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어머님께 정말 죄송하고 면목이 없었습니다.

죄송 조회수 : 1,499
작성일 : 2013-05-10 19:06:46
시어머님은 아주 독실한 기독교 신자세요.

일주일에 적어도 세번 이상은 교회에 가시고, 교회에서 하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늘 저녁이 되면 성경책 쓰기를 하셔서 이미 구약, 신약을 몇번이나 쓰신 독실한 크리스챤이십니다.

저는 어릴적부터 불교집안에서 나고 자랐고, 그래서 결혼할때 종교 강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우였네요.
한번도 며느리인 제게 교회에 다니라고 권유하신 적이 없어요.

언제나 입가엔 말간 미소를 지으시고 남에 대해 나쁜 소리, 험담하는 거 들어본적 없고,
늘 본인 위주가 아닌 남 입장에서 생각하시며 사시는 좋으신 분입니다.
결혼 10년동안 솔직히 속썩힌건 노후준비를 안 해놓으셔서 늘 생활비와 용돈 때문에 힘들었던 것 빼고는
다른건 소소하게 몇몇의 마음 상하는 정도...늘 좋은 말씀과 고운 마음씨로 제게 잘해주셨어요.


저희는 결혼 10년이 넘었는데 아이가 아직 없습니다.

별로 가지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해서 계속 피임을 해왔고, 이제 슬슬? 이라고 생각한 시점에
제가 사는 도쿄근처에 방사능 사고가 터지고 아이는 평생 포기했지요.

한번도 아이문제에 관해 제게 먼저 말씀을 꺼낸적도, 병원을 다녀봤냐, 노력은 하고 있냐.
등등 말을 꺼내신적이 없었어요.

이번 연휴에 한국에 가서 시댁에서 며칠밤을 잤는데 떠나기 전날밤 말씀하시더라고요.

내가 정말로 손자를 너무 원해서 늘 새벽기도로 간절히 기도하고,기도하고 또 기도했는데
얼마 전에 하나님으로 부터 응답이 왔다. 그냥 기대하지 말라고, 앞으로도 아이는 없을 거라고.
그러니 너도 너무 속끓지 말고 그냥 체념하고 편하게 마음 가져라...


한번도 그렇게 손주를 원한다는 걸 내색하신적이 없으셨는데...
일주일에 몇번씩 새벽기도 다니시면서 그리 원하셨다니..
지금은 가질래야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나니(방사능, 제 나이)
정말로 후회스럽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 배웅오신 시부모님들 모습을 뵈니 정말 왜 이리 연세들어 보이시는지...
두분다 늦게 결혼하셔서 늦게 본 아들들 둘 다 아이가 없습니다.
얼마나 바라셨으면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하시고, 그런 내색 하나 없이 며느리와 아들을 보는
심정을 어떠셨을까 싶으니 눈물이 나네요.


정말 너무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IP : 223.133.xxx.4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5.10 7:19 PM (118.33.xxx.41)

    도쿄 사람 모두가 아이포기한건 아닐텐데..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시는거 아닌지..
    저는 원글님이 안쓰럽네요.
    아이를 부양해야하는데 시부모들 부양하느라 힘
    빠지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63712 신경민 "매관매직 보도 <조선일보>에 민형사.. 1 샬랄라 2013/06/18 590
263711 산정호수 갔다왔쪄요 5 ^^* 2013/06/18 1,846
263710 말린 미역귀 사왔어요. 어찌 해먹죠? 6 해리 2013/06/18 12,465
263709 잘 버리는 지혜 공유해요... 2 버리는지혜 2013/06/18 1,111
263708 동대문구~ 이사 도와주세요 3 밑에지역에서.. 2013/06/18 857
263707 발톱무좀 완치하신분 계세요? 8 ... 2013/06/18 19,457
263706 요즘 화장실서 밥먹고 있어요.. 5 비오면 집에.. 2013/06/18 1,828
263705 구가의서..어제는 저도 많이 울었네요~ 18 ... 2013/06/18 2,542
263704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2 이것참 2013/06/18 540
263703 조그만 부자재 같은 걸 넣을 수 있는 서랍장 추천 좀 해주세요... 1 납작공주 2013/06/18 447
263702 고무장갑 빵꾸 때우기 정녕 방법이 없는걸까요? 7 고수님 2013/06/18 6,875
263701 임신 준비 중인데 항생제 괜찮나요? 10 2013/06/18 11,903
263700 3.15부정선거... ^^ 7 부정선거 2013/06/18 869
263699 일단 들어와봐봐... 1 여기 2013/06/18 393
263698 영어 공부를 다시 하고 싶은데 비법 있으신 분 공유 부탁드려요 늙은엄마 2013/06/18 1,354
263697 임신중인데 외조모상 당연히 가는거죠? 13 림지 2013/06/18 6,838
263696 자기야 백년손님 사위 보신분 ... 설정인지 몰라도 너무 어색하.. ... 2013/06/18 1,975
263695 대상포진 아시는 분 3 궁금이 2013/06/18 809
263694 제습기 18 빙그레 2013/06/18 2,701
263693 ct는 mri보다 정밀도가 많이 떨어지나요?? 3 병원 2013/06/18 1,344
263692 종가집,홍진경보다 저렴한 포기김치중 괜찮은 브랜드추천해주세요 1 .. 2013/06/18 947
263691 노약자석 글을 읽고...임산부용 마타니티 마크 6 일본정책 2013/06/18 977
263690 서글프네요 1 2013/06/18 552
263689 고정금리 3년 5년 뭘로 해야할런지요 대출변경 2013/06/18 791
263688 서울대총학 시국선언 13 조아조아 2013/06/18 2,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