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청소년 백일장 대상(2007)

무명씨 조회수 : 1,129
작성일 : 2013-05-18 10:31:55

그 날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

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

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

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

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

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

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

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정민경

 

 

열여덟 살 고3 소녀의 시에는 5월의 아픔과 비극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5·18 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최근 주최한 '5·18 민중항쟁 기념 서울 청소년 백일장'에서 시 부문 대상을 차지한 정민경(18·경기여고 3년·사진) 양은 여수에서 태어나 7살 때까지 광주에서 자랐다.
지난 1995년 근무지를 옮긴 부모를 따라 서울로 이사 갔다.

"친척들에게 들은 이야기, 광주에서 자란 경험이 오월의 아픔을 느끼게 한 것 같습니다. 걸쭉한 사투리는 할머니에게 배운 것이고…"

대상작인 '그날'은 자신의 자전거에 올라탄 학생이 진압군에게 붙잡혀 끌려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도움을 청하는 학생을 진압군에게 내주고, 평생을 후회와 슬픔으로 살아야 했던 '나'에 대한 고해성사(告解聖事)인 것이다. 심사를 맡은 정희성 민족문화작가회의 이사장은 "처음 접하는 순간 몸이 떨렸다. 항쟁을 직접 경험한 사람도 이렇게 쓸 수 없다"며 극찬했다.

정양은 "소외된 이들의 '그날'을 알리는 게 꿈"이라며 "수능이 끝나면 5·18 묘지도 가보고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IP : 220.124.xxx.6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참맛
    '13.5.18 10:50 AM (121.151.xxx.203)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


    휴.....

  • 2. ..
    '13.5.18 10:58 AM (175.249.xxx.241)

    잘 썼네....

  • 3. ㅠㅠ
    '13.5.18 11:20 AM (218.146.xxx.146)

    이 시를 처음 접했을 적의 충격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네요. 여고생이 어떻게 이렇게 쓸 수가 있는지.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80698 <미녀들의 수학> 스튜디오에 초대합니다! 1 김막내작가 2013/08/01 1,225
280697 요새 맛있는 빵 뭐에요?? .. 2013/08/01 967
280696 이제 가네요....ㅠ soeun1.. 2013/08/01 954
280695 일본도 제사 문화가 있나요? 6 궁금 2013/08/01 3,740
280694 보람상조 가입했어요~~ 6 smilek.. 2013/08/01 1,269
280693 속초를 서울에서 버스로 가려고 해요. 3 속초 2013/08/01 1,741
280692 요새 제일 싫은 틀린 표기 22 qas 2013/08/01 4,664
280691 일드 빵과 스프 고양이..에서 나오는 야채스프요 1 ........ 2013/08/01 1,879
280690 라식.. 러브송 2013/08/01 789
280689 진짜 이렇게 무식해서는 안되는 거 같습니다. 5 유봉쓰 2013/08/01 2,428
280688 샾지 생신선물으로 골프용품 어느게좋을까요? 29 선물 2013/08/01 2,785
280687 해병대, '해병대 캠프' 등 상표등록 신청 1 세우실 2013/08/01 915
280686 머리좋은 애들이 성격도 좋다는 기사를 읽고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 17 한얼 2013/08/01 3,386
280685 이 대형견 종이 뭘까요? 7 ,,, 2013/08/01 1,398
280684 콘도회원권으로 예약하면 얼마쯤인가요?? 3 회원권 2013/08/01 1,551
280683 한여름 담배밭에서 담뱃잎 따면서 숨이 턱 막히던... 7 추억 2013/08/01 1,278
280682 다리길이 비대칭은 어디서 진단과 치료 5 매미소리 2013/08/01 1,251
280681 재혼시 아이 뺏길수 있나요 2 이모 2013/08/01 1,804
280680 직구 잘들 이용하세요? 4 에휴 2013/08/01 1,516
280679 친정엄마한테 전화하기가 싫어요... 5 목요일 2013/08/01 2,989
280678 차영, '사랑과 전쟁 뺨치는' 인생스토리 8 nate 2013/08/01 6,401
280677 너인줄알았는데...너였으면좋았을걸... 3 오늘 2013/08/01 1,622
280676 'ㅋ 미안'이 학생들 사이에선 기분나쁜 말인가요? 15 .. 2013/08/01 2,302
280675 고속도로 휴게소주유소는 24시 인가요? 2 2013/08/01 12,102
280674 보통 혼자 샤워, 뒷처리는 언제부터 가능한가요? 6 새벽안개 2013/08/01 2,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