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아들이 동생에게
나는 너를 때려도 돼. 형은 사춘기거든.
이리 말하는 겁니다.
제가 놀래서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잖아요. 저는 학교에서도 애들이 조그만 건드려도 바로 화내고 그래요.
사춘기를 무슨 싸움 특허권이라고 생각하는지 저리 말을 하네요.
문제는 오늘 아침 일어났습니다.
중간 과정을 다 적다가 너무도 창피해서 그냥 결론만 적을게요.
엄마인 제가 자기를 화나게 했다고 컵을 던졌고(툭 던졌고 두꺼워서 깨지지는 않았어요)
작은 상을 뒤집었어요. 상 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구요.
그래서 저도 화가 나서 아이를 몇대 때렸더니
아이도 저를 때리더군요. 아주 아팠습니다. 자기는 못 때리는 줄 아느냐면서요.
제가 기가 약한 사람이 아닌데 아이는 더 셉니다.
우리 둘의 관계가 좋았다가 나빴다가 합니다.
폭력 행사하는 남편과 아내의 관계 같다고 할까요.
둘이 서로 상처주는 말로 싸웠다가 화가 가라앉으면 서로 잘못했다고 하면서
화해를 합니다. 친밀할 때는 굉장히 친밀합니다.
아들과 나눈 이야기를 다른 사람한테 하면 아들 같지 않고 딸 같다고 하기도 합니다.
제가 두려운게 아이나 저나 폭력에 무뎌지는 거 같습니다.
아이가 저를 때린 게 두번째입니다.
아이를 제압한다고 제가 아이 양쪽 손목을 꽉 잡고 안 놔준 적이 있어요.
그때 아이 눈빛이 험악해졌어요.
그래서 제가 엄마도 때리겠구나, 때릴려면 때려봐... 했더니
발길질을 하더군요. 그때도 아프게 때렸습니다.
엄마를 때릴 수도 있구나 그 당시에 충격받았고
극한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또 저리 돼버렸습니다.
아이가 밥 먹을 때 티비든 동영상이든 만화책이든
밥만 그냥 먹지를 못합니다.
그냥 시간 정해놓고 먹자고 해도 하루 이틀뿐이고
항상 그것 때문에 아침에는 허둥지둥 댑니다. 세수도 안하고 이도 안닦고 학교를 가기도 합니다.
가방도 챙겨달라고 하면서 제가 안 챙겨주면 화를 냅니다. 그러다가 지각도 가끔 합니다.
저녁에는 숙제 같은 것도 못하게 될 정도로 오래 봅니다.
아이와 저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밥 먹을 때 만화 동영상을 보는 것 때문입니다.
부모님들과 식당에서 외식을 할 때도 동영상을 보려고 해서 못 보게 하면 인상 쓰고 있고
집에 먼저 간다는 식으로 얘기를 합니다. 남편은 기가 약한 사람이라서 남편도 애를 못 잡습니다.
어찌해야 하는지요.
며칠전 비슷한 상황의 사연에서 애를 경찰에 신고해야 된다고 했던 댓글들이 생각납니다.
저는 설마 그 정도일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제가 사태를 안일하게 보는 건가요?
저 자신한테도 문제가 있다는 거 압니다. 제 나름으로는 많이 뒤로 물러났고
화 내는 것도 줄였다고 생각하고
때리는 것도 초등 1, 2학년 이후로는 거의 안때렸는데
항상 옛날 얘기를 하면서 엄마가 우리한테 맨날 화내고 때려서
내가 이러는 거라고 얘기를 합니다.
어째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