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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쭈쭈보다, 때로는 단호하게 현실을 말해주는 게 좋습니다.

경험 조회수 : 4,446
작성일 : 2013-05-16 14:04:55

10년 딱 찍고...

남편이 이혼을 선언하고 시집으로 가버렸어요.

(어찌나 가출한 아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셨던지.. ㅋㅋ 한달 데리고 살고나서는 입이 열개라도 제게 할말이 없다고 하셨지요.)

3살 딸아이와 전업이였던 저를 남겨두고서요.

아이 낳고.. 불화가 시작되었어요.

불임기간이 있었는데.. 그 동안 각자의 생활패턴이 갑자기 깨진 것도 있었고,

아이가 심하게 잠도 없고, 울었거든요. 많이 예민하고...

육아와 집안일은 100% 제 몫이였어요.

남편은... 제가 권유해서 사업을 시작했고,

사회적으로 어느정도 지위가 올라서는 시점이였어요.

저는... 아이에게만 매달려있는 전업주부였구요.

사실.. 아이가 돌이 되었을 즈음....

마트 한복판에서

허둥지둥 카트를 밀며 같이 좀 가게 기다려주면 안되냐고 짜증을 부리던 저를 싸늘하게 바라보던 그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때부터.. 저 사람이랑은 끝났구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이엄마가 되고나서는 제가 좀 기우는 위치가 되더라구요.

아이를 키우고 싶었거든요.

불임병원에서 잡아주었던 '임신날짜'를 아직도 기억하고있습니다.

그게 마지막 부부관계를 한 날이죠.

그것도.. 조르고 졸라서..

올 것이 왔는데, 근데 너무 생각보다 빨리 왔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부모님한테는 어떻게 말하지.. 내색을 한번도 안해왔는데.. 라는 걱정이 먼저 들고,

아직 아기는 어리고... 난 능력이 없는데... 라는 생각까지 미치니까..

불안하고 무서워서 전화를 했습니다. 여성의전화였던가?? 긴급전화였던가??

저쪽에서 싸늘하게 말하더군요.

"맞았습니까?? 갖혀있습니까?? 협박을 당하고 있나요?? 그게 아니라면 빨리 끊어요."

"지금 당신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요. 내일 정신차리고 상담받으로 나오세요."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챙피했구요.

다음날 상담센터에 가서... 아이 양육권을 가져올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그러더군요.

직업도 없으면서 애는 어떻게 키울거냐고..

법은 당신 편을 들지 않아요. 아이를 누가 키우는게 더 나은지를 보는겁니다.

당신같으면 직업도 없는 엄마한테 어린 아이를 키우라고 하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당장 나가서 구직을 하세요.

그러면 확률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 같은 사람에게 정부에서 지원하거나 알선해주는 구직처는 없을까요??

라고 물었더니...

그러더군요.

"장애가 있으십니까?? 일을 못할 정도로 어디가 아프십니까?? 여기 보니 대학까지 나오셨네요. 사지 멀쩡한 젊은 여자한테 이혼한다고 정부해서 해주는 일은 없습니다."

라고...

니 남편 정말 나쁜 놈이구나..

너 힘들어서 어떻하니....

이런 위로보다는... 이렇게 정신 번쩍드는 말이 때로는 아프겠지만 도움이 됩니다.

살다보면 별일을 다 겪어요.

특히 가정은 내일 당장이라도 깨질수도 있는 정말 빈약하고 얇은 막같은 존재입니다.

지금 완벽하다고 너무 자신있어하지 마시고, 더욱더 잘하고 잘 지키세요.

이혼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남편이 집나가고, 일주일동안 10킬로가 빠졌습니다.

정신도 없고... 죽고싶고..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고...

밥 먹으세요.

이 상황에 어떻게 밥이 들어가냐고 하는데.. 밥을 먹어야 손발이 힘이 들어가고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해요.

그리고, 계획하고 똑똑하게 굴어야합니다.

울고불고.. 신세한탄을 한다고해서 법이든.. 상대방이든 꿈쩍을 안해요.

저런 불안정한 사람한테 애를 맡길순 없다는 얘기만 돌아오거든요.

이혼한다고 죽는거 아닙니다.

이혼한다고 이마에 흉터 생기지 않습니다.

저는 최종 이혼판결 받고 법원 문을 나서는데... 갑자기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 길거리 저 남자들이랑 연애를 해도 무방한 신분이다!!

(왜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어요.ㅋㅋ)

저는 이혼한지 5년째되는 낼모레 40을 앞둔 뚱땡이 아줌마입니다.

그렇지만, 태어나서 지금처럼 자유롭고 당당하고 행복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다시는 그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하도록 하지 않아요.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번 생은 이렇게 살수밖에 없다고 살아도 사는게 아닌것 처럼 지내다...

지금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희망입니다.

엄마에게도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할수 있구요.

내가 멋지게 잘 살면... 첨엔 문제있어 이혼했을거라고 쑥덕거릴지 모르지만...

나중엔 알게 될거예요. 그 놈이 복을 걷어찼다구요.

화이팅입니다.

IP : 121.130.xxx.172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5.16 2:09 PM (180.224.xxx.59)

    좋은글이네요

  • 2. ...
    '13.5.16 2:11 PM (124.53.xxx.138)

    원글님도 화이팅!!!

  • 3. 블루
    '13.5.16 2:15 PM (122.36.xxx.75)

    좋은글이네요^^
    이세상살아가는건 그누구때문이 아닌, 나를 위해 살아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불행한데 주변사람들은 행복하지않죠..
    무방한신분..ㅋㅋㅋ 빵터졌어요 ㅋ

  • 4.
    '13.5.16 2:16 PM (99.42.xxx.166)

    꼬옥 더더더더더더더 행복해지세요!! ^^
    님처럼 긍정적인 분께 복이 이따만큼 날라가기를 기도드립니다.
    화이팅

  • 5. ..
    '13.5.16 2:24 PM (211.176.xxx.112)

    각자 일주일이든 일년이든 10년이든 숙려기간을 가진 후에 이혼하는거죠. 결혼을 본인이 하고 싶어서 했듯 이혼도 본인이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하는 것이고 그걸 제3자가 왈가왈부할 수 없죠. 그게 왈가왈부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미친거죠.

    결혼은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을 하지만 계약이고 법률행위일 뿐이니다. 그 본질만 잘 인지하고 있으면 돌발상황대응능력이 높아지죠. 전세계약해지했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듯이 결혼계약해지했다고 세상 무너지지 않죠. 다만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경제력은 중요하고 경제력이 있으면 어떤 경우든 본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죠. 경제력 없으면 만들어가면 됨.

    배우자로부터 범죄행위를 당하는 분들도 많죠. 내담자 상황도 천차만별이니, 그 수위에 따라 상담해주는 듯 합니다.

  • 6. 자유
    '13.5.16 2:25 PM (180.211.xxx.23) - 삭제된댓글

    간만에 속이 시원해지는 글 한 편 잘 읽었습니다.

  • 7. 화이팅
    '13.5.16 2:26 PM (58.236.xxx.74)

    제가 다 에너지를 받네요,
    냉정한 상담센터직원 말 대목에서 같이 당혹해 하다가.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실감이 나네요.

  • 8. 멋진 분!
    '13.5.16 2:28 PM (110.15.xxx.166)

    멋진 분이네요.
    너무 막막하여 상담전화 걸었는데 그런 답 듣고나면
    오히려 더 강해지기가 보통 멘탈로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건강한 자기애와 자신감이 기본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잘 일어나서 지금 저런 글 올릴 수 있는 듯.
    멋지십니다 원글님.

  • 9. LP
    '13.5.16 2:33 PM (203.229.xxx.20)

    화이팅!!!!!!!!!!!!!!!!!!!!!!!!!!!1

  • 10. qas
    '13.5.16 2:34 PM (112.163.xxx.151)

    원글님이 멋진 분이신 거예요.
    상담센터 직원의 싸늘한 말투에 오히려 냉정하게 이성을 차릴 수 있는 사람 많지 않아요.
    원글님 심지가 굳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예요.

  • 11. 님 멋지심
    '13.5.16 2:38 PM (118.209.xxx.178)

    여자들이 대부분 님같다면
    남자들의 행동거지도 아마 많이 다를 겁니다.

  • 12. 홧팅! 입니다!
    '13.5.16 2:42 PM (112.186.xxx.156)

    여기의 분위기로는
    전화했을 때 원글에 씌여진 것 같은 내용을 듣는다면
    대번에 거기 홈피에 올릴 기세죠.
    언제나 남탓만 하는..
    원글님 같은 멘탈이 있기에 지금 이렇게 씩씩한 글을 쓰실 수 있는거구요.
    정말 홧팅입니다.
    간만에 속이 다 시원합니다.
    원글님 앞으로도 씩씩하게 잘 헤쳐나가시길 바랄께요.

  • 13. ..
    '13.5.16 2:44 PM (211.176.xxx.112)

    이혼과 관련해서는 유책배우자만 해당행위로 대가를 치르면 됩니다. 나머지 분들은 자학을 할 필요가 없죠. 인간관계라는 게 해소되기 여사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이혼했다고 하면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해주면 됩니다. 함께 성장한 형제자매도 안 맞아서 함께 거주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 생판 남이 같이 사는 경우는 두 말 하면 잔소리죠. 잘 맞으면 다행인 것이구요.

    가정은 하나의 팀이고 팀은 상황에 따라 해체될 수도 있고 새롭게 결성될 수도 있죠. 배우자는 없을 수도 있고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포지션이죠. 미성년 시절에도 배우자 따위 없이 잘 살았는데, 성인이 배우자 없다고 못 살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자식을 본인이 양육하면 하는 대로, 전 배우자가 양육하면 하는 대로, 그에 맞게 운용의 묘를 살려 재미있게 살면 되는 거죠. 교통과 통신이 엄청 발달한 시대에 말이죠.

  • 14. ..
    '13.5.16 2:52 PM (222.238.xxx.147)

    아자아자 화이팅입니다.
    당신은 행복할 자격이 있는 멋진 사람이니까요.
    축복합니다.

  • 15. 오랜만에...
    '13.5.16 3:11 PM (211.201.xxx.115)

    멋진 글 읽습니다.
    꼬~ㄱ 더더더 행복해지소서....

  • 16. ^^
    '13.5.16 3:14 PM (175.223.xxx.55)

    화이팅입니다!

  • 17. 아..
    '13.5.16 3:48 PM (124.50.xxx.33)

    저는 다시는 그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하도록 하지 않아요.

    이 대목에서 울컥하네요 아무나 할수 있는 말이 아니지요
    저도 비슷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데..정신차리고 힘내서 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18. 크림치즈
    '13.5.16 4:29 PM (121.188.xxx.144)

    정말 필요한 글이네요
    ㅜㅜ
    이혼 오늘 말하려고요

  • 19. ㅇㅇ
    '13.5.16 4:50 PM (203.152.xxx.172)

    이런글 진흙탕속에서 대책없는 위로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안타까운 누군가가 읽고
    정신차리면서 동시에 힘을 얻었으면 하네요...
    원글님도 열심히 잘 사시기 바래요~

  • 20. 파란하늘
    '13.5.16 5:01 PM (123.228.xxx.218)

    화이팅 입니다.
    님 멋져요~!

  • 21. 와....
    '13.5.16 7:59 PM (222.96.xxx.229)

    멋진 글이네요.
    글쓴님 대단하세요~

  • 22. 민트초코
    '13.5.16 10:57 PM (218.38.xxx.105)

    오 화이팅입니다. ㅅ ㅅ

  • 23. ㅇㅇ
    '13.5.21 2:01 PM (175.202.xxx.51)

    저는 다시는 그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하도록 하지 않아요

    맞습니다!

  • 24. ,,
    '13.5.23 11:48 PM (112.147.xxx.24)

    현명한 원글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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