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어머니 참 좋으신 분인 건 맞는데 생일상 차리는 데 굉장히 힘을 쏟고 연연해 하세요.
시댁이 시골이라 사고방식이 더 그럴 수도 있지만
친정 식구들은 부모님 생신이면 밖에서 외식하고 부모님 댁에 가서 차랑 과일 먹고 헤어지거든요.
반면, 시댁은
항상 아침을 생일상으로 거하게 차려야 한답니다.
그러니 며느리들은 전날 가서 재료 준비 다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잡채 무치고 미역국 끓이고
고기 굽고 생선 지지고 무쌈말이 만들고 손 한 번 안가더라도 갖은 마른 반찬을 있는 대로 다 꺼내서
상다리가 부러지게 밥공기 놓을 자리가 없게 만들어야 시어머님이 좋아하세요.
드디어 얼마 전에 아버님 팔순이었는데
이건 큰 잔치니까 밖에서 식당을 잡고 하기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침상을 저런 식으로 차려서 9시에 먹고 12시에 또 식당을 가는 겁니다.
저희는 당연히 식당에서 만날 줄 알았죠.
꺼지지도 않은 배로 가서 그 식당 밥이 얼마나 맛있게 먹어졌을까요?
오신 손님들은 맜엤게 드셨지만 시댁에서 직행한 우리 식구들은 전부 다 먹는 둥 마는 둥 그렇게 됐네요..
그냥 자식들이 알아서 차려주는 대로 못이기는 척 드시는 게 미덕 아닌가요?
왜 저렇게 보란 듯이 떠억 하니 차리는 걸 좋아할까요?
이제 우리 집 식구들은 당분간 저의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 생일상 구경하긴 힘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