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린이날 오니까... 과거 기억 떠오르네요 ㅎㅎ

래이 조회수 : 1,226
작성일 : 2013-05-05 17:54:15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는 가정에서 자랐는데... 처참하게 살았죠. 초등학생 얼굴에 하루가 멀다하고 멍에, 팔다리도 멍으로 처참...
하루는 제 생일 즈음에 아버지가 웬일로 다정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선, 뭐가 갖고 싶으냐고 묻는 거예요. 아버지가 이런 적이 없어서, 저는 떨리는 마음으로 인형이 갖고 싶다고... 우유를 먹이면 트름도 하고 눈을 깜박이는 아가같은 커다란 인형이 갖고 싶다고 했어요. 알겠다고 전화를 끊은 아버지가, 십분후에 전화를 해서는, 엄청 격앙된 목소리로 야이 개새끼야. 그런건 유치원생들이나 갖고 노는거야 개놈의 호로새끼야. 하고 연방 욕을 하더니 끊었어요... 저는 너무 무서워서 눈물만 흘렸고요. 아버지는 공무원이었고, 분노조절장애가 있었어요... 하루하루 공포에 떨며 살았죠. 오늘 하루는 맞을까 맞지 않을까 두려움에 젖어서 매일 아침 눈을 떴고요.

제 나이 이제 서른... 독신주의로 혼자 살아요.
명문대 나와서 공무원 하며 살지만, 부모는 잘 안 보고 삽니다. 특히 이런 어린이날 같은 날엔 아직도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와 심경이 복잡해요. 제 나이 어릴 적엔 기세등등 저를 쥐어패며 살았던 우리 부모, 공무원 월급에 재산 누리며 잘 살지만... 자식들 애정과 존경에 목 말라 삽니다. 영원히 채워지지 못할 갈증이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사랑하며 살기엔, 이미 너무 많은 나날들이 황폐하게 저물었으니까요.

아이들은 그 나이, 그 때 갖고 싶었던 뽀로로 풍선 하나, 인형 하나가 주는 어린 시절의 따스한 기억만으로도 평생의 삶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저는 스무살까지의 기억을 되돌려봐도 맞은 기억, 공포에 떨며 하루하루 연명하던 기억밖에 없어요. 오직 저 악한 사람들에게 꺾이지 않고 보란듯이 잘 살아가겠다 다짐하며 생의 의지를 불태웠죠... 그나마도 이것조차 없었다면 진작에 제 손으로 마감했을 저의 삶, 그리고 오늘... 가정의 달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부럽기도 하네요.

그 사람들도 딴엔 부모라고, 5월 8일엔 부모님을 보러 집으로 갑니다. 초등학교 이후로 어버이날 편지같은건 하나도 안 썼는데, 어버이날 부모 당신들을 사랑한다고 말한 적 한 번도 없는데,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는데... 올해도 이런저런 복잡한 심경을 품고,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카네이션 바구니 하나, 선물 하나, 그렇게 들고 찾아가렵니다...
오늘따라 유독 씁쓸한 맘에 길게 적어보았어요 ㅎㅎ..


IP : 223.62.xxx.19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13.5.5 5:58 PM (14.52.xxx.7)

    저도 어린시절 상처가 많아서 충분히 이해해요
    저는 결혼해서 아이가 셋이에요
    이 아이들한텐 진짜 큰소리 한번 안 내고 제가 생각한 이상적인 어린시절이 되게 해주려고 너무너무 노력하고 살아요
    어쩌면 나를 대입시켜 놓고 대리만족 중 일지도....
    원글님도 상처를 조금씩 지우며 행복하시기를 바래요

  • 2. 토닥토닥
    '13.5.5 6:00 PM (183.98.xxx.65)

    ...

    혼자서 반듯하게 자라시고 참 훌륭하시네요...

    그런데 어버이날 왜찾아가세요?

    그냥 초라하게 늙어죽으라고 내버려두겠어요 저같으면...

  • 3. 토닥토닥
    '13.5.5 8:48 PM (112.152.xxx.25)

    그런 어려운 역경에도 ㅈ열심히 공부하시히고 명문대까지..그리고 안정된 직장도 가지고 계시고요...자존감 충분히 느끼면서 사세요~부모는 나를 낳아준 혈육이지..사실 어떡해 보면 그이상도 아닙니다..물론 존경을 하며 살아가야 할 대상이지만...가끔은 이런 경우..특수한 경우에는 가슴이 앞아요...전 부모님을 존경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전 그렇게 스스로 잘 자라지 않았어요....그냥 저냥입니다..^^
    오히려 님이 더 부럽습니다..어릴때의 그늘이 평생갈수도 있지만 현재가 제일 중요한게 아닌가요>>>?
    오히려 원글님의 대쪽같음이 부럽습니다...맘 앞아하지 마시고요...앞만 보고 달리시길 바랍니다.....

  • 4. ..
    '13.5.5 10:24 PM (110.70.xxx.182)

    옆에 계시면 안아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정말 장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49439 간겅사 ㅠㅠ 2013/05/06 510
249438 낸시랭 "영국왕실 초청 거지여왕 퍼포먼스" 끝.. 14 호박덩쿨 2013/05/06 3,332
249437 30대아줌마 하루 신나게 놀수있는 클럽?^^;; 2 클럽 2013/05/06 2,004
249436 티내야 산다 얼마전 베스트글 사장한테 따진 글 생각 1 2013/05/06 963
249435 죽음후에도 삶은 있는가? 1 암으로 죽을.. 2013/05/06 1,344
249434 4단으로 된 이케아 철제선반(국민선반이라고;;) 사용하시는 분?.. 13 아기엄마 2013/05/06 16,060
249433 참기름 맛있는 곳 추천 부탁드려요 2 참기름 2013/05/06 1,079
249432 글루텐 없는 쌀빵은 없는거겠죠? 6 .... 2013/05/06 7,476
249431 요가다니시는분들... 주 몇회 하세요? 6 궁금 2013/05/06 4,464
249430 여행박람회 다녀오려구요~~! 공기와물 2013/05/06 495
249429 나이 40 일자리 찾기 너무 힘드네요. 저 왜이리 복이 없나요 6 . 2013/05/06 4,253
249428 김밥용 달걀지단 부치는데 적합한 사각 프라이팬 크기? 2 지단 2013/05/06 2,164
249427 처음으로 채소를 길러보고픈데요 2 dma 2013/05/06 562
249426 아이폰4 쓰고 있는데요.. 아이폰5로 기계값 없이 바꿔준대요. 8 어리버리 2013/05/06 2,249
249425 치과추천글, 찾을 수가 없네요 도와주세요 4 초보맘 2013/05/06 1,194
249424 판교 깡통아파트 전세 ㅠㅠ 37 미우차차 2013/05/06 17,716
249423 미국 어학연수 비용은 최저 얼마나 들까요? 9 6개월 2013/05/06 2,333
249422 일본에서 살 수 있는 얼룩 빼는 세제 알려주세요 1 ... 2013/05/06 642
249421 커피전문점 매매 업체 좀 알려 주세요 커피 전문점.. 2013/05/06 917
249420 펌)기성용선수 엄마 인터뷰했네요 1 ,,, 2013/05/06 3,209
249419 'SNL' CP ”변희재 전쟁선포? 방송으로 답하겠다” 6 세우실 2013/05/06 1,249
249418 배드민턴 레슨 받는거 시작하려구요. 2 2013/05/06 1,419
249417 삼페인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 11 ... 2013/05/06 1,419
249416 고등내신때문에 2차 인문계가는것 어떨까요 4 조언부탁드러.. 2013/05/06 1,668
249415 누구나 쉽게 성공하는 방법 15 식물인간만 .. 2013/05/06 4,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