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용이는 어제
오랫만에 머그컵을 보란듯이 하나 깨트려줬습니다.
네. 요즘 좀 똥꼬발랄끼가 잠잠하다 싶었어요.
먹을것만 보면 환장하는 삐용이 덕에 뭐하나 먹는것도
눈치봐야 하고.
시어머니 시집살이 적응하자 애완동물 시집살이 시작되는 격.^^;
어제도 실은 짭짤한거 혼자 좀 먹어보겠다고 눈치껏
삐용이 모르게 뒤돌아서서 야금야금 먹고 있었는데
귀신같이 눈치채고 냥냥냥 달려오면서 김냉위를 오르고
냉장고 위를 오르고 내리다가 삐용이 발에 채여
김냉위에 올려둔 물컵을 산산조각 내버렸어요.
삐용이 화장실 모래 버리고 화장실 빡빡 청소하고서
뽀송한 새 모래 깔아줬더니 이왕지사 헌 모래 버리는김에
컵도 하나 깨서 모래속에 박아서 버리라고 생각해 준 것 같아요.
그래. 고맙다 삐용아.
참으로 눈물나게 고맙다. ㅠ.ㅠ
요새 남편은 삐용이 놀리기에 재미들려서
어제 출근길도 그랬고 오늘 출근길도 그랬는데
덩치 큰 삐용이를 안고 출근길에 현관문 앞에서 부터 복도 몇발자욱 앞까지
삐용이를 데리고 나가는 거에요.
삐용이의 순간 접착력이란 스파이더맨 저리가라에요.
혹시 목줄이나 등줄매고 산책을 나간다거나 밖에 바람쐬이시는 분들
다른 고양이들도 그렇게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나요?
삐용이는 아예 앞발로 남편 어깨를 감싸고 아니면 가슴에 달라붙어서
남편이 떼어내려고 해도 온 힘을 다 해서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요.
그게 너무 웃겨서 남편이 요며칠 자꾸 그런 장난을 칩니다.
물론 바로 현관앞에서 그러는터라 위험하진 않고요.^^
어찌 이리 겁도 많은지
집안에선 엄마 아빠를 아주 시녀 부리듯 하다가
현관문 앞에만 서면 순간 접착제보다 성능 좋아지는 삐용이 때문에
너무 웃겨요.
좀전에 덩치큰 삐용이 배위에 올리고 엉덩이 토닥토닥 해줬더니
아주 단잠을 자면서 셀프 쭉쭉이 꿈을 꾸는지 입으로 연신 쪽쪽쪽 소리를 내고
엉덩이 토닥일때마다 꼬리를 함께 탁탁 치는데 꼬리힘도 제법이에요.
무거워서 좀 재우다가 내려놨더니 금새 깨서 열심히 털 그루밍하고 있네요.
어제는 봄 저녁 바람이 너무 좋아
남편이랑 잠깐 집 근처를 한바퀴 도는데
예전에도 썼었지만 저희가 사는 곳은 다세대나 상가 주택 밀집지역인데
길고양이가 꽤 많았었거든요. 그러다 한동안 사라지고 없다가
작년에 삐용이를 처음 길에서 만나고 새식구가 된 후로
큰 고양이들 몇마리 가끔 길목에서 보곤 했는데
몇달 전후론 또 보이던 큰 고양이들도 사라지고 안보이더라고요.
어제 늦은시간에 잠깐 산책하면서 남편이랑 그런얘기하면서 들어오는 길목 구석에
언뜻 고양이가 보이길래 가까이가서 보니
삼색냥이인데 5개월 정도 되어보이는 아직은 작은 고양이가 있어요.
코에서부터 목이랑 가슴 배까지 흰색이 많은 삼색냥인데 흰색이 많고 아직 어려서인지
너무 귀여운 거에요.
가까이가서 인사하려고 했더니 야생 길고양이라 경계심이 많고
하악~하면서 경고를 하더라고요.
오랫만에 본 길고양이인데 생각도 못한 만남이라 아무것도 주지 못했는데
오늘은 혹시라도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사료랑 물 챙겨서 나가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