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 친정엄마

5월로 가자 조회수 : 1,460
작성일 : 2013-04-29 19:52:16

가만보면, 저는 우리 친정엄마를 잘 이해해주지 못했나봐요.

딸만 넷을 둔 엄마는, 그중 둘째인 제게 제일 히스테릭하고 노여움을 잘 표현하고, 마치 핑퐁과도 같은 주고받기식의 대화가 잘 연결되질 않아요.

하지만 제 바로밑의 두살터울 여동생한테는 엄마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는 모습이 마치도 봄밤, 벚꽃나무그늘아래 서보면 금방이라도 그 꽃망울 하나하나가 폭죽이라도 터뜨릴것처럼 조마조마하게 터질듯말듯 부풀어오르는 모습, 올려다본적 있으시죠? 그런 설레는 감정과 즐거워하는 감정이 옆에 앉은 제게도 전해져요.

마치 동생이 오기전에는 커튼이 열리기전의 무대처럼 저와의 대화가 그냥 잔잔한데, 동생이 갑자기 오면 손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동생의 팔을 건드려가면서 중간중간 추임새도 넣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에 잠깐의 파도가 일어요.

 

그모습을 보면서 저는 일말의 소외감도 느껴요.

왜냐면, 저도 엄마의 뱃속에서 나온 딸이니까요.

생각해보면, 어릴때부터 저는 유독 엄마아빠한테 구박을 많이 당해왔어요.

그리고 외모도...

안타깝게 귀여운 러블리한 모습은 전혀 없었고 알콜중독자인 아빠도 제게 머리에 두부만 들었다고 삿대질을 하면서 누가 집에 오든말든 가족들앞에서도 그렇게 많이 구박을 했었거든요.

그럼 손님들은 목구멍이 찢어지게 웃어대다가 갑니다.

그런 모습을 많이 봐온 가족들은 무기력하게 피곤한 눈을 어둠침침한 전구불아래 뜨는둥 마는둥하면서 관심이 없고요.

그래서 저는 직장생활도 일부러 먼곳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살았어요.

고3여름방학에 실습을 나가잖아요. 그때부터가 제 직장생활이 시작되었어요.

똑같은 제복의 사람들이 사무실에 앉아 전화를 받고, 문서를 작성하고, 저도 그런일을 하면서 혹여나 누가 나보고 머리에 두부가 들었다고 하진않을까 하고 먼저 주변사람들을 살펴봤어요.

물론 그런사람들이 없더라구요. 혹여나 나중에 파란 잉크가 묻어나오는 스템프로 날짜를 찍을때 가끔 찌그러져 찍힐때에도 부장님은 다정하게 책망을 하실뿐 허허 하고 웃으며 지나가주셨어요.

그 너그러움에 더 놀랐던것 같아요.

기숙사로 돌아오면, 세명이 쓰는 한평도 채안되는 방에 이층침대가 두개 놓여있고 한쪽벽에는 담쟁이덩굴이 보이는 낡은 나무창틀이 보여요. 그 육중한 창문을 열고 뒤뜰을 보면 아직 채 걷지않은 빨래들이 한가하게 펄럭이고 초승달이 한조각 걸려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 저녁이라는게 이리도 조용할수 있구나.. 하고 혼자 가슴떨었던 스무살이전의 나.

그곳에서 5년을 있었는데 아빠는 그 돈을 다 쓰고 가셨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암이 전이되어 손도 못쓰고 스스로 끊어지지않는 그 목숨을 애써  끊고 갔어요.

그때 화장터에서 돌아오던 그 여름날, 우리가족들은 눈물한방울 나오지도 않더라구요.

알콜중독으로 살아온 아빠, 그리고 머리에 두부만 들었다고 어릴때부터 삿대질을 하면서 동생하고 가방을 서로 바꾼것으로도 화가 나 파리채를 휘두르면서 쫒아낸 아빠, 운동화밑창이 다 떨어져서 위,아래가 따로 놀아도 사주지도 않아 체육시간마다 헐떡대는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를 해야했던 12살,

나의 뿌리깊은 열등감에는 분명 아빠가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그런 가족이다보니, 우리는 서로의 아픔이 단지 내 아픔이 아니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가족들이었어요.

엄마는, 아빠가 가고난뒤 임파선암을 얻었고 한쪽 고막도 날아간 상태며, 고혈압,고지혈증, 심장협심증,관절염등등의 질환들을 다 진단받았죠.

그런 엄마를 보면서 딸로써 마음아파하는것말고 더 해줄수 있는 건 없었어요. 다만 일기장에도 써놓았듯이 한때는 술주정꾼인 남편을 만나 아들도 둘이나 얻어보았지만 초기유산도 당해보고 경매로 쫒겨나보기도 했고 식당을 운영했던 경력도 있지만 현재는 한쪽 고막이 날아간상태에서 눈도 노안이 와서 잘 안보이는 상태및 암으로 인한 여러 합병증이 있는 경력을 가졌다고 썼죠.

그런데 엄마의 외모를 가장많이 닮은 사람은 또 저에요.

그게 전 또 정말 싫은거에요.

하지만 싫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미어터지게 가련하고 딱하고 사랑하지않을수없는 사람.

그래서 반찬을 바리바리해서 계속 갖다주게되었어요. 그런데도 엄마는 빈손으로 오는 동생이 더 반가워서 눈에 생기가 돌아요.

그런데 동생만 가고나면 동생욕을 합니다.

집에 뭘 흘리는 것을 싫어해서 앉아있을수가 없다는둥, 이러저런한 욕을 합니다.

그런데도 동생이 있으면 그 동생의 얼굴을 사랑스레 쳐다보면서 좋아 어쩔줄을 몰라요.

그리고 옆에 제가 있다는건 모르는것처럼 저는 블라인드에 가려진 듯 한번도 제게는 고개한번 돌리지 않아요.

그런 민망한 상황을 몇번 겪고보니 저는 그냥  엄마의 집을 나오게 되요.

엄마의 심리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저도 쿨하면 되는데 서운한 이 감정은 뭘까요.

IP : 124.195.xxx.14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자식
    '13.4.29 8:14 PM (125.186.xxx.5)

    외면당하는 자식은 계속 외면하게 되고, 예뻐하는 자식은 계속 예뻐하게 되고, 부모노릇에도 어떤 관성이 작용하는 거 같아요. 한번 형성된 관계는 잘 안바뀌는 거죠. 시간이 흘러도. 저도 동생시샘한다고 외할머니에게 오랜시간 맡겨 길러져 아직도 고아같은 심정이에요. 친엄마지만 스킨쉽도 안하고 애틋한 맘도 서로 없죠. 결혼하고 지역도 떨어지니 그나마 교류도 없어지네요. 하나 있는 딸인데 오시질 않아요. 아들만 끼고 사는 우리 엄마, 저도 적당히 합니다. 그렇게 안하면 상처받으니까요. 오랫만에 통화해도 감정의 교류가 어려운...
    외롭고 슬프지만 누구도 원망안하려 해요. 엄마에게서 이젠 정말 벗어나고싶으니까요. 거리를 두고 최소한만 하세요.

  • 2. 글을
    '13.4.29 8:17 PM (1.235.xxx.88)

    참 잘 쓰시네요...한 편의 가슴 아픈 수필 같아요.
    저는 아들 딸 둘 뿐인 남매인데 오빠에게 향하던 편애가 이제는 오빠의 아들(손자)에게 향하네요.
    아빠 엄마 두 분 다요.
    우리 애들이 상처받을까봐 자주 만나고 싶지도 않아요.

  • 3. 원글
    '13.4.29 8:33 PM (124.195.xxx.148)

    두분은, 아니 대부분의 사례들이 그렇듯이 오빠나 남동생에게는 친정엄마로써 저절로 정이가는거 아닌가요?
    하지만 2살터울의 자매를 편애하는 경우는 ..
    제가 말하면 언젠가 말했던 내용이면 귀찮아하고, 그 입 다물어버리라고 해요.
    그리고 나중에, 전화와서는 네가 하도 지껄여대서 신경쓰여서 다시 물어보려고했다. 이제 됐다라고 전화를 끊어요. 지껄여대서라는 말 정말 싫어요.
    그러고보니, 사실 엄마가 요즘 봄을 타선지 혈압이 올라가서 좀 힘들었는데 반찬을 계속 연이어서 해다 바친것도 걱정도 되긴했지만, 딸자식들 다 있어도 소용없다고 할까봐 겁나서 임신 7개월 넘었는데 해서 두손에 주렁주렁 들고 몇번 갔었네요.
    그랬더니 바로 얼마안있어서 동생 오고, 점심때가 훌쩍 지난시간인데 밥안먹었다고 하니 부랴부랴 얼른 밥상차려주면서 싱글벙글.. 둘이 오손도손 정다운 대화가 이어지고 저만 혼자 벙어리처럼 앉아있다보니 뭔가 속이 답답해서 간다하고 일어서니 가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46106 노회찬 지역구를 물려받았으면 상임위도 그대로 물려받는게 정상아닌.. 3 왜고민 2013/04/29 851
246105 리코더에서 시 플랫을 어떻게 잡나요? 4 리코더 2013/04/29 1,939
246104 더럽고 치사해서 축의금 받아내고 싶네요. 32 내참 2013/04/29 13,404
246103 할머니때문에...속상해요.. 3 ㅠㅠ... 2013/04/29 1,093
246102 넘 졸려워서 글이라도 올려요 ㅡ.ㅜ 1 꾸벅이 2013/04/29 609
246101 큰일이네요..ㅠㅠ 5 아이둘 2013/04/29 956
246100 필리핀 가사 도우미 경험해보신 분 계세요? 5 전치3개월 2013/04/29 3,332
246099 (컴대기)매트리스에 묻은 생리혈 12 ㅜㅜ 2013/04/29 7,366
246098 스물여덟의 가진것없는 미혼여성..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9 지영 2013/04/29 2,879
246097 보쌈 만들 때 전기압력밥솥 써도 될까요? 2 항아리보쌈 2013/04/29 1,900
246096 중국드라마 보보경심 보는데... 5 코코넛향기 2013/04/29 2,007
246095 아이문제로 심각한 고민입니다 22 내가 할꺼야.. 2013/04/29 4,344
246094 나인 이진욱도 엑스파일이 있었군요 ㅎㅎㅎ 23 나인데이 2013/04/29 98,579
246093 이게 이혼사유가 될까요? 1 휴~ 2013/04/29 1,546
246092 전세 세입자인데 아랫층에서 물샌다고해요. 8 ..... 2013/04/29 2,541
246091 물컵 비린내 없애는 방법 알려주세요 7 ... 2013/04/29 4,014
246090 내곡동 보금자리가 좋은게 주변이 친환경에다 2 ... 2013/04/29 2,585
246089 마그네슘 과다섭취 했을경우 어떻게 해야하나요?? 2 .. 2013/04/29 5,988
246088 제주도 검정 스타킹 신어도 안더워보일까요? (이번주말) 2 제주도 2013/04/29 1,118
246087 서리태로 어떤 음식을 해먹으면 맛있을까요? 5 콩콩이 2013/04/29 1,808
246086 사람을 보면 그 과거와 현재가 보인다는 분 5 궁금 2013/04/29 2,457
246085 친정부모님 용돈 얼마씩 드리나요? 17 잠시만요. 2013/04/29 5,249
246084 도복이 너무 더러워요 1 도복빨기 2013/04/29 564
246083 목동 아이스링크 추운가요? 1 처음 2013/04/29 1,056
246082 야외갈때 도시락 메뉴 뭐가 좋을까요?(흔한김밥말고~) 2 // 2013/04/29 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