는데 그 넓은 마당이 제가 헹군물로 어느틈에 흥건해졌어요.
그리고...
제가 고등학생이 되던 어느날,
엄마가 저를 혼내다가 주변사람들에게 김씨가 뽀뽀를 한것을 가지고 마당한가득 양치물로 가득했다..라고 한적도 있었어요.
그때 저는 아무말도 못했어요.
그러다가 오늘 그 김씨이야기도 나와서 그이야기를 꺼내놓았더니 엄마가
너무도 ,너무도 아무렇지도 않은표정으로
"어쩌면 그아저씨는 그랬을지도 몰라, 아내가 도망가고 없을때였으니까."
하더라구요.
오히려 전 딸의 그 깊은 치욕스러운 분노에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을수 있는지 새삼 놀랍고 소름이 끼치더라구요.
이미 우리엄마의 그런 성정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적어도 그 치욕스럽고 더러운 기분은 엄마로써 알아줄줄 알았어요.
이상하게 저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 그리고 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가 된 저인데도
친정엄마랑 멀어지는것 같아요.
말도 점점 안통하는것 같고.
어릴때 공동우물가에서 숱하게 당했던 수모에 가슴아파하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같이 식탁의자에 마주보고 앉아있어도 뭔가 불편하고,
엄마도 제게 불편한 뭔가가 있는지 여동생에게만 더 이야기를 신바람나게 하고.
정말 뭔가 불편한 게 있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적어도, 2,3년전만해도 그런 불쾌함이 엄마한테 느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만 가득해서 어떻게 해서든 보듬어주고 싶었는데
두살터울 여동생이 남편직장따라 다시 동네로 내려오면서 엄마가 그 애에게만 편애적인 사랑을 쏟는거에요.
오늘처럼 같이 모여있으면 그 아이만 보면서 신바람나게 이야기를 하고 점점 그 이야기에 도취되어서 목소리도 높아지고..
그러는동안 저의 존재는 전혀 엄마의 시야에서 잊혀져 목석처럼 앉아만 있게 되어요.
그사이에 저도 엄마랑 이렇게 마주보는 상황이 되면 오히려 할말이 없어지고 뭔가 불편해서 일어날까 말까 하고 망설이게 되는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