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에서
퇴근하면서 마을버스를 탑니다. 노곤한 몸을 의자에 의지하고 창밖을 멍하니 보면서 털털털 갑니다. 갑자기 뒤에서 누가 왼쪽 어깨를 툭 건드립니다. 소스라치게 놀라서 돌아보니, 어떤 처음 보는 할아버지가 턱으로 눈으로 무언가를 가르킵니다. 턱짓 눈짓으로 말합니다. 벨 누르라고...
그 불쾌한 기분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시키는데, 그것도 한마디 말도 없이, 말도 아깝다는듯, 오로지 턱만 이용해서. 손이 벌벌 떨리게 치욕스럽지만 저는 벨을 눌러 줍니다. 턱으로 시킨 그 일을 안하면 그 작은 버스 안에서 더 큰 봉변을 당할 것 같아서.
사우나에서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사우나로 갑니다. 좀 한가할 때 목욕을 즐기려고 알람까지 맞춰 놓았습니다. 널널한 사우나에서 기분 좋게 때를 밉니다. 갑자기 거구의 50대 여성 둘이 왁자지껄 들어와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습니다. 옆자리에 가방이 하나 놓여 있더니 둘 중 하나의 것인가 봅니다. ‘자리 많은데 하필 여기...’라고 생각하는 찰나, 한 여자가 쏘아 부칩니다. “옆으로 좀 가욧”. 그 시간 사우나에는 빈자리가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자기들이 나란히 앉아야 하겠으니, 처음 보는 저에게 옆으로 이동하라고 명령합니다.
분명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저는 조용히 일어나 가방을 싸들고 딴 자리로 갑니다. 옆으로 비켜주지 않으면 싸움이 날 게 뻔하고, 그 여자가 시키는대로 옆으로 비켜줘서 나란히 안아서 목욕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자리를 뜨는 제 뒷통수에 한 여자가 들으라는듯 중얼댑니다. “옆으로 조금만 가면되지 거 성질 참 못됐네”
직장에서
지금 직장에서 15년을 일했습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었지만, 저는 이 직장과 내 일을 사랑합니다. 얼마 전 인사발령이 났습니다. 저보다 3살 많지만 연차는 같은 남자를 제 위 상사로 앉혔습니다. 더구나 이 사람은 모회사에서 파견으로 온 지 1달밖에 안됐습니다. 스스로 “아무 것도 모르는 초짜” “나는 곧 컴백할 사람”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을 중책에 임명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을 상사로 모셔야 합니다. 사소한 일도 반드시 그 사람 사인을 받아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 굴욕적입니다. 실무 능력이 훨씬 뛰어나도 나는 여자라서, 그 남자보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해서, 모회사 출신이 아니라서 그 자리에 오를 수 없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알아줄 날 있으리라는 순진한 생각을 한 제가 바보입니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을 합니다. 백수가 될 순 없기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요즘 일어난 일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왜 이러고 사나 싶습니다.
아래 ‘뚱뚱한 사람이...’ 글을 보며 무례하고 무식하고 예의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면서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납니다. 특히 그저 그런 스펙의 여자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사는 것은 고도의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도 이 사회는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회일까요.
이 모든 무례와 몰상식에 대해 복수할 날이 올까요.
참다 참다 참지 못하고 뻥 터질 날이 올 것만 같아서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 두렵습니다.