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불교이야기 (스크랩)
.. 조회수 : 855
작성일 : 2013-05-14 21:43:27
복을 털지 말고 닦아라
나는 1946년에 절 집안으로 들어와서
소위 근래의 도인스님이라는 어른들을 거의 다 모시고 살았습니다.
이 어른들을 모시고 있을 때
참으로 고약하게도 공부보다도 이분들의 끄트머리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한 석 달을 지내고 나면 이 어른들의 생활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내가 모신 어른들 중에서는
금봉(錦峰) 노스님이 가장 거룩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의 앞에서나 뒤에서의 생활이 다르다는 것은 아직 공부가 덜 되었다는 증거인데
이 어른은 일상생활에 있어 안과 밖이 없었습니다.
신도들 앞이건 스님네 앞이건, 남자 앞이건 여자 앞이건
꾸밈이라는 것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설사 진리를 깨쳤다고 하고 도를 깨쳤다고 해도 원인과 결과,
곧 인과(因果)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면 꾸밈이 붙게 됩니다.
인과의 테두리를 완전히 벗어나버린 도인이라야
안팎의 꾸밈이 없어져 버리고 '나'를 가리는 커튼이 모두 없어져,
생사일여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움직이거나 말을 할 때도 공부가 끊어지지 않고,
심지어 잠을 잘 때에도 이 공부가 끊어지지 않을 만큼 된다는
어른들까지도 인과의 테두리를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원인과 결과의 도리라는 것은 그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마지막에 이 몸뚱어리를 시원스럽게 벗어버리고
자신있게 새로운 몸뚱어리 덮어쓰는 법을 모른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누구나 집은 비워줘야 됩니다.
이 육신은 언젠가 벗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내가 늘 불자들에게 '예금 부지런히 해 놓으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내 자신에게도 벌써부터 '집 비워내라'는 독촉장이 살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전셋집을 비워주고
다음에 지금보다도 더 좋은 집을 얻어 갈지 어떨지는 나도 자신이 없습니다.
지금은 젊다고 하시는 분들도 언젠가는 집을 비워줘야 됩니다.
다음에 들어갈 집이 지금보다 더 좋은 집이 될지
네 발로 기는 집으로 들어갈런지는 아무도 자신을 못합니다.
자신을 하려면 마지막 단계인 생사일여의 고비를 넘겨야만 됩니다.
잠자고 일어나는 속에서도 공부가 안 끊어질 만큼 몰아 붙여서,
마지막 이 몸뚱어리 벗을 때에 안 끊어지면 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힘이 듭니다. 하지만 몰아 붙여 보십시오. 틀림없이 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공부 쪽을 하다 보면
생활인으로서의 책임이 빠져 버리고 반대로 생활에서의 책임을 다하다 보면
공부가 완전히 달아나버리는 두 갈래 길에서 허우적허우적 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몰아 붙이면 됩니다.
생각은 한 쪽 것만 하는 것 같은데
거의 무의식 상태에서 다른 쪽이 습관적으로 됩니다.
불교 문중에 발을 들여 놓은 우리 불자들의
다음 집은 지금의 집보다 더 좋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힘이 들어도 자기가 하고 있는 공부를 몰아 붙여야 합니다.
절대로 남을 건너다보지 말고, 내 공부 내가 하십시오.
남이 내 일을 해주지 않습니다.
가슴을 쥐어 짜든 말든, 심장이 파닥파닥 뛰든 말든,
통곡을 하든 말든, 내 일은 내가 해야 합니다.
아무도 내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은 없습니다.
내가 배고플 때에 곁의 사람이 밥을 먹는다고 내 배가 불러집니까?
내가 화장실 가고 싶을 때 대신 가 줄 사람이 있습니까?
수명이 다했을 때 이 몸뚱어리 바꾸는 일을 어느 누가 대신 해 줄 수 있습니까?
내가 뿌린 씨앗은 내가 거두어야 합니다.
좀 힘이 들더라도 부지런히 부지런히 공부를 해서,
절에 다녔다는 인연으로 다음 집을 얻을 때에는 지금의 집보다 좋아져야 됩니다.
20여년 전 양산 내원사의 석불노전에 계셨던 노스님께서
고양이가 죽은 뒤 49재를 지내주고 난 다음에
영단 쪽의 고양이 위패를 쳐다보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복이 없어도 좋으니까 인간으로 오너라.
인간으로 오면 복을 지을 기회라도 있고 참회할 기회라도 있지만
네 발 가진 나라에 가버리고 나면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다.
복이 없어도 좋으니까 인간으로 오너라. 네 발 가진 나라로는 가지 말아라."
비록 복이 모자랄지라도 인간으로 다시 와야지,
인간의 집을 잊어버리고 네 발 가진 나라로 가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하려고 하면 좀 더 부지런히 부지런히 업장 참회를 하건 염불을 하건,
기도를 하건 봉사를 하건, 자꾸자꾸 복을 닦아야 합니다.
복을 닦지 않으면 뜻과같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남을 건너다보면 복도 닦지 못하고 내 공부도 못 합니다.
남을 믿거나 남을 의지하거나 남을 쳐다보지 마십시오.
어떻게 하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까이 해서
부지런히 부지런히 정진할 뿐 건너다보지 마십시오.
우리는 근기가 약하기 때문에 자꾸 건너다보게 됩니다.
자꾸 건너다보면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그에따라 업을 짓게 됩니다.
늘 약은 꾀에 속아 넘어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올 한없는 복과 지혜는 영원히 멀어지고 맙니다.
아주 사소한 일 하나하나로 복을 깎아내리기도 하고 복을 쌓기도 합니다.
늘 몸(身)과 말(口)과 뜻(意)의 삼업(三業)을 조심하여
일상생활에서 복을 털지 말고 복을 닦아 가시기 바랍니다.
- 우룡스님 -
IP : 110.70.xxx.22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미혹
'13.5.14 9:55 PM (112.150.xxx.29)저장합니다
2. ....
'13.5.14 9:58 PM (39.118.xxx.163)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3. 원심
'13.12.14 4:28 PM (39.117.xxx.158)저장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266773 | 수박에서 약간 쉰맛이 느껴지는데 먹으면 안되나요? 5 | .. | 2013/06/25 | 5,652 |
266772 | 가게이름 짓는데 30만원..... 15 | 헉! | 2013/06/25 | 1,993 |
266771 | 망외통화 1 | 스마트 | 2013/06/25 | 2,194 |
266770 | 장터에서 과외나 레슨 광고 낼 수 있나요? 1 | 레슨 | 2013/06/25 | 479 |
266769 | 드림렌즈 궁금합니다. 3 | 와이프 | 2013/06/25 | 625 |
266768 | 뉴스 들읍시다... 2 | 제대로 된 | 2013/06/25 | 572 |
266767 | 정말 급한가봐요. 벌레들이 떼로 몰려왔네요. 13 | 벌레들이 창.. | 2013/06/25 | 2,065 |
266766 | 오늘 중3들 시험 어땠나요? 4 | ᆞᆞ | 2013/06/25 | 1,125 |
266765 | 한일 쓰면 욕이 되는 대통령vs 욕설을 써야 욕이 되는 대통령 3 | 큰차이. | 2013/06/25 | 504 |
266764 | 턱보톡스 맞아보신분. 2 | 더비읭 | 2013/06/25 | 1,215 |
266763 | 원피스안에 아래속옷 뭐입나요? 8 | 나무 | 2013/06/25 | 3,226 |
266762 | 지금 개봉영화중 추천 해주세요 3 | 제인 | 2013/06/25 | 697 |
266761 | 연락없이 집에 오시는 시어머님... 12 | 마니마니 | 2013/06/25 | 3,940 |
266760 | '미스코'라는 시술 받아보신 분 계세요? 3 | ,, | 2013/06/25 | 1,295 |
266759 | 벽걸이 에어컨쓰시는분들 봐주세요 4 | 에어컨 | 2013/06/25 | 1,280 |
266758 | 여기저기서 세일많이하네여 1 | 베라퀸 | 2013/06/25 | 670 |
266757 |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 曰 "심판은 시작됐다" 7 | 시작은 지금.. | 2013/06/25 | 1,406 |
266756 | 사무실에 쥐벼룩같은게 있는거같은데..어떻하나요..ㅠ.ㅠ 4 | 요술공주 | 2013/06/25 | 1,696 |
266755 | (급질)매실 질문입니다 6 | 매실이 기가.. | 2013/06/25 | 778 |
266754 | 스트레스리스 의자 아시는분~ 4 | ... | 2013/06/25 | 1,510 |
266753 | 괌 다녀오신 분들 렌트카 업체 추천해주세요~~ | 괌 | 2013/06/25 | 563 |
266752 | 유학보내달라는 아들.. 74 | 허무하네요 | 2013/06/25 | 15,816 |
266751 | nll갖고 설치던 새누리당 삼인방 ㅋㅋㅋ 7 | ㅗㅗ | 2013/06/25 | 1,563 |
266750 | 세입잔데요 누수비용은 누가? 4 | 누수비용 | 2013/06/25 | 1,561 |
266749 | 박근혜의 시국 대하는 자세............ 5 | 손전등 | 2013/06/25 | 8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