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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냥 제가 회사 그만두고 딸 키우기로 했어요.

좀억울하지만 조회수 : 2,669
작성일 : 2013-05-23 11:13:11

출산휴가 3개월만 쓰고 내내 입주아주머니들이 키워줘서 이제 두돌이예요.

아주머니들이 참... 이상한 사람도 많았고 좋은 사람들도 있었고

뭣보다 사람 자주 바뀌는게 애한테는 스트레스였겠죠.

그래도 애한테 욕하고 집에 사람 없으면 내내 누워서 말로 애보고 하는 사람들이랑 있는거보다는

어린이집 가는게 나을거 같아서 어린이집 보냈어요.

 

근데 어린이집이 10시에서 3시까지만 해요.

그래도 집안살림도 있고 해서 계속 입주를 쓰려고 했는데

시어머니가 뭣하러 그러냐고 본인이 하시겠다고 해서 그렇게 됐어요.

 

그런데 정말 어머님이 왔다갔다 하면서 봐주시는데

이건 제 애가 아니고 제 살림이 아니네요.

살림이야 그렇다 치고 애 관련해서 제 맘대로 할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요.

살인진드기 뉴스 보고 원피스는 앞으로 입히지 않는다

치마는 안 좋다

애는 따뜻하게 키워야 되니까 아직 반팔 입히면 안되고 바지는 따뜻한거 입어야 된다

오늘 잘때는 이걸 입혀라 저번에 보니까 바지 벗겼더라? 왜?

크록스나 슬립온이나 은색구두 이런건 신기지 않고 나이키가 젤 편해보이니 그걸 신기겠다

아기 쥬스 주지 말아라 그거 수입인데 방부제가 엄청날건데... 야! 너 애한테 뭐먹이니?

주말에 어디 나다니지 말고 집에서 이거이거이거 해서 먹여라

근데 너 시금치랑 계란이랑 고대로 있더라? 안 먹였냐??

머리는 더우니까 짧게 스포츠로 짤라줘라 이쁜게 뭐가 중요하냐

 

이 와중에 아줌마 구하려고 면접을 계속 보기는 하는데

주말 시간 쪼개서 면접 본 7명이 다 좀 그래요. 워낙 요리를 잘해서 오프날마다 논골* 가서 김치 이백포기를 담고 소스 싹 만들고 하는 알바를 한다는 분, 애한테는 눈길도 안주고 계속 월급이 얼마냐 주말엔 몇시에 나가냐 삼개월 지나면 월급 올려주냐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드나드는 사람이 있냐 애는 잠은 잘 자냐 같은 조건만 물어보고 계산하는 사람, 애를 키워봤다고는 하는데 저희 애 보고 이 정도 나이면 이유식을 먹나요? 물어본 사람, 주 6일로 구했는데 그냥 월요일 아침에 오면 되지 않겠냐는 사람, 면접보다 전화가 왔는데 금세 안 끊고 나 지금 잠깐 산책나왔다며 오호호호 통화 오래 하는 사람, 건강은 괜찮으시냐 했더니 퇴행성관절염이 있고 저혈압과 불면증이 있다는 사람...

 

그래서 그냥 다 됐고 제가 회사 그만두고 우리애 키우려고요.

시어머니한테 시달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불안한 남한테 큰돈 주고 달래가면서 맡기는 것도 이제 지치고

그렇다고 남편보고 그만두라 할수도 없고 그러니까 그냥 제가 포기하고 애 보려고 합니다.

차선책이란 것도 어느 정도여야 차선책이지 이건 넘 피곤해서 못하겠어요. 응원해 주세요ㅠㅠㅠㅠ

 

IP : 171.161.xxx.54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응원합니다
    '13.5.23 11:25 AM (58.145.xxx.251)

    용기내셨네요
    무엇과도 바꿀수없는 아이의 어린시절
    행복한 시간 만들어주세요

  • 2. ㅇㅇ
    '13.5.23 11:26 AM (203.152.xxx.172)

    에효.. 아이는 곧 커요.. 넉넉잡고1~2년만 기다리면 아이도 자기 의사 밝히고 어린이집에 오래 가있을수 있게 되는데 지금 당장 그걸 못참아서 아깝게 회사를 그만두세요?
    그냥 1~2년간 시어머니 살림이거니 하세요..

  • 3. 여름비
    '13.5.23 11:28 AM (203.254.xxx.76)

    잘하셨어요^^
    이왕 그렇게 맘 먹으셨다면 이제 회사에 미련두지 마시고
    아이 잘 키우셨음 좋겠어요
    뭐가 옳다 그르다.. 이런건 없는거 같아요
    화이팅!!!

  • 4. 응원해요
    '13.5.23 11:35 AM (58.226.xxx.75)

    되게 슬프지만.. 아기가 사람이잖아요 ㅠ.ㅠ
    대충 먹이기만 한다고 자란다고 생각하는데 꼭 나한테 이득을 떠나서 아이를 낳았으면 올바른 사람으로
    키우는 책임감도 느끼시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저도 지금 애 키우며 너무 힘들지만 애들한테 뭐랄까 엄마는 화분 흙이라고 할까?? 그냥 정말 필요한 사람이에요... 애 안본 친구들일수록 쉽게 오래만 봐주면 애를 맡기고
    전 왠만하면 입도 안열지만, 주위의 얘기들을 전업의 꼬나봄;; 정도로 취급하지만.......

    꼭 소중함을 느끼고 아이 많이 살부비고 안아주세요

  • 5. ㅂㅂ
    '13.5.23 11:36 AM (211.210.xxx.203)

    시어머니든 친정엄마든 도우미든간에 당연히 트러블 생겨요. 시어머니라고해서 그런거 아니에요.
    님이 온전히 아이를 챙길수없는만큼 아이양육에대한 일정부분도 남의 말에 따를수밖에 없는거구요..맡기긴 남의 손에 맡기고 내가 하란대로만 키워라...이건 불가능해요.

    엄마가 키우기로한거 잘하셨어요.
    애를 위해서도.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위해서도 최선이지요.

  • 6. 안전거래
    '13.5.23 11:45 AM (220.76.xxx.28)

    적어도 3살까지는 엄마가 양육을 해야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어
    성격이 원만한 아이가 되지 않을까요??
    성격형성시기에 남의손에 맞겨져 길러진다면
    부작용은 나이들어서 나타나구요.
    부모가 자식문제로 남에게 말못하고 속앓이 하게 됩니다.
    당장 어려울거 같아도 미래의 가족관계 형성에
    큰 도움 될거에요..

    그리고 시부모님의 참견은 아이를 위해서 간섭을 했을거에요.
    손녀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간섭이 필요없죠...
    자연식품으로 먹여 건강하게 기르고 싶고
    따뜻하게 보호해주고픈 사랑이라고 이해하세요.

  • 7. 잘하신거에요
    '13.5.23 11:47 AM (222.237.xxx.12)

    아이는 최소한 유치원 지날때까지 별별 적응문제가 다 생겨요
    이때 엄마랑 함께 하지 않거나, 정말 훌륭한 조부모가 봐주지 않으면
    너무 힘들더라구요
    전 개인적으로 내내 석박사하고 직장다니던 친정엄마때문에
    할머니에게서 컸는데
    이게 평생의 한으로 남았어요. 넘 싫었거든요
    일단 엄마랑 할머니 사이도 별로였고 제게 후원자가 누군지 진짜 누구한테
    제 투정이나 힘든걸 말할지 어린 맘에도 갈팡질팡이었어요
    제 친구도 이번달에 그만둡니다. 아이가 난청인데 업무에 치이고 회사 인간관계에 치여
    전혀 신경 못쓰다가 뒤늦게 발견해서 치료받고 있다고 하는데
    친구한테 일은 얼마든지 나중에라도 할 수 있지만 아이랑은 있는 시간이
    일생에 딱 한 번이라고 했어요
    아무리 조부모가 잘 거둔다고 해도 엄마와는 비교할수 없어요
    전 최악의 엄마라도 최상의 할머니보다 낫다고 믿어요
    사람따라 틀리다.. 우리 할머니가 너무 좋으신 분이었지만
    젊고 키워야할때 키워줄 엄마를 두고 할머니랑... 솔직히 불만 많았어요.

  • 8. 음과 양, 양면이 다 있어요.
    '13.5.23 11:54 AM (116.127.xxx.9)

    당연히 딸아이를 더 돌봐주고 싶은 마음 있으실거예요.
    하지만 지금 나쁘다고 생각되는 상황이지만
    나중에 시간이 흘러가면 아, 그런건 참 좋았는데...
    그렇게까지 생각할 일은 아니었는데.... 라고 할만한 부분이 나옵니다.

    저는 아이는 곧 ㅜㅡ오 넉넉잡고1~2년만 기다리면 된다는 말도 와닿구요,
    육아트러블은 누구와도 생길 수 있다는 말도 와닿습니다.
    그리고 시어머님은 잔소리가 심하시긴 한데, 어른들 양육스타일이 그렇구요,
    귀담아 들을 말도 많습니다. 따뜻하게 키우는 부분 등등등이요.
    시어머니 말씀은 내용상으로는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3살까지 애착양육 이론도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꼭 그만두어야만 애착양육 할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마 지금은 이런 말이 설득력있게 들리시지 않겠지만
    모든 그런 압박감이나, 불편이
    그럴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생각해보세요.
    홧김에....결정하시기보다, 냉정하게, 자신의 미래까지 꼼꼼히 생각해보시고 결정하세요.
    이 게시판에서만 해도 전업의 어려움, 다시 재취업을 고려할때의 어려움에 대한 글들이 정말 많으니까요.

  • 9. 하지만 윗님
    '13.5.23 12:06 PM (222.237.xxx.12)

    앞에 댓글 달았는데요,
    애착양육은 그럴수 있기도 하고 아닐수도 있지만
    솔직히 너무 위험부담이 커요..
    열명이 엄마와 지내지 못한 아가였을때
    설령 8명은 잘크고 뛰어났다고 해도
    1,2명이 아니었다고 해보세요
    원망이라도 하게 되거나 정서적으로도 ..
    8명이 잘큰게 문제되는게 아니라
    그 한 두명이 내아이일지도 모르는 그 문제는
    돌이킬수가 없는 거에요
    전 솔직히 엄마한테 원망이 있고, 아무런 부족함도 없고
    공부도 잘해왔지만 맘속에 해소되지 않는 정서적인 앙금이 심합니다
    아이는 엄마랑 있어야 되는게 최고에요
    엄마가 양육하지 않으면 솔직히 엄청 편하고 자기 일에서도 손해 안보죠...
    그걸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순전히 엄마 판단이지만
    겉으로 멀쩡해 보인다고 다 잘되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리고 엄마가 안키운 애들은 그럼 다 잘못이냐.. 란 질문은 이경우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도 직장다니지만 나중에 내 아이와의 최초의 몇년이 연봉이나 경력과 바꿀만한가는
    그 사람의 여러 심리와 아이에대한 감정에 좌우될 일이에요
    전 친정엄마가 자기 일 한 걸 뭐라 할 생각없지만 (경제적으로도 넉넉해서 일할 이유가 없었음)
    솔직히 자기 자신위한 삶이면 왜 아이를 낳았는지 이해가 안돼요...

  • 10. 자식이라도
    '13.5.23 12:39 PM (220.117.xxx.116)

    좀 같이 지내야 애착반응도 제대로 형성되고 애도 안정됩니다. 그 감정으로 평생 사는거에요. 5살까지 두뇌의 상당부분이 발달하는데 그 동안 상호작용도 많이 해주고 이것저것 많이 보여주면 머리도 좋아집니다.

    그리다가 좀 자라면 다시 일하셔도 됩니다. 개인적으로 상황이 되면 5살까지는 엄마가 있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 11. ..
    '13.5.23 12:43 PM (72.213.xxx.130)

    애착형성이 제3자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해서 부모 자식간의 친밀감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죠. 대리로 했다면 대리만큼 거리감이 있어요.

  • 12. 원글
    '13.5.23 1:26 PM (171.161.xxx.54)

    음... 사실 저희 애랑 저랑 애착은 잘 형성되어 있어요.
    애가 워낙 저를 좋아하기도 하고 제가 자랑같지만 아침에 한시간 저녁에 두시간씩은 무조건 아무것도 안하고 눈맞추고 같이 놀거든요.
    하루는 찰흙놀이하고 하루는 물놀이하고 하루는 그림 그리고 하루는 춤만 추고 그래요.
    주말에도 내내 붙어있고요.
    또래보다 발달도 빠른 편이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아이가 참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좋아보인다고 하세요.

    그만큼 제가 노력을 했고,
    할머니나 아주머니랑 아무리 오랜 시간 같이 있다 해도 역시 제가 주양육자이니만큼
    아이의 요구나 감정을 저만큼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아이한테도 어릴때부터 엄마가 회사 가야 되니까 할머니/이모가 밥도 주고 씻어주고 책 보고 싶으면 읽어주고 졸리면 재워주고 간식도 만들어 주고 할거야. 그렇게 사이좋게 지내고 있으면 엄마가 와서 신나게 해줄게 말해왔고 그러면 응응! 말 잘들어 나. 하고 이쁘게 있어요.

    암튼 이젠 어린이집 가니까 7시반에 일어나서 8시반에 엄마 가고 나면 아침먹고 10시까지 어린이집 등교.
    안녕안녕 친구들 노래 부르고 오전엔 거기서 미술도 하고 체육도 하고
    점심 먹고 1시-3시 정도 낮잠 자고 와요.
    집에 오면서 놀이터 가서 놀고 와서 오후간식 먹고 6시에 저녁먹으면 7시 전에 제가 오니까
    저 오면 두시간 정도 놀이하고 목욕하고 9시부터 잠...
    간혹 아빠랑 셋이 저녁에 산책하면 더 일찍도 자고요.
    애아빠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개인약속 안 잡고 저녁엔 무조건 일찍 와서 애랑 보내요.
    전 일년 휴가가 30일 가량 되기 때문에 사실 작년에 회사 나온 날수로 따지면 220일 정도 되는거 같아요.
    월평균으로 20일이 안되기 때문에...

    암튼 아깝고 억울하고 그렇긴 한데다 저는 이번에 그만두면 재취업 생각이 없어서 더 억울하다는 마음이 있긴 하지만 (저희 직종은 재취업이 쉽긴 한데 미묘하게 감이 좀 떨어지는게 보이더라고요)
    솔직한 심정은 시어머니도 싫고 아주머니들도 싫어요. 제가 손해봐도 제가 아기 보는게 속편할거 같아서요.
    애착이나 집중육아를 위해서 그만두는건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이꼴저꼴 보는게 싫어진 거긴 한데
    어쨌든 결과적으로 아기한테도 좋겠죠. 나중에 우리딸이 엄마랑 놀던 유년시절이 행복했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 13. 원글님 화이팅
    '13.5.23 4:16 PM (220.86.xxx.151)

    정말 멋지시네요..
    아이들은 절대로 알아줘요.
    엄마가 자기 곁에 있던 애들은 표나구요.
    그리고 솔직히.. 시어머니한테 애를 맡기면..
    그 신경전과 피곤함과 울화때문에.. 병걸리거나 스트레스성 질환 생깁니다

  • 14. 힘내세요
    '13.5.23 4:50 PM (203.241.xxx.16)

    시부모님께 맡기고 아이 둘 키우며 회사다니는 저도 있습니다.
    나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남의 인생과 육아에는 어떠한 평가도 못한다는게 철학입니다.
    전 님의 입장 백번 공감해요
    저도 어찌어찌 넘겨서 아직 회사다니고 잇지만 님의 입장도 한편 부럽네요
    본인의 선택을 믿고 멋진 맘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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