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아래 안어울리는데 긴 머리 하고 싶다는 분 글보고 씁니다.
제 딸 아이가 대학에 다닙니다.
어릴 적부터 눈썹만 가리면 머리를 잘랐죠.
고등학교 때도 머리가 빨리 자란다며 짜증을 내길래 공부하는 사람은 박박 밀거나 길러서 묵거나 둘 중에 하나 선택하는 거다.. 해도 안듣고 열심히 자르더니 얼마전부터 머리를 기르고 있습니다.
기록 갱신을 거듭하며 현재는 어깨를 넘어 긴머리 소리를 들을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이런 대답을 하네요.
자기는 머리가 너무 빨리 자라서 미장원 가는 게 귀찮을 지경인데 잘라버리는 머리카락이 좋은 일에 쓰일 수 있다고..
항암치료 받는 사람들 머리카락이 빠지잖아요.
20센티가 넘는 머리카락을 가발 제작용으로 기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대요.
생전 처음 기르는 머리라 무겁고 귀찮지만 미용실 가는 돈도 굳고 좋은 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참는다네요.
가끔 학교 안에 있는 미장원에 가서 2천원 주고 앞머리만 다듬는대요.
그 마음이 너무 예뻐서 저도 동참하마 하고 기르는 중입니다.
생각해보니 어중간한 커트로 근 20년을 살았습니다.
저야말로 낼모레면 쉰.. 긴머리가 추해보일 수도 있는 나이.
하지만 좋은 일도 하고 핑곗김에 긴머리 함 해보렵니다.
이제 새끼손가락만큼 꽁지머리 묶입니다.
목덜미 답답해요.
자르고 싶어요.
유혹유혹..
좋은 일에는 마가 끼는 법..
참아라..
제게 용기 좀 주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