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린이날 오니까... 과거 기억 떠오르네요 ㅎㅎ

래이 조회수 : 1,276
작성일 : 2013-05-05 17:54:15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는 가정에서 자랐는데... 처참하게 살았죠. 초등학생 얼굴에 하루가 멀다하고 멍에, 팔다리도 멍으로 처참...
하루는 제 생일 즈음에 아버지가 웬일로 다정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선, 뭐가 갖고 싶으냐고 묻는 거예요. 아버지가 이런 적이 없어서, 저는 떨리는 마음으로 인형이 갖고 싶다고... 우유를 먹이면 트름도 하고 눈을 깜박이는 아가같은 커다란 인형이 갖고 싶다고 했어요. 알겠다고 전화를 끊은 아버지가, 십분후에 전화를 해서는, 엄청 격앙된 목소리로 야이 개새끼야. 그런건 유치원생들이나 갖고 노는거야 개놈의 호로새끼야. 하고 연방 욕을 하더니 끊었어요... 저는 너무 무서워서 눈물만 흘렸고요. 아버지는 공무원이었고, 분노조절장애가 있었어요... 하루하루 공포에 떨며 살았죠. 오늘 하루는 맞을까 맞지 않을까 두려움에 젖어서 매일 아침 눈을 떴고요.

제 나이 이제 서른... 독신주의로 혼자 살아요.
명문대 나와서 공무원 하며 살지만, 부모는 잘 안 보고 삽니다. 특히 이런 어린이날 같은 날엔 아직도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와 심경이 복잡해요. 제 나이 어릴 적엔 기세등등 저를 쥐어패며 살았던 우리 부모, 공무원 월급에 재산 누리며 잘 살지만... 자식들 애정과 존경에 목 말라 삽니다. 영원히 채워지지 못할 갈증이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사랑하며 살기엔, 이미 너무 많은 나날들이 황폐하게 저물었으니까요.

아이들은 그 나이, 그 때 갖고 싶었던 뽀로로 풍선 하나, 인형 하나가 주는 어린 시절의 따스한 기억만으로도 평생의 삶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저는 스무살까지의 기억을 되돌려봐도 맞은 기억, 공포에 떨며 하루하루 연명하던 기억밖에 없어요. 오직 저 악한 사람들에게 꺾이지 않고 보란듯이 잘 살아가겠다 다짐하며 생의 의지를 불태웠죠... 그나마도 이것조차 없었다면 진작에 제 손으로 마감했을 저의 삶, 그리고 오늘... 가정의 달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부럽기도 하네요.

그 사람들도 딴엔 부모라고, 5월 8일엔 부모님을 보러 집으로 갑니다. 초등학교 이후로 어버이날 편지같은건 하나도 안 썼는데, 어버이날 부모 당신들을 사랑한다고 말한 적 한 번도 없는데,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는데... 올해도 이런저런 복잡한 심경을 품고,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카네이션 바구니 하나, 선물 하나, 그렇게 들고 찾아가렵니다...
오늘따라 유독 씁쓸한 맘에 길게 적어보았어요 ㅎㅎ..


IP : 223.62.xxx.19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13.5.5 5:58 PM (14.52.xxx.7)

    저도 어린시절 상처가 많아서 충분히 이해해요
    저는 결혼해서 아이가 셋이에요
    이 아이들한텐 진짜 큰소리 한번 안 내고 제가 생각한 이상적인 어린시절이 되게 해주려고 너무너무 노력하고 살아요
    어쩌면 나를 대입시켜 놓고 대리만족 중 일지도....
    원글님도 상처를 조금씩 지우며 행복하시기를 바래요

  • 2. 토닥토닥
    '13.5.5 6:00 PM (183.98.xxx.65)

    ...

    혼자서 반듯하게 자라시고 참 훌륭하시네요...

    그런데 어버이날 왜찾아가세요?

    그냥 초라하게 늙어죽으라고 내버려두겠어요 저같으면...

  • 3. 토닥토닥
    '13.5.5 8:48 PM (112.152.xxx.25)

    그런 어려운 역경에도 ㅈ열심히 공부하시히고 명문대까지..그리고 안정된 직장도 가지고 계시고요...자존감 충분히 느끼면서 사세요~부모는 나를 낳아준 혈육이지..사실 어떡해 보면 그이상도 아닙니다..물론 존경을 하며 살아가야 할 대상이지만...가끔은 이런 경우..특수한 경우에는 가슴이 앞아요...전 부모님을 존경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전 그렇게 스스로 잘 자라지 않았어요....그냥 저냥입니다..^^
    오히려 님이 더 부럽습니다..어릴때의 그늘이 평생갈수도 있지만 현재가 제일 중요한게 아닌가요>>>?
    오히려 원글님의 대쪽같음이 부럽습니다...맘 앞아하지 마시고요...앞만 보고 달리시길 바랍니다.....

  • 4. ..
    '13.5.5 10:24 PM (110.70.xxx.182)

    옆에 계시면 안아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정말 장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95439 82의 영원한 테마.. 미인,명품,색기,성형,강남,샤넬,백화점 41 ㅎㅎ 2013/09/05 6,693
295438 명절선물 과일중에 어느거 받았으면 생각되시나요? 22 추석 2013/09/05 3,048
295437 왜 자꾸 맡기실려는건지 8 우리 2013/09/05 3,365
295436 스팸으로 청첩장 오는거...점점 심해지네요 ... 2013/09/05 1,253
295435 마녀사냥이 시작됐군! 2 아마미마인 2013/09/05 1,711
295434 8월달부터 지금까지 경조사비만 70만원 나갔어요 .. 2 ..... 2013/09/05 1,470
295433 배란테스트기 질문이요 2 가을 2013/09/05 1,211
295432 질긴 스테이크 고기요 2 나름 급해요.. 2013/09/05 2,427
295431 흰머리..ㅠ 16 갱스브르 2013/09/05 3,607
295430 여행사패키지에서 전일 쇼핑센터 일정이 있는데.......... 23 .... 2013/09/05 3,035
295429 여동생이 유방암1기래요. 17 걱정이많아요.. 2013/09/05 7,211
295428 (급질)전세를 월세로 계산시 3 스맘 2013/09/05 2,344
295427 이탈리아어로 매일이 왔는데요 2 옴니 2013/09/05 1,264
295426 종합학원괸 단과학원중..어디가 괜찮을까요? 도와주세요 2013/09/05 1,338
295425 시댁 명절비 고민 28 마우코 2013/09/05 4,630
295424 서울시, 지방채 2000억 발행해 ‘무상보육 대란’ 막는다 2 샬랄라 2013/09/05 1,116
295423 csi뉴욕에서 스텔라 1 hide 2013/09/05 1,918
295422 신반포(한신) 2차 재건축은 언제쯤 될까요? 2 .... 2013/09/05 5,231
295421 청소고수님들 창문은 어떻게 닦으세요? 1 사랑이야 2013/09/05 1,587
295420 강북구에 전용 축구장이 생길까요?? garitz.. 2013/09/05 725
295419 캠핑 고기 얼마나 필요할까요 4 고민중 2013/09/05 2,028
295418 하루에 한봉지씩 먹는 견과류요.. 어디께 안눅눅한가요? 4 견과류 2013/09/05 3,398
295417 고도비만자 식단 올리겠다는 사람입니다 21 다이어터 2013/09/05 4,494
295416 강촌 레일바이크 코스선택 도와주세요. 4 ** 2013/09/05 4,545
295415 독일 대통령, 프랑스서 나치 학살 반성…일본과 극과 극 세우실 2013/09/05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