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아버지께서 절망과 분노, 슬픔이 가득한 와중에 굳이 이화여대 법학과 게시판에 글을 쓰신 이유 중에 하나는
고인에 대한 사건이 초기에 '치정사건'처럼 신문지상에 보도됐기 때문입니다.
게시판에 올리신 글의 일부입니다.
" 사건 초기 당시(3월 중순) 일부 언론의 추측보도와 부정확한 보도로 이 사건이 마치 남자문제와 관련된 치정사건인 것처럼 일반인에게 비추어져 저의 가족의 아픔과 답답함,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
특히 이화인 여러분의 당혹함과 아픔을 생각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곤혹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사건의 객관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가족의 입장과 항변이 무의미하여 참담한 심정으로 5개월여를 기다려 이제 경찰의 수사결과 사건의 모든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났으므로(모든 관련방송 보도내용과 신문기사 참조) 이제야말로 하지혜의 명예회복과 원한을 풀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화인 여러분의 의구심 해소와 함께 이화인 여러분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되어서 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
치정사건의 뉘앙스로 독자를 현혹시킨 대표적인 기사가 아래의 동아일보 기사
[송평인기자의 현장칼럼]여자 법대생 피살사건 '들여다본 미궁' 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0&aid=000...
이 기사는 네 명의 남자가 용의자로 지목받으서 '치정살해사건'으로 지칭되면서 관심이 집중되었던
다른 대학생의 피살사건을 먼저 언급하면서 시작합니다.
"미제사건으로 남은 1981년의 여대생 박상은양 피살사건.
이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미모의 여대생 피살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그리고, 아무리 르포기사라고 하지만, 현재 수사 중인 사건현장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묘사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중간 이후가 이 기사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인데.....
고인의 수첩에 기록된 생활을 남자와 관련된 부분만 골라서 쓰면서 명문법대생과 변호사등
여러 남자를 저울질한 것처럼 묘사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인의 다이어리를 파헤치는 것은 이 사건의 전말을 독자들에게 보도할 때
전혀 필요치 않은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칼럼 마지막 단락에 나온 것처럼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와 경기 광주경찰서는 이번 사건이 일단 치정에서 빚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치정이 아닌 원한관계 쪽으로 눈을 돌리고.....업자들에 의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라고
적은 것처럼 칼럼작성 당시 수첩에 기록된 분들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조사가 끝난 상태였고
조사방향이 청부살해 쪽으로 집중되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이 글(쓰레기)을 쓴 자(㖈)가 이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르포기사를 썼다면
사건과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수첩기록부분을 발췌할 게 아니라,
기사초반에 언급한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만한 중견 기업체 대표의 사모님" 이 고인과 고인의 가족을
어떻게 괴롭혔는지를 보도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한테서 증거물인 수첩까지 얻어낼 정보력이면
가족들의 진술서도 충분히 확보했었을 상황이었겠지요.
그리고 수사 중인 사건이라 원한관계를 쓰기에는 조심스러웠다? 이런 핑계를 대기에도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초반부의 살해당시의 정황과 현장에 대한 묘사가 너무 자세하지요.
제 장황한 글의 결론은,
수사가 원한관계쪽으로 진행되고 있을 당시에조차 기사의 서두를
아예 80년 초의 유명했던 '치정살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시작하고,
고인의 일기장이나 마찬가지인 다이어리에서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결론이 난 부분들,
남자와 관련된 부분만 발췌해서 상세히 보도한 것이 고인의 명예를 크게 훼손하고
고인의 가족들에게 치명적인 절망감을 주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당시 같은 대학 재학생들도 고인의 죽음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운 동시에
당시 미디어의 보도에 크게 상처를 입었다는 말을 여러차례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영문도 모른채 끔찍한 공포속에서 죽어갔을 그 분에게,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은 미디어는 분명한 2차가해자들입니다.
제가 이 사건을 다룬 기사중에서 굳이 동아일보 기사를 링크한 것은....
저는 이 기사를 읽을 당시에 등교 전에 머리를 말리며 동아일보를 읽던 고등학생이었고
사회면에 크게 실린 이 기사를 '흥미진진하게'읽었던 것이 지금까지도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훗날 제가 '미모의 여대생'이 다니던 대학에 와서야, 수 년이 지난 후에도 고인의 사건이
학우들에게 너무나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고, 고인의 가족에 대한 안타까움, 슬픔이 종종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걸 읽으면서 그 때 그 기사를 '흥미롭게 소비'했던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고
그 부끄러움이 가슴에 남아서 미디어 관련 과목에서 이 기사를 비판하는 레포트를 쓰기도 했었습니다.
요 며칠 다시 이 사건이 집중보도되면서 82쿡에도 안타까움과 분노의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가해자들이 이 땅에서 발뻗고 살지 못하도록 하는 데 여러분들의 항의와 분노가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저는 월요일에 윤길자를 파킨슨병으로 입원시켜준 연대 세브란스 병원 신경과(1599-1004)와
김현철이 근무하는 법무법인 대륙아주(02-563-2900) 에 항의 전화를 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82쿡에서라도 이 사건에 관해 지칭할 때
"하양 살해사건" " 여대생 살해사건"보다는 (미디어에서 '선정성'적으로 뽑은 타이틀입니다)
"윤길자 청부살인사건" 혹은 "김현철 장모 청부살인사건 " 이라고 써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나영이 사건'이 '조두순 사건'으로 바뀐 것처럼
피해자를 거명하는 것보다 가해자가 사건의 주어가 되어 그들이 누구인지 잊지 않는 것이.....
그나마 고인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위로......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