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게 된 것은 오로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멘탈이 위태로운 사람(윤창중의 술버릇에 대해서도 엄청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을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중책에 앉힌 것 자체가 문제의 시작이다.
국가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검증은 커녕 출입기자 몇몇에게만 물어봐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문제가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평소 청와대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어떤 행동을 하고 다니고,
어떤 평판을 듣고 있는지 임명권자에게 전혀 전달이 안되는 시스템도 문제다.
기자들의 얘기에 의하면 윤창중은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거의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그에게서는 나올 정보도 없고, 그의 인간성은 개인적으로 연을 만들기도 불쾌할 수준이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의 무례한 언행도 항상 같이 언급된다.
사건이 발생하던 현장에서도 문제가 있다.
윤창중 본인도 말하고 있지만, 78명의 기자단(윤창중은 이 표현에 무척 집착을 한다.)이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청와대 대변인이 인턴 여직원에게 성추행을 시도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이 모든 기자들이 윤창중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청와대 대변인이
저녁 정기 브리핑을 이틀이나 빼먹고, 새벽에 술취해 비틀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문제없이
그냥 넘어갈 수가 있었을까?
또 행사를 관리할 책임이 있던 대사관, 문화원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본국에서 날아온 청와대의 요인이라 하더라도 기이한 행동을 수시로 하고 있는데
아무도 제지하거나 차상위 인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 이것 역시 묵과하기 힘든 수준의 시스템 결함인 것이다.
최말단의 여직원이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고 "저 더 이상 일 안해요"라고 울면서 외치고
자신보다 더 약자인 인턴을 보호하기 위해 호텔방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버티는 상황이
발생할 정도라면, 그녀가 보기에 이 조직은 도대체 어떤 조직이었다는 얘기인가?
나는 도대체 그 수준을 상상하지를 못하겠다.
윤창중이라는 한 문제적 개인의 행위보다, 청와대+대사관 이라는 국가의 중요기관이 이런 식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현실에서, 보다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고 사람들에게 그 문제를 알려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기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
이 심각한 문제가 한 기이한 인간형을 가진 개인의 일탈행위보다 가벼운 문제라서 모두가 다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히려 윤창중 개인에게 쏟아지는 모든 언론의 비난성 기사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그 동안 권력의 갑옷을 입고 기자들에게 못된 짓을 일삼아 오던 윤창중 개인에 대한 증오와
이 증오에 따른 복수의 칼날일 뿐이다.
별볼일 없던 네가 그동안 그렇게 잘난척 하면서 우리에게 큰소리 쳤지, 이제 어디 한번 당해봐라~
이런 심리 말이다.
이 복수심리가 자신들이 그렇게 대중의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정권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는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또, 이쪽의 스탠스에 서 있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그토록 주장해 오던 피의자(피해자 말고.) 인권문제, 또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 그리고 그 개선 방안,
뭐 이런 것들 보다 윤창중 개인에 대한 보복심리가 먼저 발현되고 있다는 의심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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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은 끝났다.
이런 사람이 그런 자리에 고용한 임명권자의 책임이 당연히 제일 크다.
그러나 그 임명권자는 전혀 자신의 과오를 인식하고 있지도 못하다.
비공개 회의석상에서 대국민 사과를 몇마디 얘기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
청와대나 대사관의 구조적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언론사 기자들의 치졸한 복수극은 성공할 것이다.
한 정상이하의 인물(어쩌면 그는 병자라서 보호받아야 할 상황인지도 모른다. )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고 의기양양해 할 것이다.
이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수준이다.
임명권자도, 그 임명권자에 의해 임명된 수준 이하의 인물도,
이 모든 시스템의 가동을 감시하고 고발할 책임이 있는 언론과 기자들도 모두가 다 공통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력을 제대로 쓰기에는 너무나 미숙하고 치졸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 말이다.
권력을 감당할 정도의 역량이 없는 사람이 권력을 잡고 있을 때 벌어지는 비극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매우 단순하다.
아이들에게 칼을 쥐어줘서는 안될 일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칼을 쥐고 있다면 신속하게 빼앗아야 한다.??
안그러면 우리가 다친다.
http://murutukus.blogspot.kr/2013/05/blog-post_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