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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차곡차곡 쌓여온 기억들.

아우성 조회수 : 1,771
작성일 : 2013-05-26 12:38:47

결혼 14년차입니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말해야할지 모르겠네요.

부부상담소 같은 곳이라도 가보고 싶기도 하고, 누구 붙잡고 내가 이렇게 이렇게 사는데 도대체 뭐가 잘못된거냐고

묻고도 싶어요.

그런데, 그럴 사람이 없네요.

친정에 얘기할까요, 시댁에 얘기할까요......그렇다고 친구?

휴~

도박하고, 바람피고, 술로 문제 일으키고 그런거 아니에요. 그런데 정말 미쳐버릴거 같아요.

얘기 좀 들어주세요. 그 동안 살면서 황당했던 이야기들.

 

1. 우선 신혼때 너무도 다른 성향으로 많이 다투었습니다. 사소한 일들이었죠. 싸운 내용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 후가 너무 힘들었어요. 말을 안하는 겁니다. 그냥 두면 두달? 세달? 왜 그런거 있죠?  난 말 안하고 얼마든지 살 수 있어. 이런거. 전 반나절도 힘든데, 없는 사람 취급.

그리고 계~속 잡니다.

전 싸우고 나면 풀어야 되고, 이만저만 하니 이렇지 않냐....앞으론 그럼 이러자. 이걸 원했는데..... 지금까지도 한 번도 저렇게 얘기를 한 적이 없어요.

그냥 자요. 말 없어요. 계속 버틴다는 느낌? 오히려 편하다는 느낌?

정말 벽도 이런 벽이 없었습니다.

 

 

2.큰 애가 서너살 되었을 때, 애기 데리고 소풍 가기로 했었습니다. 애 옷입히고 나름 분주한데, 갑자기 신랑이 밥상을 펴더니 정말 밥에 고추장을 넣고 비비고 있는거에요. 한그릇만.

뭐하냐 했더니 밥 먹고 나가겠답니다.

이때도 너무 서운하고 화가 났습니다. 애기데리고 나가 놀다가 맛있는 것도 먹고....이게 제 생각이었는데, 시댁에 엄청나게 절약하는 하시는 집입니다. 신랑도 돈 쓰는걸 불안해했구요.

이게 뭐냐....그랬더니 넌 나가서 먹어라....한 사람 입이라도 덜면 되잖아. 난 안 먹어도 돼.

헐.......제 입장에서는 이게 말인지 막걸리인지 인데, 나만 이렇게 먹고, 넌 나가서 먹으면 된다고 했는데, 왜 화를 내냐 이럽니다. 여기서 부터 저희는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됩니다. ㅜㅜ

 

 

 

3.그리고, 아이들이 좀 더 컸을 때, 한 여름이었어요.

저희 친정 아빠가 저희 시댁이 있는 지방에 가 계실 일이 있었어요. 저보고 "댁 어르신들 저녁을 좀 대접하고 싶으니 너희가 내려갈때 아빠한테도 연락해라"하셨죠. 그래서 저희가 내려가기 일주일 전에 아빠께 연락드렸더니 토요일 저녁 몇시쯤 만나뵙는 걸로 대강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신랑한테도 말했구요 (시댁 어른들께는 말씀 안드렸었어요. 가서 말씀 드리려고) 그러다가 아빠가 갑자기 일이 생기셔서 서울로 가셔야 한다고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아직 말씀 안드렸지?"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알겠다고 남편한테만 말한면 된다고 어르신들 아직 모르신다고 했어요.

 

그리고, 시골 내려가는 차 안에서 "아빠가 서울 가셔야 하셔서 저녁대접은 다시 잡자고 하셨어."이랬어요.

시골 집에 도착해서 있다가 시간이 한 5시 반쯤 되었나? 갑자기 신랑이 어머님, 아버님께  "장인어른이 저녁식사 하시자는데 좀 있다 같이 나가세요."하는 거에요. 전 너무 뻥~~~~~~

 

그래서 아니아니, 아버지가 그럴 생각이셨는데 오늘 일이 생기셨다고 서둘러 말햇죠.

그랬더니 시부모님께서 "응~그러냐~"

신랑 얼굴을 쳐다봤는데 무슨 일 있었냐...이런 얼굴인거에요. 너무 황당~

 

나중에 밖으로 살짝 불러 왜 그렇게 말씀드렸냐니까, 취소됐다고 얘기한거 못들었대요.

차 옆 좌석에서 말했는데 못들었대요. 항상 이런식이에요. 사람을 방방 뛰게 만들어요.

"아 그랬어??" 이런 반응도 아니고. "못들었는데? 어쨌든 안나가면 되잖아."이런 식. 걍 평상심.

아이고 내가 실수 했구나....이런 반응이 아니고, 뭐 아님 됐짐 뭐.....후~~~~~

이런 반응땜에 제가 또 격해지구....

 

 

4.한 가지만, 더 말씀드릴게요.ㅜㅜ

3년전 쯤 우연히, 성당 성물 싸이트를 보다가 18k 묵주팔지를 하나 갖고 싶더라구요.

남편한테 "이거 넘 예쁜거 같어. 하나 사줘~~~"그랬죠.

사실 농담반이었어요. 너무 비쌌고 짠돌이 신랑이 그걸 사주겠냐....그런 맘.

그랬더니, "우리 아버지가 묵주를 악세사리로 하고 다니는거 싫어하실껄!" 이러고 마는거에요.

참.... 말이라도 "담에  사줄게"이런거 없어요. 그래 그럼 그렇지....

 

그러다가 정말 중간에 너무너무 너무너무 서운하게 한 일이 있어서 제가 오기가 났어요.

내가 정말 이 사람한테 뭔가.

이 사람 저한테 맨날 미안하대요. 근데, 그 미안하다가 14년째.

말인지 막걸리인지 모를 소리로 사람 돌아버리게 몇 날 몇칠 가다가 나중에 한마디 "미안하다."

저 말 한마디로 14년 살았어요.

 

그래서 나를 그렇게 망신시키고, 속상하게 하고서도 또 그 말 한마디냐.

안되겠다.... 당신 내가 저번에 얘기한 그 파찌 알지? 나 그거라도 받고 싶어. 했어요.

곤란해 하더군요. 그러더니 알았대요.

 

그리고, 한 3일후인가... 신랑이 전화해서는 오늘 팔찌가 도착할거니까 잘 받고, 잘 껴~ 이러는거에요.

그래도 맘이 많이 풀리더라구요

그리곤, 택배가 왔어요. 설레는 맘으로 풀엇죠.

그 안에...... 길거리에서 4000-5000원하는 플라스틱 구슬 팔찌 아시죠?

그게 들어있는거에요.

 

여러분..... 저 정말 너무 미칠거 같어요.

저게 2-3년 전 일입니다.

 

살면서 한번도 먼저 "술 한잔 하면서 얘기 좀 하자" 한 적이 없어요.

얘기를 시작하면 위에처럼 얘기를 돌리고, 돌리고, 말꼬리 잡고...그리고 자기는 몰랐다.... 그런거 잘 모른다..... 미안하다.

이 세마디가 다에요.

제가 정말 가슴 속에서 열이 불뚝불뚝 나요.

미쳐버릴거 같아요.

 

나 같고 장난하나... 싶고.

성실하고, 인상 좋아보여 다들 저보고 남편 인상 좋다고....너무 착하다고....

 

저 팔찌 일과 그 전의 일로 전 마음의 문 닫았습니다.

대화도 안되고, 14년 결혼생활 돌이켜보면 저런 똥같은 기억 뿐이에요.

저 혼자 답답해서 펄펄 뛸 뿐, 본인은 평온~~~한 얼굴로 출근하고, 퇴근하고. 출근하고,퇴근하고.

 

저도 잘못하는 점이 많겠죠.

저 위에 쓴 사건들은 정말 있는 그대로에요.

제가 제일 답답한 건 저런 일련의 일들이 살면서 어느 집인들 없겠습니까.

 

내가 서운하게 할 수도, 상대방이 서운하게 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일이 있고 나서 그땐 이랬고, 내가 이만저만 해서 그랬어.

이런게 한! 번! 도! 없었다는 겁니다.

 

전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이 무슨 생각으로 나를 대하며, 가정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겉은 항상 평온하고, 조용하고, 착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전 그 속을 모르겠다는거.

어떤 사람인지도 이제 모르겠다는거.

이젠 무서워요. ㅜㅜ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밤새 펑펑 울면 속 좀 터놓고 싶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219.255.xxx.2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13.5.26 12:46 PM (122.40.xxx.41)

    위로드립니다.
    어쩜 그리 남자들은 맹~ 할때가 많은지.
    그냥~남자와 여자는 참 다르구나 생각하셔요.

  • 2. 느낀점
    '13.5.26 12:48 PM (218.238.xxx.159)

    1.남편이 자라는동안 가족과 감정교류를 하는데 결핍이 된상태. 아마도 성장과정에서 가정분위기가
    대화가 많은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을것으로 생각됨. 타인의 감정을 읽는데 둔한 이유는 바로 이것.
    2. 남자는 주로 대화할때 자기가 듣고 싶고 관심이 있는쪽만 집중에서 듣는경향이 있음
    3. 남자는 자기의 여자가 원하는걸 해주지 못할때 무력감과 자존심이 상하기에 여우와 신포도처럼
    말하고 자위할때가 있음
    조용하고 말없고 묵묵한게 반드시 좋은게 아니죠. 그건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자랐다는 반증도 되니까요.
    암튼 좀 답답하시겠어요. 크게 기대안하시면 그럭저럭 살만하지 않나요

  • 3. 원글
    '13.5.26 12:57 PM (219.255.xxx.24)

    긴 글 읽어주신 것만도 감사합니다.
    문제는 저 길이로 또 쓰라해도 10번은 쓸게 있다는 점.

    느낀점님께서 정확히 보신거 같네요. 맞아요. 성장과정의 결핍
    제가 속상한건 본인이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도 저에게 말한 적도 없고, 그걸 극복하려는 노력이 단 1%도 없
    다는거에요. 배울만큼 배운 사람인데도.
    노력하지 않는 다는게 제가 제일 화가나는 거에요.

    그럭저럭....네 살 순 있죠.
    그런데, 제가 자꾸 변해가고, 마음에 병이 든다는 느낌이 들어 무섭네요.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면 너무 반갑고 ...아~ 말이 통한다는게 이런거구나..... 이러면서.
    정말 말 좀 통하면서 살고 싶어요. 대화다운 대화 좀 하면서요.

    감사합니다.

  • 4. ㅇㅇ
    '13.5.26 1:09 PM (211.209.xxx.15)

    아직도 남편에게 기대하는게 있으시네요. 이 정도면 애저녁에 기대를 접어야 내가 안 다치죠.

    서운한거 섭섭한거 그냥 접고 기대도 접으세요. 같이 살거라면요. 꽃이 피겠지 기대하며 물 주고 거름주고 노심초사해 봐야 아예 꽃 피는 식물이 아니면 헛수고죠.

    미안하다.. 이 말에 다 들어 있다 생각해요. 어린애들도 누가 손가락에 피나면 여자애들은 가서 아프겠다. 호호 불어주기도 하고 밴드 찾기도 하는데 남자들은 멀리서 멀뚱히 지켜보다 자기 할 일 하는 실험도 있었잖아요.

    남편도 그런 점이 남보다 더 심한거구 고쳐질 성질의 것이 아니라 원래 꽃 안피는 식물 같아요.

    묵주 사고 싶음 내 돈으로 사세요. 상처 받지 마시고.

  • 5. ㅇㅇ
    '13.5.26 1:16 PM (211.209.xxx.15)

    그리고 지난건 곱씹지 말고 잊으세요. 저라면 머리에서 사라지고 없을 내용을 곱 씹고 계세요. 그게 인생에서 엄청나게 중요한가요? 그 정도의 괴리감 불편함 등은 남과 가족이 되어 사는데 누구나 겪는거에요. 거기서 더 나가 손찌검이나 바람이나 도박 등으로 나타나면 문제거리가 되는거죠.

    너무 사소한 것까지 곱씹으며 불행하다 하고 계셔서 안타까워요. 내가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남편 통하려 말고 본인이 하셔요.

    숨통 막히게 하면 하나의 대상물로 보세요. 저런 사람이구나.

  • 6. 원글
    '13.5.26 1:21 PM (219.255.xxx.24)

    네... 내가 다치지 말아야죠. 명심하겠습니다.
    좀 더 빨리 놓고,좀 더 빨리 해도 안된다는 걸 알앗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요즘 합니다.
    ㄱ래도 그러지 못했던게 무미건조한 집안 분위기를 아이들한테 물려주고 싶지 않았어요.
    보고 자라는게 무서운건데...
    그래도 그게 최선이라면 그렇게 해야겠죠.
    질책도 위로도 다 감사합니다.
    누군가 들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큰 위로입니다.

  • 7. ㅇㅇ
    '13.5.26 1:26 PM (211.209.xxx.15)

    원글님도 남편을 이해의 눈으로 보세요. 저는 남편이 좀 까칠한 편이에요. 갑자기 영문도 모를 지적질을 하기도 하고 운전대 제가 잡기만 하면 잔소리가 도를 넘어요.

    그거 다 받아주며 도 닦으며 살아요. ㅋ 내 행복은 내가 찾는거에요. 남편 가끔 그러는거 그냥 무던하게 받아주고 운전할 때 옆자리에 못 앉게 하고 ㅋㅋㅋ

    그렇게 어울렁더울렁 사는거에요. 이 나이 되니 자식도 소용없고 지지고 볶은 남편밖에 없어요.

    행복하세요. 남편도 행복하게 해 주시구요.

  • 8. 원글
    '13.5.26 2:15 PM (219.255.xxx.24)

    바람, 도박, 폭력...이런 거 없어요. 오히려 너무 성실해서 출근시간 퇴근시간이 오차범위 +,-5분이 안넘어요.
    사람이 살다보면 오늘은 일하기 싫어.좀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맥주나 한잔할까..... 이런게 없어요.ㅋㅋ
    기계같다고나 할까요.
    이것도 뭐 큰 일은 아니죠. 그냥 어느날 문득 돌아보면 작은 일탈이라도 해서 소소한 재미가 있었던 기억이 없구나....싶어 씁쓸한거?

    호프집 가서 맥주 좀 한잔 하고싶다. 이따 밤에 잠깐 나가자... "그래~" 이러고 소파에서 잡니다.
    자는 사람 굳이 깨워서 나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죠.

    쿵짝이 한번도 맞는다는 느낌없이 매일매일 산다는게 별거 아니진 않네요.저에겐.
    물 속에 가라앉아 살고 있는 느낌이랄까?
    엄마 같은 넓은 아량으로 품어주고 살지 못하는건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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