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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글) 시어머니의 마음은 다 이런가요..

,,,,,,,, 조회수 : 2,829
작성일 : 2013-05-03 16:29:15

스페인 여행에서 겪은 희한한 경험

 

 


Francisco Tarrega / Recuerdos De La Alhambra


 

<해질녘의 알함브라 궁전>
빌 클린턴 美 전 대통령이 이 언덕에 올라 알함브라 궁전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감탄을 했다고 합니다.
딱 시간을 알맞게 맞춰 가야 위와같은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알함브라 궁전을 지는 해가 비취고 있습니다.  

 
희한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2년 전 7월 우리  다섯 식구는 스페인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스페인 세비야(세르비야)에서 작은 딸 지경의 결혼식 참석차였습니다.
남편과 나와 큰 딸은  전해에도 스페인 신랑감과 그의 부모를 보기 위해 잠시 런던과 스페인을다녀왔지만, 직장에 나가는 아들부부는 스페인 여행이 처음이었습니다. 
새사위 프랜은 어찌나 젊잖아서 그 전 해는 작은 아이와 연애를 할 땐데도 부모인 우리 앞에서 거의 애정표시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저희들 둘이 있을때야 그럴리야 없겠지요. 겉으로는 아주 의연했습니다.
어릴 때 부터 카톨릭학교를 다녀서인지 행동이 반듯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결혼식을 하고는 적당한 애정표현이 부모인 우리에겐 자연스럽고 참 예뻐보였습니다.
서로 허리를 감싸고 걷는다든지...
 
 
그 전 해 10월에 결혼식을 올린 아들부부도 신혼입니다. 
그러나 결혼식을 하고 바로 아들부부는 따로 살림을 했기 때문에 집에 주말로 가끔 오거나,  명절 때는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기는해도  옆에서 늘 가까이 지낼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여행을 하면서 희한한 경험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렇게 젊잖던 아들부부도 동생부부의 다정스런 행동이 참 좋아보였든지 아니면 외국이라서인지 서울에서는 안 하던 애정표현을 가끔 하였는데  여전히 예뻐보이긴 하나 이상하게도 딸 부부보다 조금 덜 예뻐보였습니다.
뿐만아니라 부모인 우리와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허리를 감쌌던 아들과 며느리는 슬쩍 손이 풀리곤 했습니다.
그걸 보니 아들부부가 조금 짠해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시부모라 눈치를 보는구나.'
그래서 나도모르게 못본 척하려고 하니 행동이 아무래도 자연스러워지질 않으면서 마음이 조금 뜨악해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얘, 너희도 쟤들처럼 어깨동무하니 보기좋다, 얘" 이런 소리가 선뜻 나오질 않았습니다.
아마도 시부모인 나의 눈길이, 딸과 사위에게 가는 눈빛과 아들부부에게 가는 눈빛의 사랑의 양이 틀림없이  차이가 있었을까요? 
남편의 느낌은  어떤가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여보, 왜 그럴까,  왜 아들부부가 딸 부부보다 조금 덜 예뻐보이지? "
큰 소리로 남편이 웃더니 
"난 별로 모르겠는데?"
"참 당신 순진하네. 여태 그걸 생각 못했어?"
맹세코 나는 처음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이 극히 나의  생각이 정상적이라는 것입니다.
모르긴해도 아마 대개의 사람들은 마음이 다 비슷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싱크대 앞에서 아들과 사위가 똑 같이 설겆이를 할 때 누가 더 보기 좋은가 하는 문제와 결국 같은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며느리는 아무래도 동성(同性)이니 아들을 빼앗아간 약탈자로 보이고, 사위는 우선 이성(異性)간이니 그런 마음이 부드러울 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들은 유전자를 퍼뜨린다는 절박함이 부모를 생각하는 효심(孝心)을 앞지르며 그 행동은 거의 본능에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보기엔 거의 섭리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感情)의 문제라 영원한 미스테리일 수 밖에 없으며 
이론적으로 풀릴일이라면,  옛날에 이미 고부간의 문제가 풀렸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들부부는 요즘 보기드문 효자효부입니다.
거의 매일 밤 시부모인 우리에게 별일이 없으면 꼭 문안 전화를 합니다. 
그 날의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는 아이들입니다.
그런데도 왜 딸과 꼭 같이 보이지 않을까요?
 
혹시 나의 마음에 악마가 들어있진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자는 딸이었다가 며느리가 되고 시어머니가 됩니다.
이상한 것은 그 때 그때 입장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딸일 때는 딸 입장이었다가 며느리 때는 켤코 시어머니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되면 그 며느리는 며느리 때의 시절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누에고치의 번데기가 나비가 되듯 전형적인 시어머니가 되고 맙니다.  꼭 같은 한사람인데도 말이지요.
 
오늘 저녁 칼국수를 먹으면서  아들생각이 났습니다.
유달리 엄마가 해 주는 담백한 칼국수를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훈이가 칼국수를 참 좋아하는데...'  혼자말처럼 했더니 옆에서 남편이
"고만 훈이생각은 접으시게. 그 아이는 유전자 물려주기가  더 급한 아일세..."
 
마침 그 때 회사에서 막 퇴근하는 길이라며 아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안 그래도 칼국수를 먹으며 네 생각을  했다, 지금..."
"회사에서 식사를 하고 오는길이예요."
"아버지가 네 생각 이제 고만 접으시라네? 우리생각보다 훈이는 유전자 물려주기가 더 급한아이라네?
" 음~~ 아버지는 역시 이해심 100단이시네?"
그러려니 하면서도 극히 아버지에게  동조하는 눈치 100단인 아들의 헛기침 소리에 가슴엔 서늘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IP : 98.212.xxx.182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5.3 4:34 PM (98.212.xxx.182)

    어느 블로그에서 본 글인데 결혼 2년차인 제가 보면서 끄덕이게 되고.. 한편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 그냥 이게 인간 본성의 하나구나 싶어지네요. 다들 마음이 이러신걸까요? 저 블로그 가보니 워낙 저런 글이 많더라고요. 글도 잘 쓰시고 교육자 셨던 분인 것 같던덷도요. 여러개의 솔직한 글을 보며 저희 시어머님을 이해해보려 하고 있어요. 이해라기보단 인정 혹은 포기에 가깝겠죠.

  • 2. 그저 이기적인 것일뿐
    '13.5.3 4:52 PM (147.6.xxx.21)

    내 아들 내 품에 꼭 끼고 살고 싶은 이기심의 발로 아닌가요...

    저런 생각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싫고 징그럽습니다.
    며느리였다가 시어머니 되면 입장이 싹 바뀐다?
    저 무슨 극도의 자기합리화와 궁색한 변명인가요...

    구구절절이 배운척 양심있는 척 고운척 글은 써놨지만
    결국은 내아들 끼고 살고 싶고 내 아들 뺏어간 며느리는 꼴보기 싫다.
    지극히 본능과 이기심에 쩌는 글 아닌가요.

  • 3. 루비
    '13.5.3 4:56 PM (112.152.xxx.82)

    저정도 시댁이면 업고 다녀요~
    며느리 재수없다는 시아버지모시고 주말 여행가는데
    몸종으로 가는거라‥정말 엎어버리고 싶어요‥

  • 4. 복단이
    '13.5.3 4:58 PM (112.163.xxx.151)

    저도 시어머니가 못 되어 봐서 그런지 이 글 굉장히 불편하네요.
    유전자 어쩌고 효심 어쩌고도 딸 부부와 아들 부부가 달리 보이는 것에 대한 답은 못 되는데 말이죠.
    딸이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에게 딸의 유전자는 하나도 없고 사위 유전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딸이건 아들이건 사위건 며느리건 애 낳으면 유전자는 공평하게 가는 건데...

    다 떠나서 딸부부 애정표현은 이뻐보이는데, 아들부부 애정표현은 별로 안 이뻐보이는 시어머니가 정말 있나요? 글쓴이 케이스가 드문 케이스일 것 같은데...

  • 5. 이해가죠
    '13.5.3 5:03 PM (220.149.xxx.65)

    살아보면, 경험해보면, 애키워보면 뭐 이런 말들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 중에 한명이지만요

    자기가 처하는 입장마다 생각이 달라지는 것은 맞는 얘기에요

    그리고 시어미니, 시누이, 시짜 얘기에 부들부들 떠는 사람들
    자기가 그 시짜의 위치가 됐을 때 더 난리치는 거 여러번 봤습니다

    결국, 여기서 시짜 성토하는 며느님들.. 나중에 그런 시어머니 되실 확률 높아요

    그러니 너무 부들부들 떨지들 마시길
    여자들 게시판 오래 보면서 느낀 점은, 고부갈등이 꼭, 시짜들 문제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시야가 넓어질테고
    그런 사람들과 사돈도 되고 싶고,
    그런 사람들과 내 아이들이 결혼도 했으면 좋겠어요

  • 6. 윗님
    '13.5.3 5:10 PM (180.65.xxx.29)

    말이 맞는듯 제주위도 시짜라면 부르르 하면서 올케가 자기 친정에 못한다고 욕하는 사람 많아요

  • 7. 남자들 바람 피우는데
    '13.5.3 5:18 PM (125.176.xxx.188)

    본능으로 합리화하는것과 같은듯.
    본능보다는...살아온 환경과 사회적인 문제가 아닌가요.
    다른나라는 사위와 장모가 안좋은 나라도 있잖아요.
    그냥 환경에 길들여진 것도 반이상은 될듯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좀더 나은 생각을 하는것 "... 이상향일 뿐일까요 ㅠㅠ

  • 8. 이정도면 괜찮은데..
    '13.5.3 6:19 PM (123.98.xxx.226) - 삭제된댓글

    본능이 그런걸..인정하고 잘못된것도 아는데..이정도만 되면 시부모님 참 존경하고 살랍니다
    대놓고 며느리는 내 아들 뺏어간 도둑년 취급하고 그걸 당연시 하는 시댁을 가진 며느리 입장에서는
    부러울 따름이네요..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답니까 잘못된거 안하려고 노력하고 인정하려고 애쓰면 된거죠
    저 며느리도 저렇게 잘할땐 괜찮은 시부모님이기 때문일테구요..
    무조건 욕하는 사람들 본인은 완벽한지 생각해보시길...

  • 9. 이해 가요
    '13.5.3 10:54 PM (110.15.xxx.166)

    하다못해 저는 제 친정에 제부들이 여동생들하고 자주 오면 좋아 보여도
    남동생이 자기 처가 자주 들락거리는 건 왜인지 얄밉더라구요.
    저 굉장히 경우 있는 시누라고 자처하고 무슨 일만 나면 올케 편드느라 정신 없는데
    (친정식구들이 다 저더러 너는 왜 맨날 올케 편만 드냐고 원망할 정도)
    그래도 마음 속 깊이 그런 느낌 드는 건 부정할 수 없어요.
    나도 어쩔 수 없는 시자구나,
    실소하면서 겉으로 그런 마음이 드러나지 않게 조심하고 올케 잘 대하면서 사는 거죠.
    시어머니가 저런 마음 갖는 것 자체는 그냥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
    어찌 딸하고 며느리가 같을까요. 어찌 아들하고 사위가 같을까요.
    자식 낳아 키워본 분들이면 다르다는 게 너무 당연히 느껴지지 않을까요?
    다만 그런 마음을 인식하고, 조심하고, 사위든 며느리든 인간적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려고 애쓰면 되는 거죠.
    저 글 쓰신 저 분은 그렇게 노력하면서 사실 것 같은데요.

  • 10. 저정도
    '13.5.4 6:21 PM (211.187.xxx.53)

    성찰을 할수 있는 시어머니라면 대단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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