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께서 급작스레 돌아가신지 벌써 반년여가 되어 갑니다.
시아버님은 어머님과 연애 시절 부터 결혼 생활, 돌아가시기전 까지도
저희 시어머님은 정말 말 그대로 공주, 왕비 처럼 아끼고 사랑하시고 돌보시던 분이셨어요.
큰소리 한번 내신 적 없고, 어머님을 부를 때도, 자식들 손주들이 있는 자리도 상관치 않고
늘 우리 천사~ 우리 천사~ 하면서 어머님을 향한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하곤 하셨구요.
그랬던 분이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 어머님이 마음에 걸려서 어떻게 가셨을까 싶게, 정말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저희 시어머님은 자존심이 강하시고, 낯도 많이 가리시고, 말씀도 많이 하시는 분이 아니시고,
일평생 아버님 돌봄을 받으셨던 분이라 정신적, 실제적 의존도가 상당하신 편이었는데
그렇게 하루 아침에 아버님과 이별을 겪으셔서 받으셨을 그 충격은 감히 제가 짐작하지도 못할 만큼일거에요.
시누님 두 분 계시고 저희 남편이 막내 아들이고 모두들 근거리에 살아서
아버님 별세 후에 아주 자주자주 찾아뵙고, 아버님이 그간 어머님 신경 안쓰시게 처리하셨던
모든 집 안팎의 크고 작은 일들을 저희들이 꼼꼼하게 그대로 이어받아 실수없이 처리하고 있어요.
어머님은 몇년 전 부터 큰 시누이네 아이를 오가시며 돌봐주시던터라 아버님 돌아가신 후에도
계속 하던대로 낮에는 시누이집에 머무르시고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오시고 그렇게 지내시는데요
집에선 거의 식사를 안하시고, 점심 정도만 어중간하게 시누이집에서 아이 밥 챙겨주며 드시고 그러세요.
주말이면 저희 부부나 시누님들 식구들 중에 누구라도 어김없이 시댁에 가서 어머님 혼자 안계시게 하고
제가 국이며 반찬이며 가볍게 드실 샐러드나 과일 종류 적당히 드실만하게 해다드려도
결국 어머님은 그것들 다 입에도 안대시고 대부분 집에 오가는 식구들이 먹구요.
반년여 넘어가니 이제서야 바깥 외출도 좀 하시고, 친구분들도 조금씩 만나곤 하시는데
어머님 뵐 때 마다 안색도 너무 안좋으시고 점점 더 말씀도 없으시고 기분도 늘 쳐져계시고.. 그러네요.
건강염려되어서 저희들이 병원에 한번 가시자, 영양제라도 맞으시라, 약이라도 지어 드실까, 아무리 말씀드려도
어머님 성격에 싫은건 정말 싫은 분이라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으시겠다고 역성을 내셔서 뭘 해드리지도 못해요.
이제 날 좀 풀려서 밖에서 모시고 외식도 시켜 드리고 아버님 산소 가는길에 나들이도 같이 하고 하는데
어머님 눈빛이나 마음은 늘 그냥 허공에, 저희가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어느 곳에 가 계시는 듯 해요.
저희가 같이 사시자고 해도, 아이 보러 가시는 큰시누댁에서 모시겠다고 해도 다 싫다 하시구요,.
진심으로.. 어머님 계속 저러시다가 몸이라도 더 축나실까 걱정돼요.
어머님은 물론이고 아들 딸 손자 손녀에게도 언제나 큰 사랑이셨던 아버님이 갑자기 떠나셔서
어머님마저도 그러실까 순간순간 걱정되고 이제 겨우 반년 지난 것이니 시간이 지나면 좀 나을까.. 싶지만
그러기엔 어머님 연세나 체력이 버티실 수 있을까 염려스럽구요.
저희들이 어머님께 해 드릴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