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은 중2 여자 담임샘.
당시 우리집은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이 교육에 전혀 관심없고
아빠는 엄마랑 매일 싸우고 게다가 엄마는 많이 편찮으셨죠.
항상 아파 누워만 있고 아침에 학교갈 때 그 이부자리가 하교후에도 그 상태..인 날이 많았구요.
중1때도 나이많은 여자담임샘이었는데 차별이 참 심했어요.
그 전 초등 6년 시절도 대부분 그렇게 차별받고 다녔죠.
그러다가 중2가 되었는데
나이가 우리 엄마또래의 샘이였는데 가정방문을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정말 우리집을 찾아오신거에요.
너무 놀라서 예의범절도 제대로 모르는 내가 어떻게 반겼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어버버버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엄마를 만나러 방으로 들어오셨어요.
당시 엄마는 몸이 아파서 누워계시다가 샘을 맞으신거죠.
우리 엄마가 샘한테도 너무 성의 없었어요.
그런데 담임샘이 적당히 가시면 될것을 커다란 수첩을 꺼내시더니
제 1학년때의 성적향상을 우리 엄마한테 막 칭찬을 하시는겁니다.
제가 1학년 첫시험에 반에서 50등 정도였다가 막판에 15등전후까지 올라갔거든요.
그런데 우리엄마 반응은 내몸 아프고 난 교육에 관심도 없고...한마디로 당신이 지금 온 것 자체가 귀찮다..
뭐 이런 반응이었죠.
제가 옆에 있는데 너무 부끄럽더라구요.
그렇게 샘이 나가시는데 우리엄마 나와보지도 않으시고...
그렇게 샘이 가신후 다음날 부터
안그래도 기죽어 학교생활하던 내가..더 기죽었던것 같아요.
그런데 그 선생님..가정샘이었는데
수업시간때 유달리 제 눈을 많이 맞춰 주시고 심지어는 졸았던 적이 있는데
내가 졸은 모습가지고 유머스럽게 말씀하셔서 애들앞에 날 스타처럼 만들어 주시고
아무튼 시도때도 없이 제 기를 살려주려고 무지 노력해주셨어요.
덕분에 2학년 중반이 되어가면서 좋은 친구들 사귀기 시작하고 친구들이랑 편지도 주고 받고
여학생다운 여학생의 삶을 처음으로 누린것 같아요.
그 후 저는 공부에 더욱 흥미를 붙이다가 중3시절에는 반에서 2~3등까지 했어요,
고 1까지 잘했다가 고2때 사춘기 심하게 왔고 ( 그 당시는 사춘기인지도 몰랐어요. 그냥 책상에 앉기만 하면
뭔가 두렵고 나는 무슨 과를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그냥 그 생각만 계속 들고.책상에 앉아서 볼펜만 들고만 있다가 가방싸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허다했죠..)
고3때까지 이 상태로 가다가 그래도 괜찮은 대학 괜찮은 학과 졸업해서 졸업후 곧장 취업하고 결혼해서 그럭저럭
살고 있는데
제 인생의 대혁명은 그 중2샘이셨던것 같아요.
시시때때로 날 기특하게 바라봐주던 그 눈빛...그게 출발이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