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 남편 내려놓는 방법을 묻는 글에 문득 옛 생각이 나서
끄적여 보네요.
일년 365일 중 340일을 술 마시던 사람이 저희 남편이였어요.
술마시는 핑계도 다양하고 마시는 사람들도 다양했죠.
몇년을 싸우다가 어느해인가에 달력에 제가 기록을 하기 시작했어요.
매번 술마신다고 할때마다 누구랑 마시고 몇시에 귀가했는지...
하나 더 첨부해서 술값까지...
어느날 남편이 그 달력을 보던니 너 미쳤냐고 스토커 같다 무섭다 그러더라구요.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마시는 횟수를 조금 줄이더라구요
근데 줄여야 얼마나 줄여겠어요.
제가 방법을 바꿔서 술 마신다고 하면 사람들 델고 집으로 오라고 했어요.
첨에 안주를 제대로 못하니까 시켜서 주고 나중에는 요령이 생기니까
한두시간이면 한상 뚝딱하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한 이삼년을 하고 나니까 점점 남편이 술 마시는 횟수도 줄고
집에도 일찍 들어오더라구.
같이 마시는 사람들이 미안해서 저희집에 못 오겠다고 그러면서 남편한테
와이프한테 잘하라고 하면서 술자리에서 내쫓더래요.
남편 일찍 들오는 날은 애들까지 동원해서 현관문 앞에서 열렬히 환영해 주고
푸짐한 밥상에 맛난 디저트에 마무리로 시원한 안마까정 풀서비스 하면서
정말 갖은 애교를 다 떨었네요.
아마 지금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거에요.
그때 저희 부부를 잘아는 분이 저보고 속이 문드러져서 하나도 없으니까
저렇게 하지 하면서 저보고 미쳤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지금은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해서 안정이고 여유도 있고
세상에 둘도 없는 멋진 아빠에 남편으로 변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P.S
술 잔뜩 먹고 온 남편 미워 죽겠는데, 밉다고 하면 더 어긋나니까
웃으면서 해장국 챙겨 주면서 골탕 좀 먹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