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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다섯살의 기억중 지우고싶은 그 기억.

종달새 조회수 : 4,739
작성일 : 2013-05-30 00:44:11

작은 가게를 하는 언니한테 갔더니, 마침 근처에 사는 친정엄마도 와 앉아계시더라구요.

이런저런 지나간 이야기끝에,

내 나이 다섯살무렵,

정말 처참하리만치 치욕스럽고 분노스러웠던 기억을 이야기하게 되었어요.

아빠친구중에 김씨라고 부르던 키가 작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 아저씨가 어느날 술이 불콰하니 취해선, 갑자기 저를 무릎에 앉혀놓고 입안에 침을 잔뜩 넣어놓고 그 입술을 부비대면서 키스를 했어요.

싫다고 울어대는데도 그 아저씨는 세네번정도 더 한뒤에 절 내려놓았어요.

그옆에는 엄마가 있었고 그냥 뽀뽀라고 생각하면서 앉아있었어요.

저는 씩씩대면서 양치질을 했는데 그 넓은 마당이 제가 헹군물로 어느틈에 흥건해졌어요.

그리고...

제가 고등학생이 되던 어느날,

엄마가 저를 혼내다가 주변사람들에게 김씨가 뽀뽀를 한것을 가지고 마당한가득 양치물로 가득했다..라고 한적도 있었어요.

그때 저는 아무말도 못했어요.

그러다가 오늘 그 김씨이야기도 나와서 그이야기를 꺼내놓았더니 엄마가

너무도 ,너무도 아무렇지도 않은표정으로

"어쩌면 그아저씨는 그랬을지도 몰라, 아내가 도망가고 없을때였으니까."

하더라구요.

오히려 전 딸의 그 깊은 치욕스러운 분노에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을수 있는지 새삼 놀랍고 소름이 끼치더라구요.

이미 우리엄마의 그런 성정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적어도 그 치욕스럽고 더러운 기분은 엄마로써 알아줄줄 알았어요.

이상하게 저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 그리고 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가 된 저인데도

친정엄마랑 멀어지는것 같아요.

말도 점점 안통하는것 같고.

어릴때 공동우물가에서 숱하게 당했던 수모에 가슴아파하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같이 식탁의자에 마주보고 앉아있어도 뭔가 불편하고,

엄마도 제게 불편한 뭔가가 있는지 여동생에게만 더 이야기를 신바람나게 하고.

정말 뭔가 불편한 게 있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적어도, 2,3년전만해도 그런 불쾌함이 엄마한테 느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만 가득해서 어떻게 해서든 보듬어주고 싶었는데

두살터울 여동생이 남편직장따라 다시 동네로 내려오면서 엄마가 그 애에게만 편애적인 사랑을 쏟는거에요.

오늘처럼 같이 모여있으면 그 아이만 보면서 신바람나게 이야기를 하고 점점 그 이야기에 도취되어서 목소리도 높아지고..

그러는동안 저의 존재는 전혀 엄마의 시야에서 잊혀져 목석처럼 앉아만 있게 되어요.

그사이에 저도 엄마랑 이렇게 마주보는 상황이 되면 오히려 할말이 없어지고 뭔가 불편해서 일어날까 말까 하고 망설이게 되는거에요.

 

IP : 110.35.xxx.164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허참
    '13.5.30 12:47 AM (121.130.xxx.7)

    어머니 정말 이상하네요.
    저런 엄마 밑에서 원글님이 얼마나 맘 고생하셨겠어요.

  • 2. ...
    '13.5.30 12:49 AM (112.168.xxx.32)

    성에 대해 무지해서 그래요
    나이가 있으니 성에 대해 배운게 없어 그런 겁니다.
    배운게 없으니 님이 당한게 얼마나 심각한걸 모르는 거에요
    요즘은 엄마들도 많이 배우고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다뤄 아동성폭행 성추행에 대해 어릴때부터 교육 시키고 엄마들도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만
    우리 부모 세대만 해도 먹고 살기 힘들고 성에 대해 교육 자체를 받지 않았기에 님이 당한일이 성추행인지 단순히 장난인지 구별을 못하는 거에요

  • 3. .....
    '13.5.30 12:50 AM (223.33.xxx.132)

    참... 황당 그 자체네요.
    엄마란 사람이 어찌.........

  • 4. 친정엄마가
    '13.5.30 12:51 AM (211.246.xxx.249)

    제대로 미치셨네여. 그걸 기억하고 또 되새김질하기까지..김씨영감탱이 변태새끼 죽일 놈보다 더 싫네요.

  • 5. 원글
    '13.5.30 12:53 AM (110.35.xxx.164)

    그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오늘 그 김씨아저씨에 대한 예전 이야기가 흘러나와서 어찌하다보니 ..
    만약, 엄마가 제 기분을 좀 알아주었다면 오늘 이렇게 기분이 시궁창에 빠진것같진 않을텐데.
    오히려 엄마에게 말한것이 내 치부를 드러낸것같아 기분이 상해요.

  • 6. ㅠㅠ
    '13.5.30 12:56 AM (211.246.xxx.249)

    원글님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까지 씩씩하게 사셨을것 같은데 앞으로도 그러시구 내일이라도 전화해서 친정엄마에게 왜그랬냐고 같은여자로써 그럴수 있냐 모진말을 하셔서라도 맘속에 앙금을 조금이나마 없애야하지 않을까요. 참으면 병돼요.

  • 7. 무지가 죄
    '13.5.30 1:00 AM (175.211.xxx.171)

    옛날분들 무지해서 성추행 개념조차 제대로 몰라서 그래요.
    어린애라고 감정이 있었을거라 생각조차 못하는 겁니다.

    제 엄마도 가끔 잊고 싶던 옛날 일을 끄집어내서 후벼팔때가 있어요.
    한번 성질 부렸더니 다시는 그 얘긴 안꺼내더라고요.

    엄마라해도 딸에게 벌어진 일을 제3자의 관점에서 보는 경우가 많아요.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언니들 중 몇이 이혼했는데 대부분 친정엄마가 창피하다고 그랬답니다.
    언니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의처증에 폭력에 바람 무능력 등의 명백한 사유로 이혼해도 그렇습니다.

    다음에 또 그러면 한번 단단히 말하세요.
    정말 몰라서 그렇게 말하냐 알고도 내마음 상처주려고 일부러 그러시냐.
    다시는 그 일은 꺼내시 마시라 그러세요.

  • 8. 원글
    '13.5.30 1:03 AM (110.35.xxx.164)

    놀라울정도로 세밀한 글이라고 해주셔서 제가 더 놀라워요.
    사실은 제가 군더더기를 다 빼고 압축시켜서 썼거든요.

  • 9. 정말
    '13.5.30 1:06 AM (14.52.xxx.59)

    옛날분들은 저런면이 있어요
    제가 40중반인데 우리 중고등때 학교가면 오늘 버스에서 어느 ㅁㅊㄴ이 ,,,로 시작되는 얘기들 많이 했잖아요
    요즘같으면 바로 누군가가 잡아서 끌고 가는데 말이지요
    근데 그게 치욕스러운 면도 있지만 어느정도는 또 낄낄거리면서 하기도 하구요
    제 친구는 꽤 시골출신인데 어릴때 소 개등등이 하는걸 하도 봐서 사람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해서 제가 놀란적도 있어요
    어머님이 님을 상처주려고 그런게 아니라 그냥 그 시절엔 그랬을수도 있겠다 싶어요

    근데 지금와서 그런 얘기를 그렇게 꺼내는건 정말 무신경한거죠
    정말 정색을 하고 한번 말씀드리세요
    그리고 부모자식도 결국은 성향따라 친근함이 달라요
    어느정도는 포기하고 지내시는게 좋을수도 있어요

  • 10. 글쎄...
    '13.5.30 1:07 AM (122.35.xxx.66)

    무지했다고 해도 아이가 싫다고 하면 싫은 감정은 이해받아도 되는 것 아닌가요?
    그 옛날엔 참아라 참아라 하긴 헀어도 치욕스런 감정은 알았을 것 같습니다만..

    원글님의 엄마에 대한 감정 변화는 이제 엄마를 자기와 분리해서 보기 시작하면서 생긴 것은 아닐까 싶네요.

  • 11.
    '13.5.30 1:35 AM (211.177.xxx.102)

    2, 3년 전만해도 엄마한테 그런 불쾌함이 있지 않았고, 점점 말이 안 통한다고 하셨는데
    조심스럽게 치매 초기가 아닌지 살펴보세요.

  • 12.
    '13.5.30 1:41 AM (183.98.xxx.65)

    믿을수가 없는 내용이에요...
    고통스러울 만큼의 불쾌감과 그보다 더한 엄마에의 배신감...
    그순간 님 너무 무서웠을듯요ㅜㅜ
    엄마란 사람이 딸이 물에 빠져 버둥거리는데 그냥 바라보는ㅜㅜ


    그런 잔인하리만치 무신경한 친정엄마라면
    과연 그일만 있었을까 싶어요...
    유년시절 내내 괴로우셨겠어요

    나쁜기억 떨쳐내시고 앞으로 좋은일들만 가득하길 빌어요

  • 13. ...
    '13.5.30 5:32 AM (68.36.xxx.177)

    원글님 참 힘드셨겠네요.
    타인의 어머니지만 제가 다 화가 납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다신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모인데 그것도 엄마가 딸의 수모를 어찌 그리 덤덤하게 말해서 딸의 상처를 다시금 후벼파신답니까.
    한번 여쭤보고 싶네요. 그 때 김씨가 원글님 아닌 어머니 입술에 같은 짓을 했어도 '이 사람은 아내가 없으니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 그냥 받아주자'라고 참고 있었을지...

    옛날 분이라 그건 개념이나 교육의 부재로 그럴 수 있다지만 그와는 별개로 딸의 상처에 공감하고 보듬어주는 것은 그런 것 없이도 가능합니다.
    원글님, 쉽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나쁜 기억이 색이 바래고 상처는 희미해지고 좋은 일 기쁜 일들이 마음 속의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기를 기도드릴께요.

  • 14. 위로
    '13.5.30 7:18 AM (218.150.xxx.165)

    엄마 자주 만나지마세요

  • 15. .............
    '13.5.30 9:30 AM (58.237.xxx.12)

    안보는게 편하겠스요.

  • 16. 한숨만..
    '13.5.30 11:54 AM (119.71.xxx.130) - 삭제된댓글

    저랑 100% 똑같은 아픔을 안고 계시네요.
    저도 엄마가 점점 심적으로 멀어져요.

  • 17. 부모의 자격
    '13.5.30 12:07 PM (98.24.xxx.78)

    자격이 없는 부모가 이세상에는 많아요 그런 생각이 짧은 엄마는 절대 바뀌지 않아요 인연 특히 부모 지식인의 인연 이란것이 쉽게 끊을수는 없는것이지만 생각없는 이런 말로 자식의 마음에 계속해서 상처를 주는 부모는 멀리하는게 좋은것 같아요. 저도 열심히 노력해요 잊으려고 시간이 약이겠지요

  • 18. 항상 나의편
    '13.5.30 12:16 PM (98.24.xxx.78)

    뒤에서 내흉도 안보고 내가 힘들땐 나의 위로가되며 내가 기쁠땐 함께 진심으로 같이 기뻐해주는 한분이 저에게 계셔요 그래서 저는 기쁜 일 슬픈일 괴로운일 창피한일 가슴아픈일 이세상 모든 문제를그분 하고만 의논하고 나누려 한답니다 그분은 나의 모든것 바로 예수님 입니다. 여러분도 예수님안에 평화를 누렸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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