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사측 논란 일자 3시간 만에 게시물 떼내
KBS가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에 성추문으로 경질당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뉴스를 제작하면서 배경화면에 태극기와 청와대 브리핑룸을 노출시키지 말라는 내부 지시를 내려 ‘신 보도지침’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오후 KBS 신관 3층 보도영상편집실에는 ‘공지사항’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사진)이 부착됐다. 문서는 ‘윤창중 전 대변인 그림 사용 시 주의사항’이라며 ‘청와대 브리핑룸 브리핑 그림 사용금지’, ‘뒷 배경화면에 태극기 그림 사용금지’라고 적시하고 “윤창중 그림 쓸 경우는 일반적인 그림을 사용해 주세요”라고 주문했다. 윤 전 대변인이 청와대 브리핑룸과 태극기 앞에 나오는 동영상과 그림을 쓰지 말라고 한 것이다.
영상편집실에 있던 한 기자는 “이상한 것 아니냐”며 문제제기를 했으며 사측은 논란이 커지자 게시물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시를 놓고 KBS가 국제적인 시선이 쏠린 예민한 시기에 윤 전 대변인의 방미 추문을 놓고 대통령과 청와대를 감싸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BS 안팎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보도국장을 지내며 편파방송 논란을 빚었던 임창건 신임 보도본부장이 또다시 정치 편향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KBS 새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박근혜 정부의 ‘신 보도지침’ 사건으로 규정한다”며 “임창건 보도본부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청와대의 압력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KBS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이 어떠했는지 낱낱이 밝히고 국민 앞에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 홍보팀 관계자는 “영상편집부 데스크가 태극기를 배경으로 한 화면을 빼라고 구두로 지시한 것이 의사전달 과정에서 와전되며 브리핑룸을 배경으로 한 화면까지 모두 제외하라는 식으로 공지사항이 잘못 나갔다”며 “게시물은 오후 3시에 붙였으며 오해를 피하기 위해 오후 6시쯤 게시물을 모두 회수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애초에 윤창중 그림 관련 지시는 태극기 배경화면이 불쾌하다는 시청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쳐 영상편집부 자체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KBS 측은 주말인 11일 밤 방송이 예정된 <생방송 심야토론>의 주제도 한때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른 논제로 바꿀 것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제작진은 윤 전 대변인의 추문으로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흠이 나는 등 좋지 못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 토론 주제의 적절성 여부를 막판까지 고심했으나 결국 예정대로 편성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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