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에서 겪은 희한한 경험
Francisco Tarrega / Recuerdos De La Alhambra
<해질녘의 알함브라 궁전>
빌 클린턴 美 전 대통령이 이 언덕에 올라 알함브라 궁전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감탄을 했다고 합니다.
딱 시간을 알맞게 맞춰 가야 위와같은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알함브라 궁전을 지는 해가 비취고 있습니다.
희한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2년 전 7월 우리 다섯 식구는 스페인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스페인 세비야(세르비야)에서 작은 딸 지경의 결혼식 참석차였습니다.
남편과 나와 큰 딸은 전해에도 스페인 신랑감과 그의 부모를 보기 위해 잠시 런던과 스페인을다녀왔지만, 직장에 나가는 아들부부는 스페인 여행이 처음이었습니다.
새사위 프랜은 어찌나 젊잖아서 그 전 해는 작은 아이와 연애를 할 땐데도 부모인 우리 앞에서 거의 애정표시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저희들 둘이 있을때야 그럴리야 없겠지요. 겉으로는 아주 의연했습니다.
어릴 때 부터 카톨릭학교를 다녀서인지 행동이 반듯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결혼식을 하고는 적당한 애정표현이 부모인 우리에겐 자연스럽고 참 예뻐보였습니다.
서로 허리를 감싸고 걷는다든지...
그 전 해 10월에 결혼식을 올린 아들부부도 신혼입니다.
그러나 결혼식을 하고 바로 아들부부는 따로 살림을 했기 때문에 집에 주말로 가끔 오거나, 명절 때는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기는해도 옆에서 늘 가까이 지낼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여행을 하면서 희한한 경험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렇게 젊잖던 아들부부도 동생부부의 다정스런 행동이 참 좋아보였든지 아니면 외국이라서인지 서울에서는 안 하던 애정표현을 가끔 하였는데 여전히 예뻐보이긴 하나 이상하게도 딸 부부보다 조금 덜 예뻐보였습니다.
뿐만아니라 부모인 우리와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허리를 감쌌던 아들과 며느리는 슬쩍 손이 풀리곤 했습니다.
그걸 보니 아들부부가 조금 짠해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시부모라 눈치를 보는구나.'
그래서 나도모르게 못본 척하려고 하니 행동이 아무래도 자연스러워지질 않으면서 마음이 조금 뜨악해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얘, 너희도 쟤들처럼 어깨동무하니 보기좋다, 얘" 이런 소리가 선뜻 나오질 않았습니다.
아마도 시부모인 나의 눈길이, 딸과 사위에게 가는 눈빛과 아들부부에게 가는 눈빛의 사랑의 양이 틀림없이 차이가 있었을까요?
남편의 느낌은 어떤가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여보, 왜 그럴까, 왜 아들부부가 딸 부부보다 조금 덜 예뻐보이지? "
큰 소리로 남편이 웃더니
"난 별로 모르겠는데?"
"참 당신 순진하네. 여태 그걸 생각 못했어?"
맹세코 나는 처음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이 극히 나의 생각이 정상적이라는 것입니다.
모르긴해도 아마 대개의 사람들은 마음이 다 비슷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싱크대 앞에서 아들과 사위가 똑 같이 설겆이를 할 때 누가 더 보기 좋은가 하는 문제와 결국 같은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며느리는 아무래도 동성(同性)이니 아들을 빼앗아간 약탈자로 보이고, 사위는 우선 이성(異性)간이니 그런 마음이 부드러울 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들은 유전자를 퍼뜨린다는 절박함이 부모를 생각하는 효심(孝心)을 앞지르며 그 행동은 거의 본능에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보기엔 거의 섭리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感情)의 문제라 영원한 미스테리일 수 밖에 없으며
이론적으로 풀릴일이라면, 옛날에 이미 고부간의 문제가 풀렸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들부부는 요즘 보기드문 효자효부입니다.
거의 매일 밤 시부모인 우리에게 별일이 없으면 꼭 문안 전화를 합니다.
그 날의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는 아이들입니다.
그런데도 왜 딸과 꼭 같이 보이지 않을까요?
혹시 나의 마음에 악마가 들어있진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자는 딸이었다가 며느리가 되고 시어머니가 됩니다.
이상한 것은 그 때 그때 입장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딸일 때는 딸 입장이었다가 며느리 때는 켤코 시어머니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되면 그 며느리는 며느리 때의 시절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누에고치의 번데기가 나비가 되듯 전형적인 시어머니가 되고 맙니다. 꼭 같은 한사람인데도 말이지요.
오늘 저녁 칼국수를 먹으면서 아들생각이 났습니다.
유달리 엄마가 해 주는 담백한 칼국수를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훈이가 칼국수를 참 좋아하는데...' 혼자말처럼 했더니 옆에서 남편이
"고만 훈이생각은 접으시게. 그 아이는 유전자 물려주기가 더 급한 아일세..."
마침 그 때 회사에서 막 퇴근하는 길이라며 아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안 그래도 칼국수를 먹으며 네 생각을 했다, 지금..."
"회사에서 식사를 하고 오는길이예요."
"아버지가 네 생각 이제 고만 접으시라네? 우리생각보다 훈이는 유전자 물려주기가 더 급한아이라네?
" 음~~ 아버지는 역시 이해심 100단이시네?"
그러려니 하면서도 극히 아버지에게 동조하는 눈치 100단인 아들의 헛기침 소리에 가슴엔 서늘한 바람이 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