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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무례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언젠가 조회수 : 3,181
작성일 : 2013-04-29 15:10:07

마을버스에서

퇴근하면서 마을버스를 탑니다. 노곤한 몸을 의자에 의지하고 창밖을 멍하니 보면서 털털털 갑니다. 갑자기 뒤에서 누가 왼쪽 어깨를 툭 건드립니다. 소스라치게 놀라서 돌아보니, 어떤 처음 보는 할아버지가 턱으로 눈으로 무언가를 가르킵니다. 턱짓 눈짓으로 말합니다. 벨 누르라고...

그 불쾌한 기분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시키는데, 그것도 한마디 말도 없이, 말도 아깝다는듯, 오로지 턱만 이용해서. 손이 벌벌 떨리게 치욕스럽지만 저는 벨을 눌러 줍니다. 턱으로 시킨 그 일을 안하면 그 작은 버스 안에서 더 큰 봉변을 당할 것 같아서.

사우나에서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사우나로 갑니다. 좀 한가할 때 목욕을 즐기려고 알람까지 맞춰 놓았습니다. 널널한 사우나에서 기분 좋게 때를 밉니다. 갑자기 거구의 50대 여성 둘이 왁자지껄 들어와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습니다. 옆자리에 가방이 하나 놓여 있더니 둘 중 하나의 것인가 봅니다. ‘자리 많은데 하필 여기...’라고 생각하는 찰나, 한 여자가 쏘아 부칩니다. “옆으로 좀 가욧”. 그 시간 사우나에는 빈자리가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자기들이 나란히 앉아야 하겠으니, 처음 보는 저에게 옆으로 이동하라고 명령합니다.

분명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저는 조용히 일어나 가방을 싸들고 딴 자리로 갑니다. 옆으로 비켜주지 않으면 싸움이 날 게 뻔하고, 그 여자가 시키는대로 옆으로 비켜줘서 나란히 안아서 목욕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자리를 뜨는 제 뒷통수에 한 여자가 들으라는듯 중얼댑니다. “옆으로 조금만 가면되지 거 성질 참 못됐네”

직장에서

지금 직장에서 15년을 일했습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었지만, 저는 이 직장과 내 일을 사랑합니다. 얼마 전 인사발령이 났습니다. 저보다 3살 많지만 연차는 같은 남자를 제 위 상사로 앉혔습니다. 더구나 이 사람은 모회사에서 파견으로 온 지 1달밖에 안됐습니다. 스스로 “아무 것도 모르는 초짜” “나는 곧 컴백할 사람”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을 중책에 임명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을 상사로 모셔야 합니다. 사소한 일도 반드시 그 사람 사인을 받아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 굴욕적입니다. 실무 능력이 훨씬 뛰어나도 나는 여자라서, 그 남자보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해서, 모회사 출신이 아니라서 그 자리에 오를 수 없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알아줄 날 있으리라는 순진한 생각을 한 제가 바보입니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을 합니다. 백수가 될 순 없기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요즘 일어난 일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왜 이러고 사나 싶습니다.

아래 ‘뚱뚱한 사람이...’ 글을 보며 무례하고 무식하고 예의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면서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납니다. 특히 그저 그런 스펙의 여자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사는 것은 고도의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도 이 사회는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회일까요.

이 모든 무례와 몰상식에 대해 복수할 날이 올까요.

참다 참다 참지 못하고 뻥 터질 날이 올 것만 같아서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 두렵습니다.

IP : 211.175.xxx.33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는
    '13.4.29 3:15 PM (58.122.xxx.133)

    저도 1번 ㅎㅎ 공감하는데 치욕스럽거나 이렇진 않았어요. 그냥 눌러주고 그걸로 땡.
    2번은 정말 기분 나쁘죠..그래도 우야겠습니까.

    저는 제일 기분 나쁠 때가 버스랑 기차 탔을 때..
    꼭 남의 자리에 앉아 놓고선..
    미안하다 말도 없는 사람

    제자리에요 하면.. 가만히 앉아서
    내가 00번 인데요 거기서 앉음 안돼요? 하며 말하는 사람 그래도 이정도는 양반
    자리 많은데
    아무데나 앉아도 돼요 하는 사람들 . 웃기죠. 나이든 사람이 아닌 20대 여자가
    그런말 할 떄 웃기더라구요. 이럴땐 가만히 보고 있습니다. 그럼 궁시렁 대면서 일어나더라구요

  • 2. ....
    '13.4.29 3:20 PM (203.249.xxx.21)

    너무 공감되어 눈물이 핑 돌 지경이네요...^^

    이 모든 걸 참아내며
    그러나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시고 계시는 원글님은 위대하십니다!
    엄청난 내공을 갖고 계시리라 짐작되며,,,
    그 능력과 경험이 제대로 인정받고 발휘되며 살아가시게 되길 바랍니다.
    힘내십시오.

    이 모든 것을 견뎌낼 수 있느 능력만으로도 대단하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 3. ㅎㅎㅎ
    '13.4.29 3:26 PM (175.214.xxx.38)

    전 암생각 없나봐요.
    1번, 2번 경우 다 겪어봤는데 그런가보다 하고 벨도 눌러주고(그것도, 아, 네~ 대답해가면서), 자리도 비켜주고 했거든요. 어른이 부탁하시니 그냥 한 것 같기도 하네요.ㅎㅎㅎ

  • 4. happy
    '13.4.29 3:32 PM (223.33.xxx.118)

    아!! 어떡해요 ㅠㅠ
    진짜 모르는 사람이 턱짓으로 지시하는거... 기가 차요.
    그냥 인간말종이다 하고 넘겨줘야죠..
    근데 승진 문제는 도무지 말이 안되네요.
    지혜있는 경험자분들... 무슨 방법 없을까요??

  • 5. ..
    '13.4.29 3:40 PM (222.236.xxx.169)

    모르는 사람이 무례한 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경우엔 친구라는 이름표를 달고있는 인간들이 상당히 무례해서 지금 많이 갈등됩니다.
    털고 갈까 덮고 모른체할까.....
    털고 가고 싶지만 (꽤 오랜 시간을 함께해서) 굴비 엮이듯 엮인 인간관계 땜에 못하고
    참자니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없는 꼴을 보면서 속이 썩어 문드러지고 ...에효

    원글님의 맘에 깊은 공감을 합니다.

  • 6. ....
    '13.4.29 3:57 PM (58.224.xxx.19)

    아 ~~ 여기 공감 버튼 없나요...
    구구절절 어쩜....눈물이....ㅠㅠ
    전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하는 연습할려구요
    제가 발끈해서 용심을 부리고 욕하면 어느순간 저에게 부메랑이 되어온다는 느낌이 들어서요...무서워
    근데 아직은 내공이 부족해요

  • 7. 쿠우..
    '13.4.29 4:54 PM (39.115.xxx.2)

    전 쌈닭인가봐요. 절대 들어줄 생각이 없는걸 보면 -_-;;;

  • 8. 갈수록
    '13.4.29 5:34 PM (211.175.xxx.33)

    나이 들면서 참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참자 참자 참자... 이를 악 물게 됩니다. 30대까지만 해도 안참았어요. 잘못 된건 바로 잡아야 한다, 생각이 확고했고 행동도 바로 죠. 하지만 점점 '그래봐야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드니 큰일입니다. 참는게 능사가 아닌데 말이죠..

  • 9. ..
    '13.4.29 5:46 PM (112.169.xxx.193)

    이 모든 걸 참아내며
    그러나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시고 계시는 원글님은 위대하십니다!222

    근데 무례하고 본데없는 사람들은 연령, 성별하고도 상관없더군요. 그냥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디서부턴가 비틀려 있고, 그 중에 일부 정신줄 놓지않고 있는 분들 빼놓고는 다 그러한듯..
    전 포기했어요.

  • 10. 동감100배
    '13.4.29 5:54 PM (124.195.xxx.148)

    동감 100배예요.
    저도 버스안에서 저런 1번과 같은 경우를 많이 당해요.
    턱으로만 벨을 누르라고 가리키는 초면의 할아버지들을 보면서 덜덜 떨리는 치욕을 갑자기 느껴요.
    그래도 말없이 벨을 누르는 나..
    2번은 한번도 그런 경우를 만나본적이 없어 잘모르겠네요.
    3번,, 미스시절 비슷한 경우가 있었고, 그당시 자존심은 아예 문밖에 걸어놓고 다녔던 시절이었어요.

  • 11. 여름
    '13.4.29 6:49 PM (58.143.xxx.61)

    아직 안 눌러주는 저.... 열 받으면 꼭 한 소리 하고 물러나는 저... 아직 젊은가봅니다;;;;

  • 12. 애송이
    '13.4.29 7:11 PM (203.226.xxx.163) - 삭제된댓글

    이 모든 걸 참아내며
    그러나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시고 계시는 원글님은 위대하십니다!333

    대단하세요. 정말 하루에도 몇번씩 마주치는 무례한 사람들 상대하면서 저도 모르게 같은 모습으로 되갚아주려는 자신을 발견해요. 원글님 보며 반성합니다.
    윗분 쓰신 것 처럼 사회 전체가 비틀려가는 것 같아요. 자신의 바운더리 외부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공격적인, 이익중심의 사회 분위기가 무섭습니다.

  • 13. 블루
    '13.4.29 7:21 PM (180.70.xxx.41)

    저도 그런 기분 알아요.아이가 어릴 때 친정가느라 짐가방 큰거를 버스옆자리에 놓고 아이는 가슴에 띠 메고 가는데 아주 거구의 나이든 아줌마가 그 자리에 앉아야겠으니 가방 치우라고,ᆢ당연 빈자리가 없다면 두말 하지않았을겁니다.가방이 없어도 아이 메고 앉기에 불편한 바퀴있는 높은 자리인데다 주변에 빈자리가 많았거든요. 다른 자리 앉으시라고 해도 싫다고 꼭 그자리 앉고 싶다고, ᆢ버스에서ᆢ 큰 소리 오가는거 싫어서 비켜주긴했지만 ᆢ지금 생각해도 어이 없어요

  • 14. dprj
    '13.4.30 11:13 AM (175.197.xxx.65)

    맞아요. 요즘 참 살기힘든 사람이 많은가봐요.
    지난주 2호선 타고 가는데 지하철에 앉아서 가던 할머니가 내리면서 손을 뻗어 확밀고 가기에
    쨰려봤더니 안비키고 자기를 밀었다나 ~~참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기에
    기가막혔던 적이 있었어요.
    슈퍼에서 물건 한두개 들고 계산대 새치기 하는 것도 참 많고
    시장에서 물건살때 순서안지키고 새치기 정말 많이 하고
    아파트 복도에서 왜그리도 목소리는 큰지~~

    기본적인 국민수준이 참 말이 아닌것 같아요.
    잘 하고 계신분도 많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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