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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융통성 없는 여자와 사는 글을 보며

융통성 조회수 : 3,011
작성일 : 2013-05-29 12:42:41

뜨끔뜨끔. 남편인 줄 알았습니다.

글쓴이의 부인과 저도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다툰 일을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저흰...

글쓴이 집은 아니지만 아래 글쓴이 분도 한번 제 경우도 읽어보세요.

제가 잘 했다는 거 아닙니다.

쓰신 글 보고 남편의 목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저희 남편은 무디고 제게는 유합니다. 저를 사랑한다 말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죠.

개천용. 제가 뭐 모르고 하지 않았더라면(지금처럼 세상을 알았다면) 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어릴 때 등떠밀려서 결혼했지요...

 

저희 남편은 좋은 점도 많을 겁니다만...

제가 남편에게 가진 불만은

우선 80학번대 남자들에게 지닌 불만이죠.

엘리트라 이상주의적 페미니스트인 양 말합니다.

아내는 돈을 벌어오며(배운게 안 아깝냐?)

그러나 결혼은 생활인데....

아내가 할일은 슈퍼우먼처럼 다 해주기를 바라고

(장모가 도와주면 더 좋고) 그러나...남편은 몸으로 도와주지 않는

즉 더블인컴은 오케이, 육아가사 분담은 뭔 소리.의 표본입니다.

연애할 때는 그 점을 여성의 자아성취로 표현했는데 그 말에 제가 속은 거죠.

그건 제글의 요지는 아니고...

제 글은...제가 남편에게 너 융통성 없다고 말들은 일화를 쓸까해요.

바로 그제 이야깁니다.

(물론 전 어느 정도 원칙주의자이고... 일단 애들 케어를 더 우선시 하는 이시대의 보통 엄마입니다.

융통성은 장녀라 없는 편 맞구요.)

 

저희  집 커뮤니케이션에도 문제가 많아요.

남편은 뭐인지 웹사이트에서 잡설을 하나 보고 신봉합니다.

초식동물은 풀을 먹어 허리가 길고(장이 기니까)다리가 짧고

육식동물은 허리가 짧고(장이 짦음. 고기 먹어서) 다리가 길다라는 요상한 설.

어떤 놈이 쓴 건지 열 받습니다....

꼭 열심히 나물반찬, 상추, 케일 씻어놓고 고기 구워놓으면

쌈 싸먹으면서 하는 말이...

"애들 야채 주지마, 다리 짧아져. 허리 길어져. 한국사람들이 다 체형이 웃긴게 왜 인데....}

처음에 한두번은 웃고 넘어갔어요. 말이 되냐고 골고루 먹어야 좋은거라면서...

그런데 이게 야채 쌈을 할 때마다 그소리부터 시작합니다. 자리에 앉으면

그럼 본인은 왜 먹는데 도대체....

 

야채 열심히 씼어서 (야채 씼는 게 귀찮아서 큰 맘 먹고

일주에 한번 아니면 두번 정도 먹습니다)....해둔 와이프 앞에서...

그렇지 않아도 애들 야채 싫어해서 한 쌈 먹이는 데 힘든데...

그 앞에서 북치고 장구치는 거죠. 야채 더 안먹으라고.

 

저는 몸이 땅기면 그건 그게 필요한 거니 먹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어릴 때 균형잡힌 식사를 자꾸 하도록 해줘야 커서도 스스로 찾아 먹는 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나마 고기에 쌈장 주면 안먹던 것도 상추 몇잎 먹는게 그 앞에서

키 안큰다. 고기만 먹어라, 야채는 다리 짧아진다...

듣기 좋은 풍월도 한두번이면 질리는데...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를 식품영양학적으로 균형있는

식사를 주고 싶은 엄마 앞에서 애들 습성 잘 못 들도록 부추기는 거죠.

 

아니 그럼 그런 본인은 야채를 왜 이렇게 맛나게 먹으면서 애들에게 그러는지...

 

이번 토요일 폭팔했습니다. 따지고 들었죠.

그리고 앞으로 당신 올때는(세종시 덕분에 주말부부) 야채를 안 내놓겠다고.

주중에 애들만 한두번 먹이겠다고 선언했어요. 나 한테 야채는 못 얻어 먹는 줄 알라고 앞으로.

 

그랬더니 본인이 일단 할 말 없고하니

여자가 융통성이라고는 없고 농담을 못받고 정색을 하고 싸우려 든다고 피곤하다고...

아직 전 화가 안 풀렷습니다....(물론 과거 일들을 생각해보면 남편의 비난 중 일부 인정합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남편이 저를 그렇게 만든 게 크거든요.)

 

몇번 좋은 말로 그말은 하지 말아라. 애들 습관 들이는 게 힘들다. 그리고 매일 야채만 먹는 스님도 아니고

매일 쌈밥 정식으로 먹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두번 해주는데....하고 좋게 이야기 했는데...

소용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강경책으로 나가서.... 융통성 없는 여자라고 들었습니다.

 

이따금 답답합니다.

 

전 남녀구분을 해놓은 조물주를 원망합니다. 무성생식이 딱 맞는 거였는데 싶기도 해요.

정말 원망스럽습니다.

애들은 대견하고 고맙고 저를 철들게 해준 존재지만 그러기 위해 희생한 것도 너무 많죠.

IP : 175.209.xxx.5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다릅니다
    '13.5.29 12:49 PM (220.149.xxx.65)

    원글님과 그 융통성없는 아내분 쓰신 글은 전혀 달라요
    그냥 융통성 없다는 말에 꽂히셔서 뜨끔하신 거 같은데요
    그 글의 원글님은
    육아전담하고 있으며, 장모님께도 감사인사를 하실줄 아는 분입니다
    그럼에도 댓글이 거의 모두 원글인 남편분이 더 감싸안아야한다고 말하고 있죠
    저는 이런 점이 참 싫습니다

    그리고, 원글님네의 경우
    저도 좀 비슷한 면이 있는데요
    일단, 남편을 인정을 잘 안해주시는 거 같습니다
    내가 하고 싶어 한 결혼 아니다, 떠밀려 했다
    저도 늘 남편한테 하는 말인데요
    그런 생각이 제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는 걸 알고부터는 안할려고 합니다
    내 복이 여기까지인가보다 하고 마는 거죠

    님도 남편과의 결혼부터... 내가 하려는 결혼 아니었다
    세상 더 잘알았으면 안했다..
    이런 생각 버리세요
    그런 피해의식은 결혼생활에 도움 전혀 안됩니다
    그 생각이 뿌리처럼 자리잡고 있으니
    결혼생활이 뭐가 재밌겠나요

    저 역시 비슷해서 댓글 다는 겁니다

  • 2. 원글
    '13.5.29 12:58 PM (175.209.xxx.56)

    헉. 어떻게 아셨나요? 혹시 같은 놈 아닐까? 맞습니다. 소위 s 대 그리고 재경... 하하....
    그 배경 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비슷한 가 봐요.

    그리고 충고 감사합니다. 결혼생활 재미 없습니다,그러나 아이들이 있으니 제 의무는 다 합니다. 그 생각을 버려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드네요... 사실 전 독신으로 재미있게 더 잘 살았을 타입이거든요.

    집안의 개혼이었죠. 대학 졸업식 다음날부터 저를 노쳐녀 취급... 만25세에 결혼햇으니 빨리 한거죠.

  • 3. 그글 읽었는데
    '13.5.29 12:59 PM (180.182.xxx.109)

    융통성이 없다기보다는 이해심이 부족한 아내때문에 속상해요가 맞는표현같더군요.
    남편은 이해받고 싶고
    아내는 이해를 못하고
    그런아내를 이해못하는 남편은 아내에게서운하고
    아내역시 남편에게 이해받고 싶고..
    결론은 배려와 사랑의 부족이 문제같았어요.

  • 4. 원글
    '13.5.29 1:02 PM (175.209.xxx.56)

    그치만 아래 융통성 글 써주신 분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많은 생각을 하루동안 했습니다. 남편에게 좀 잘 해주려고 합니다. 남편은 장남이다. 어른이 아니다. 나이만 헛먹은 애라고 자기 최면을 걸어야 할 듯 합니다.
    본인은 친정아빠쳐럼 나에게 해주지 않으면서 시어머니처럼 본인을 케어해주라고 기대하는지...
    조물주가 실수한겁니다. 왜 남녀 구분을 해가지고...

  • 5. 미신
    '13.5.29 1:13 PM (175.116.xxx.241)

    하마도 코뿔소도 코끼리도 모두 초식동물입니다.
    식생활이 허리와 다리길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해도 그건 수 십 만년 단위의 변화일 뿐이죠.
    그런 믿음은 귀엽다고 볼 수도 있네요..

  • 6. 집집마다
    '13.5.29 1:14 PM (202.31.xxx.191)

    어쩜 그리 비슷한지요. 제 남편도 저를 엄청 사랑한다고 하고 사랑하기도 합니다만, 가끔 된장남 기질을 보입니다.
    예를 들면, 당신 능력있으니 일해야한다고 하면서도 가사는 저에게 전담, 애가 공부 안하면 당신닮아서, 애가 방을 안치우면 당신닮아서라고 합니다. 화를 내면 융통성이 없다는둥 성질이 이상하다는둥...
    어디서 들은 지식하나로 일반화시켜서 훈계조로 말하고.
    저는 고기를 싫어하고 야채쌈만 먹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우리 몸에는 단백질이 절대 필요하다 빨리 먹어라라고 성화를 대죠. 현미에도 단백질이 충분하다고 해서 매번 야채를 먹을 때마다 그 잔소리. 밥상엔 언제나 고기반찬 등장해야 밥을 먹어요. 고기없으면 참치캔이라도 뜯어야한답니다.

  • 7. ..
    '13.5.29 1:29 PM (112.202.xxx.196)

    원글님은 실제 일어난 에피소드를 예로 들었기에 두 부부의 성격, 그리고 일어난 상황이 이해가 되지만
    전 원글님은 뭉퉁그려 아내가 융통성이 없고 넘 극단적이라고 표현해서 솔직히 댓글 달지 못했어요.

    부부는 서로의 거울이고 때론 손바닥이 마주치니 갈등이 생기는거라
    한 배우자가 엄청난 잘못을 한 경우를 제외하곤 일방적으로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거든요.
    (전원글님은 여초 사이트에 와서 아내에 대해 푸념하는 것도 일반적인 남자라고 보긴 힘들었구요)

    또 융통성이란 것도 너무나 주관적 잣대라 한 사람이 계속 잔소리를 하거나
    농담이란 허울로 심기를 자꾸 건드리는데 이에 계속 참다가
    울컥 화를 내면 융통성 없는 사람이 되고 마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거기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가 아니라 실제론 어느 정도 앙금이 남기에
    한 사람은 계속 그 감정이 쌓이게 되고 자주 화를 내는 역할이 되고 말죠.

    부부란게 유머코드가 똑같을 수도 없고 같은 사물을 봐도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의 순서도 틀리고 그러다보니 자꾸 소소하게 갈등이 생기는 것 같아요.

    결혼 생활이 오래될수록 갈등이 될만한건 서로 피하는 요령이 생기는거지,
    상대를 많이 이해해서도 아니고 부부가 동질화되어서도 아닌 것 같아요.

  • 8. .....
    '13.5.29 1:37 PM (1.238.xxx.28)

    부부관계는 항상 상대적인 거죠.

    여자가 정색하고 따지고 드는 이유가 반드시 남편에게 있을 거라고 봅니다.

    친구나 직장동료사이에서는 성격이 객관적으로 파악이 되어요....

    하지만 부부관계는 남들은함부로 판단하면 안되는것이.
    매일매일 하루하루 부딪히는 관계이다보니
    어느 한쪽이 사이코가 아닌이상
    분명 서로에게 맞물려있는 이유가 있기 마련인거죠.

  • 9.
    '13.5.29 9:32 PM (118.44.xxx.4)

    남편분 깝깝하시네요.
    야채 먹으면 다리 짧아진다니. 좀 헐! 입니다.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괴론을 펼치시네요. 더구나 아이들 건강과 관련해서 저렇게 어처구니없는 말을 고집하니 원글님 진짜 속터지시겠어요.
    제 남편이 그랬다면 저는 콱 개무시해주고 제 뜻대로 했을 것 같은데 원글님 상당히 남편을 존중해주시는 것 같아요.
    어느 부부나 마찬가지겠지만 저도 남편의 사고방식 중에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 몇 가지 돼요.
    예를 들면 돈이 없지도 않으면서 물건을 사도 꼭 싸구려만 산다는 것.
    무지 맘에 안들지만 지금은 그냥 본인 좋아 사게 내비둬요.
    취미생활이려니 하고 싼 것들 긁어모으게 내비두고
    내가 살림에서 필요한 것들이나 그런 것들은 따로 괜찮은 걸로 삽니다.
    옆에서 인상쓰고 꿍얼거려도 싹 무시해주고 행동으로 나갑니다.
    그 사고방식 맞춰주려 하다간 내가 속터져 미칠 테니까요.
    그 밖에도 대화가 안되는 부분이 많은데 저는 여러 시행착오 끝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전법을 택했습니다.
    그래 너 잘난척 해라 하며 그냥 응응 하며 듣는 척 하는 거죠.
    보면 남자들은 잘난척과 허세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내비두는 게 나은 것 같아서요.
    그래서 사실 대화다운 대화는 거의 없어요. 가끔 마음이 일치할 때가 아주 없진 않지만 대체로 남편과 정서적인 혹은 세상 보는 시각에서의 공감 같은 건 아예 기대 안해요.
    씁쓸하죠. 가끔 서운하기도 하고 잘 맞는 부부들 보면 부럽기도 하구요.
    그러나 지금까지 살면서 제가 최후로 내린 결론이
    남편을 아들처럼 여기고 이뻐해주고 제가 못하는 일 해주는 거 고마워해주고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이렇게 포기할 건 포기하며 그냥저냥 살아가는 겁니다.

    조물주가 양성을 만든 게 실수였다는
    원글님의 자조적인 푸념이 맘에 콕 박혀 말이 길어졌네요.
    웬지 같이 술 한 잔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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